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SPC 불매운동’ 불똥튈까…올겨울 삼립호빵과 ‘헤어질 결심’
편의점, 호빵 기계 없애고 전자레인지로 대체
온라인몰, e쿠폰 등 SPC 할인행사 줄줄이 취소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SPC 불매운동’의 불똥이 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별미인 호빵과 관련 유통업계는 대표주자인 SPC삼립 제품 판매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찬바람과 함께 호빵 성수기가 돌아왔지만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은 SPC제품 매장 진열은 물론 신제품 마케팅까지 포기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SPC가 최근 평택공장 20대 노동자 사망사고에 이어 40대 노동자 손가락 절단 사고까지 터지면서 파리바게뜨, 던킨 등 불매운동에 직면해 있어서다.
국내 호빵시장은 SPC삼립이 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SPC삼립호빵은 매년 10월~2월까지 큰 인기를 끌며 대형마트에 이어 편의점, 온라인몰 등의 순으로 많이 팔리는 겨울철 대표 먹거리다.
그러나 올해는 유통업체마다 매장 진열은 물론 할인 쿠폰과 1+1 행사까지 줄줄이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PC측은 이달 말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려고 했지만 11월말로 연기하는 등 시장 눈치를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마트들은 ‘호빵의 대명사’인 SPC삼립 호빵을 사실상 손절하는 분위기다. A마트에 따르면 SPC 사태가 터진 이후인 지난 10월 17~25일까지 SPC호빵 매출을 알아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3~4%가량 줄었다. A마트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업계로 번지고 있어 아직은 영향이 미미하다”면서도 “불매운동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는 예년처럼 호빵 시식행사나 신제품 마케팅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B마트는 SPC사태 직전 일주일간 SPC삼립호빵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0% 증가하자 대규모 행사를 준비했지만, 현재는 매장 구석 한켠에 소량만 진열하고 있다. B마트 관계자는 “SPC삼립 호빵을 사지 않겠다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조심하고 있다”면서 “할인점 대표 겨울 간식하면 SPC삼립 호빵이었는데 올 겨울에는 피자와 샌드위치를 대체상품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편의점 업계도 조심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SPC삼립 호빵 기계를 매장에 배치했지만 올 겨울에는 공개적으로 판매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PC 사태 전 삼립호빵을 찌는 기계를 전국 매장에 배치했는데 고객 앞에 꺼내놓고 팔기가 힘든만큼 전자레인지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어 되도록 눈에 띄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몰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SPC삼립호빵 4개입을 대량으로 묶어 할인 쿠폰과 함께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행사를 보류하거나 취소한 상태다. 온라인몰 관계자는 “연이어 사고가 터지며 고객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아 e쿠폰 할인행사를 모두 취소했다”면서 “이번 만큼은 장기간 불매운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MD(상품구매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SPC 사태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호빵 성수기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기존 장수상품을 비롯해 신제품 개발 등 MZ세대부터 장년층에게도 사랑받는 호빵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50년 전통의 풍미높은 팥호빵, 야채호빵에 삼거리 찐빵과 식물성 야채호빵 등도 판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PC삼립은 이달 말 호빵을 비롯해 겨울시즌을 겨냥한 대규모 신제품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었지만 11월 말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1971년 출시된 SPC삼립의 ‘삼립호빵’은 지난해말 기준 지구를 16바퀴 돌고, 에베레스트산을 1만800여 차례 왕복할 수 있는 누적 판매량 64억개를 돌파했다. 올해는 지난 9월부터 10월15일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한달 여간 호빵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25% 증가한 바 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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