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탄소중립’ 윤활유는 가짜 탄소중립?”···환경단체, 공정위에 ‘그린워싱’으로 신고
SK루브리컨츠가 ‘국내 최초 탄소중립 윤활유’라고 광고한 신제품 윤활유 ‘지크 제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이른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인지 아닌지도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SK루브리컨츠의 지크 제로 광고가 허위, 과장의 표시·광고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도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임시중지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기후솔루션 측은 국내에서 탄소중립을 표방한 제품을 그린워싱으로 공정위에 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주로 기업 등이 친환경을 내세우면서 홍보하지만 사실은 친환경이 아닌 활동을 의미한다.
SK루브리컨츠는 이달 출시한 이 제품을 “국내 최초로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상쇄한 탄소중립 윤활유”라고 홍보하고 있다.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SK루브리컨츠는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 미국의 베라(Verra)에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는데 이 탄소 배출권은 과나레 프로젝트에 기반한 것이다. 과나레 프로젝트는 우루과이 과나레 지역 목초지를 숲으로 조성해 온실가스를 흡수, 상쇄하는 사업이다. 즉, SK루브리컨츠가 윤활유 제품으로 인해 발생한 탄소만큼 배출권을 사면 과나레 지역에 숲이 조성되는 셈이다.
기후솔루션은 SK루브리컨츠가 탄소중립 실현의 근거로 든 탄소배출권 구매가 석유제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를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기본법상 탄소중립은 ‘대기 중에 배출·방출 또는 누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에서 온실가스 흡수의 양을 상쇄한 순 배출량이 영(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석유제품으로 인해 방출된 탄소를 상쇄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물리적인 방식을 통해 영구적으로 탄소를 격리해야 한다. 기후솔루션은 조림사업은 나무가 살아있고, 프로젝트가 존속되는 동안에만 일시적으로 탄소가 격리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탄소중립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은 SK루브리컨츠가 구매하는 탄소 배출권의 신뢰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탄소 배출권은 현재 통일된 방법론과 감독 규정이 없어 객관적인 탄소 감축 기여 여부를 검증하기 어렵고 해당 기관의 공신력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베라는 과거 실제 탄소 흡수량보다 과장된 탄소배출권을 발행해 적발된 적이 있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광고에서 탄소중립이라 표현한 것은 배출량만큼의 탄소를 상쇄시키는 의미”라며 “현실적으로 기업 처지에서는 배출량을 감축하는 방법이 배출권 거래제를 이용하는 것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한 검증을 통해 국제 배출권 시장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고, 영향력이 있는 베라 인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한 것”이라며 “앞으로 제품 생산·사용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노력하는 한편 탄소배출권을 계속 확보해 탄소중립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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