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초 ‘빨간 카펫’ 갯벌에 쫘악~ 가로림만, 생태보고로 거듭난다

송인걸 2022. 10. 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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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8000㏊ 면적 갯벌 식생복원지로 뽑혀 주민들 ‘미소’
염생식물 군락지·생태 탐방로 조성 “인간·자연 공존 국가해양정원 추진”
충남 서산시 가로림만에서 새해부터 4년 동안 갯벌식생 복원사업이 진행된다. 서산시 제공

충남 서산에 육지로 둘러쌓인 호리병 모양의 바다가 있다. 해루질에 이골이 난 주민들도 길을 잃을 만큼 짙은 바다 안개가 자주 껴 가로림(加露林)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로림만은 여의도 면적의 31배인 159.85㎢ 규모로 해안 둘레는 162㎞, 갯벌 면적이 8000㏊에 이르며, 유인도 4곳을 포함한 52개의 섬이 있다.

가로림만 주민들은 요즘 얼굴에 웃음기가 떠나지 않는다. 갯벌 식생 복원 대상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갯벌 환경이 좋아지면 어장이 풍성해지고, 건강한 바다를 찾는 관광객들로 지역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게 주민들 기대다. 지난 21일 오전10시30분 갯벌 복원 대상지인 충남 서산시 팔봉면 양길리 갯벌을 찾았다. 바닷물이 빠져 드러난 갯골 사이로 붉은색 해초 군락이 눈에 띄었다.

최윤이 팔봉초 교장, 최원진 가로림만 가느실 어촌계장, 성광석 서산시청 해양수산과장(왼쪽 부터) 등이 지난 21일 팔봉초 옥상에서 가로림만을 배경으로 갯벌식생 복원사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송인걸 기자

■ 칠면초 군락 이룬 양길리 갯벌 “저게 염생식물인 칠면초입니다. 지금은 색이 바랬지만 7~9월에는 빨간색이 선명해 장관입니다.” 성광석 서산시 해양수산과장이 갯벌의 붉은색 해초를 가리켰다. 이른 봄에 싹을 틔우는 1년생으로 어린싹은 기름에 무쳐 먹는데 아삭하고 짭조름하다고 했다. 성 과장은 “소금기 많은 땅에서 자라는 게 염생식물인데 탄소 저감효과가 갯벌보다 더 우수하다”며 “내년부터 염생식물 군락지를 조성한다. 해양 생태 탐방로와 조망대도 만든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가 공모한 이 사업은 2050 탄소 중립에 기여하고 해양식물 서식지를 제공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서산 가로림만 팔봉면과 태안 근소만 소원면·근흥면 해역이 선정됐다. 사업비는 각각 150억원이다.

서산시는 가로림만 갯벌 복원과 함께 기수역인 하천 환경 정비도 추진한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은 양길천의 경우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붉은발말똥게가 서식했으나 하천 정비를 하면서 바닥을 시멘트로 덮는 바람에 게들이 하천 바닥을 파고 들어가지 못해 종적을 감췄다고 밝혔다. 권경숙 이 단체 사무국장은 “갯벌 복원과 때맞춰 기수역의 하천 환경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경숙 사무국장(가운데) 등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생태조사팀이 21일 가로림만 기수역인 양길천을 살피고 있다. 송인걸 기자

■ 젊은이가 정착하는 어촌마을 주민들은 갯벌 복원사업을 계기로 환경과 소득 수준을 높이면 젊은이들이 정착하는 마을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주민이 고령화하면서 소멸 위기를 맞는 어촌계를 회생시킬 대안이라는 것이다. 서산수협 관계자는 “가로림만의 어촌계는 17개인데 계원의 60~70%가 여든살 이상”이라고 했다. 고령화 여파로 팔봉초등학교 고파도 분교는 학생이 없어 내년에 자연 폐교된다.

가로림만 주민들은 젊은이를 유치하는 녹록지 않은 과제를 풀기 위해 허베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렸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이 지역이 전통적으로 반농반어 구조인 점을 고려해 1~6차 농업과 관련 산업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신선한 해산물 등 특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해 편안하게 맛보며 여가를 즐기는 캠핑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숙소를 지어 도시민·출향인을 대상으로 일주일 살아보기. 한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기계화 영농에 익숙한 영농법인과 협력해 노동집약적인 농업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도 세우고 있다.

최원진 가느실 어촌계장(허베이 사회적협동조합 상무)은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곳, 좋은 기회가 있는 곳이 돼야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느냐. 사회적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갯벌을 어떻게 복원하고 활용해야 탐방객들이 머무는 관광지가 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로림만 갯벌식생 복원사업 예상도. 서산시 제공
충남 서산 가로림만의 칠면초 군락지. 서산시 제공

■ 기적의 바다, 주민 삶도 윤택해야 “실치라고 알어? 베도라치 새낀디 여기가 산란장여.” 구도항에서 만난 토박이 안상환(88·전 서산시의원)·황승복(82)씨는 “지금도 실치가 많다. 가로림만이 이렇게 남은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기적이라고 꼽은 이유는 이곳에 박정희 정권은 국제항,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조력발전소 건설을 각각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항 계획은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으로, 조력발전소는 갈등 끝에 각각 백지화됐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환경을 살리고 주민들이 편히 살도록 가로림만을 가꾼다니 천만다행”이라며 “193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서산에서 인천 가는 여객선이 여기서 출항했는데 칠복호는 6시간, 충남호와 은하호는 4시간이 걸렸다. 뱃길이 다시 열려 관광객들에게 바닷길 여행의 즐거움과 볼거리를 주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충남도는 가로림만을 국가해양정원으로 지정하는 사업을 추진해 정부가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해양정원은 정원 개념을 바다로 확대해 연안의 바다 환경과 갯벌 생태계를 복원하고 해양 생물·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이다. 가로림만의 전체 면적은 159.85㎞(여의도 31배), 해안 둘레 162㎞, 갯벌 면적은 8000㏊이고 4개의 유인도 등 52개의 섬이 있다. 해양정원 사업비는 약 2448억원이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가로림만 갯벌 복원은 환경을 살리고 자연을 자원화하는 것으로, 국가해양정원과 궤를 같이 한다”며 “가로림만은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서·남해안 갯벌 가운데 서북지역의 중심 갯벌이다. 가로림만이 국가해양정원으로 지정되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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