재윤, 최백호·송창식 모티브로 연기한 사연 “‘서편제’ 끝 아니었으면”[EN:인터뷰①]

이하나 2022. 10. 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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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하나 기자]

SF9 재윤이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한 뮤지컬 ‘서편제’에서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공연 무대에 오른 지 1년 만에 눈부신 성장이다.

재윤은 지난 8월부터 10월 23일까지 약 두 달간 공연된 뮤지컬 ‘서편제’에서 로커와 소리꾼 사이에서 갈등하다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동호 역할을 연기했다. 고(故) 이청준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서편제’는 원작 사용 저작권 만료로 올해 마지막 시즌을 맞았다.

최근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뉴스엔을 만난 재윤은 마지막 공연 때 느낀 뿌듯함, 시원섭섭함, 고마움 등 복합적인 감정을 털어놨다. 재윤은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팬들이 정말 좋아해 주셨다. 제 첫 ‘서편제’가 마지막 시즌이어서 기분이 더 남다르더라.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라며 “처음 대극장을 서보면서 배우고 경험한 것도 많아서 어떻게 두 달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좋은 상태로 계속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목이 안 좋아서 답답하고 힘들었지만, 후반부에 조금씩 목이 돌아와 그나마 위안이 됐다”라고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서편제’는 마지막 시즌답게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했다. 초연부터 마지막 시즌을 지킨 송화 역의 차지연과 이자람부터 1세대 뮤지컬 배우 남경주, 소리꾼 김준수까지 공연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포진했다.

재윤은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기 전부터 두려움에 떨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재윤은 “상견례를 위해 연습실에 갔는데 다 앉아 계시더라.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았는데 그때부터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하면서 너무 무서웠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라며 “최대한 연습 때 잘 배우고 선배님들이 이끌어주신 대로 따라가면서 내가 할 것들을 준비하자는 목표만 바라봤다. 연습할 때 모든 게 내게는 신세계였다. 다들 너무 예뻐해 주셔서 감사했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동호는 유봉과의 갈등, 누나 송화를 향한 사랑과 연민 등 깊은 감정 연기 외에도 10대부터 60대까지 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뮤지컬배우로서 이제 겨우 첫발을 뗀 재윤에게 수많은 물음표를 던졌다.

재윤은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을 통해 자신만의 동호에 해답을 찾아 나갔다. 걷는 것부터 말하는 속도, 표정의 변화로 조금 더 섬세한 동호를 표현했다. 특히 재윤은 60대라는 나이에 얽매이지 않는데 집중했다.

재윤은 “(서)범석 선배님이나 연출님께서도 너무 60대라는 나이에 갇혀 있지 말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래서 최백호, 송창식 선생님 같은 분들을 모티브로 잡았다. 굳이 할아버지처럼 표현하지 않아도 되겠더라”면서도 “첫 시작이 60대 목소리였다. 동호의 캐릭터가 거기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해서 정말 많이 연습했다. 하필 해외 일정이 많을 때라 비행기 안에서 ‘어디 계신데’ 한마디를 계속 읊조렸다”라고 말했다.

재윤은 ‘서편제’ 12년 역사 중 처음으로 기록된 아찔한 실수를 공개했다. 인물들 간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벌어진 의도치 않은 상황에 식은땀으로 의상이 흠뻑 젖을 정도였다.

재윤은 “눈먼 누나를 처음 보고 분노해 유봉 아버지를 밀치는 장면에서 북이 무대 밖으로 굴러가 떨어졌다. 순간 등골에 땀이 흐르더라. 절대로 당황하거나 웃지 않고 동호 감정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는데, (남)경주 선배님이 정말 대단하시더라. 선배님이 연기를 하면서 북을 주워 오셨다. 퀵 체인지를 해야 하는데 의상은 땀에 젖고, 얼굴과 머리도 말도 아니었다. 시간을 다시 돌린다고 해도 그때로는 못 갈 것 같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재윤은 평생을 누나를 찾아 헤매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동호의 외로움에 측은함을 느꼈다. 재윤은 “혈육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따른 사랑하는 누나인데, 60대까지 못 잊고 찾는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돈도 많이 벌고, 세상이 알아주는 사람이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으로 청춘을 다 보냈다”라며 “간접적이지만 역할을 하면서 ‘만약에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했다. 극에서는 시점이 빠르게 바뀌어 넘어가지만, 현실이라면 감정의 밀도를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극과 캐릭터에 마음을 열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다가간 재윤의 모습은 선배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앞서 차지연은 자신의 인터뷰에서 “무대에서 살아 있으려고 노력하고, 거짓말을 안 하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에 놀라고 감동했다. 첫 공연을 끝난 후에 ‘배웠다. 감동했다’라고 얘기했다”라고 칭찬했다.

차지연 이야기가 나오자 민망한 듯 웃음을 지은 재윤은 “공연이 끝나고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선배님이 ‘너무 수고 많았고, 내가 배운 게 더 많았다. 고맙다’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정말 감사했는데, 인터뷰 소식을 듣고 ‘내 얘기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배님께 ‘살아있는 것’의 의미를 여쭤봤는데 본인이 하는 걸 듣고, 눈을 마주 보고 거기에 맞게 나오는 연기라고 해주셨다. 정말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사진=FNC엔터테인먼트)

뉴스엔 이하나 blis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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