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MBC 거짓말…대구상수도본부 “현미경 사진 제공한 적 없다”

박상현 기자 2022. 10. 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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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국감장서 “대구상수도본부가 제공했다”며 과학원 질타
대구시 “사진 제공한 적 없고 ‘남세균 보도’에 쓰일 줄도 몰라”
사진출처 묻는 대구시 질의에 대구MBC “이승준 교수팀 촬영본” 답했다가 뒤늦게 정정

대구MBC가 대구시 현풍읍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유해 남세균이 검출됐다는 보도에 썼다가 삭제한 ‘쌀알 형태 조류(藻類)’ 현미경 사진과 관련, 야당과 대구MBC는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가 제공한 사진”이라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 대구MBC가 대구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발견됐다는 보도에 사용했다가 삭제한 현미경 사진. 대구MBC와 야당은 "대구상수도본부가 제공한 것"이라고 국감에서 밝혔으나, 대구상수도본부는 27일 "MBC에 사진을 제공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대구MBC는 보도 이튿날인 13일 사진출처를 묻는 상수도본부 측에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 촬영본"이라고 했다가 18일 상수도본부의 재차 물음에 "대구상수도본부 것"이라고 정정했다. 상수도본부 산하 수질연구소 내 모니터에 띄워진 무해성 녹조류 '코코믹사'를 MBC가 영상에 담은 뒤 온라인 기사에 사진으로 처리한 해당 현미경 사진은 국립환경과학원이 14일 이 보도사진을 토대로 "남세균과 무관하다"는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출처'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일었다. /대구MBC

27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이 대구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상수도본부는 “대구MBC가 12일 보도에 쓴 대구상수도본부의 ‘코코믹사(coccomyxa) 현미경 사진’은 본부 측이 제공한 적 없으며, ‘분석과정 및 장비를 찍어도 되느냐’는 촬영협조에 응했을 뿐 사진이 그런 식으로 사용될 줄은 몰랐고, 보도 전 사전 설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대구MBC는 지난 12일 온라인으로 낸 <[심층] 대구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낀 연두색 물질, 녹조 일으키는 남세균으로 확인> 보도에서 ‘쌀알 형태 조류’ 사진을 기사 중간에 삽입했다. MBC가 시료(試料) 분석을 맡긴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은 필터에서 발견된 남세균이 간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티스’라고 했지만,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개구리알’ 또는 개구리알이 모여 ‘브로콜리’ 형태를 띠는 반면 대구MBC 보도에 나온 사진은 쌀알 형태였다.

대구상수도본부는 13일 대구MBC 측에 보도에 들어간 현미경 사진의 출처를 물었다. 본부가 분석한 코코믹사(coccomyxa) 현미경 사진과 형태학적으로 지나치게 비슷했기 때문이다. 대구MBC 담당기자는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 촬영본”이라고 답했다. 이튿날인 14일 국회로부터 대구MBC 보도사진에 대한 분석을 의뢰받은 국립환경과학원은 “남세균과 형태학적으로 전혀 다른 물질”이라는 답변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구상수도본부는 18일에 재차 대구MBC 측에 사진 출처를 확인했고, 대구MBC는 그제야 온라인 보도에 사진이 잘못 들어간 것을 알고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21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선 이 사진의 ‘출처’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졌다. 야당은 과학원 측에 사진 출처를 확인하지 않은 채 ‘남세균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대구MBC도 이날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시켰다고?> 등의 보도를 통해 과학원을 비난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한화진 환경부장관,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위증으로 고발하겠다고 26일 밝히기도 했다.

지난 12일 대구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발견됐다는 보도에 삽입됐던 현미경 사진. 대구MBC 측은 "대구상수도본부가 제공한 것"이라고 했으나, 대구상수도본부는 27일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다. /대구MBC

그러나 ‘사진 출처’를 둘러싼 혼선이 애초 13일 대구MBC 기자가 대구상수도본부 측 확인요청에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 촬영본”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과학원이 ‘남세균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국회에 제출한 시점은 대구MBC가 해당 보도에 대구상수도본부 사진이 쓰였는지조차 몰랐던 때였다. 대구MBC가 13일 대구상수도본부 측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고, 18일 대구MBC가 해당 기사에서 6일 만에 사진을 삭제한 것도 과학원은 알 수 없었다. 이에 대구MBC의 보도사진이 ‘이승준 교수팀 촬영본’이 아니라 ‘대구상수도본부 촬영본’이라는 취지의 국회 질의가 있고서야 과학원은 대구시 측에 사진출처를 급히 확인했고, 확인 결과 대구MBC가 대구상수도본부에 출처 확인을 해주길 피하다 오류를 인정하는 혼선적 태도를 보여 이를 기준으로 과학원은 국회에 답변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대구상수도본부가 “현미경 사진을 대구MBC 측에 제공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사진 출처’ 논란이 발생하게 된 이유가 설명된 것이다. 야당과 대구MBC 주장대로 대구상수도본부가 대구mbc 측에 사진을 ‘제공’한 것이라면 대구상수도본부가 MBC 측에 수차례 사진 출처를 물을 이유도 없었다. 대구MBC가 ‘분석과정 및 장비’를 찍는다며 촬영협조를 구해놓고 대구상수도본부가 모니터에 띄워놓은 코코믹사 현미경 사진을 찍은 뒤, 이 사진과 전혀 상관없는 ‘남세균 보도’에 사용하면서도 이를 설명하지 않았고, 보도에 쓰인 사진에 대한 대구상수도본부 측의 확인요청에도 대구MBC가 “이승준 교수팀 촬영본”이라고 잘못 답한 것이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2021년도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너지차관)이 과거 SK E&S로부터 금품·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21.10.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주환 의원은 “‘사진 출처’를 알아보지 않았다며 과학원을 비난하던 대구MBC가 정작 자신들 보도에선 공식적으로 제공받지도 않은 현미경 사진을 사전 설명도 없이 사용했고, 국감장에서 ‘대구상수도본부가 제공한 사진’이라는 말이 나오도록 거짓말까지 했다”며 “대구MBC는 ‘수돗물 남세균 검출’을 단정적으로 보도한만큼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공인시험결과’를 함께 제시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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