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 마지노선’은 1.5도인데…유엔 “이대로라면 세기말엔 지구 온도 2.5도 상승”

김혜리 기자 2022. 10. 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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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5일(현지시간) 독일 라인강이 폭염과 가뭄으로 말라붙은 모습. AFP연합뉴스

유엔이 26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현재 계획대로라면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2.1~2.9도 상승할 것이라며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재차 지적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대적으로 감축하지 않는 이상 지구는 금세기 말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평균 2.1도에서 2.9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치인 1.5도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는 것이 기후재앙의 ‘마지노선’이라 표현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해 지구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뜨거워지면 폭우나 가뭄, 산불, 폭염 등 각종 기후 위기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인류는 기후 위기로 점철된 미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의 43%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세계자원연구소(WRI)는 현재 각국의 기후 행동 계획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7%밖에 줄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온실가스 배출 주범국들의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선 193개국이 기후 행동 계획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24개국만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UN에 제출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은 이번에 강화된 NDC를 제출하지 않았다.

중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에 도달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에 대한 감축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엔 중국이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석탄 채굴을 확대해 메탄 배출량이 10%나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약 80배로, 단기적으로 메탄 배출량 감축은 지구온난화를 제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또 중국은 지난해 해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걸 그만두겠다고 말했지만, 8월 기준 건설사업 104개 중 26개만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기후 대응 노력도 부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태양광, 풍력, 수소,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분야를 지원해 에너지 안보 역량을 높이고 탈탄소화를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WRI는 IRA 시행만으론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0~52%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싱크탱크 뉴클라이미트연구소의 니클라스 회네는 “미국의 새 법안 통과는 올해 들어 온실가스 배출 주범국이 취한 행동 중에선 제일 강력했지만 30년은 늦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기후 악당’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미루는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고통받게 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은 계속 나오고 있다. 의학저널 란셋은 지난 26일 화력발전에 계속 의존한다면 인류의 건강이 더 큰 위험에 처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상 고온에 노출된 이들은 정신 건강이 나빠진다거나 기저 질환이 악화할 수 있을뿐 아니라 토양이 건조해져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 영양실조 위험이 커지고 뎅기열, 말라리아, 라임병 등 전염병의 발병 지역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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