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약청정국 지위 7년전 이미 잃었다"
"마약사범 45만명 추산…예방·재활 중심 정책전환해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한국은 이미 7년 전에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어요. 최근에 잃은 게 아닙니다."
민간단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김필여(57) 이사장은 이런 '경고'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본부 설립 30주년을 맞아 27일 연합뉴스와 만났다.
김 이사장은 2015년 기준 검거된 마약류 사범 수가 1만 명을 넘어섰고,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의 수를 나타내는 '마약류범죄계수' 역시 '20'을 초과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유명인들의 마약범죄가 수면 위로 떠 올라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지금에서야 잃은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데 사실 오래전부터 마약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었습니다. 이미 통제 불능 상태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운영하는 범죄통계포털 '범죄와 형사사법 통계정보'(CCJS)도 김 이사장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국은 2015년 주민등록인구수 5천152만9천338명 중 1만1천916명이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돼 마약류범죄계수가 23을 기록했다. 2012년 18, 2013년과 2014년 각각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한국의 마약류범죄계수는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해 2020년 35로 최고점을 찍었고, 지난해 역시 31로 높은 수준이었다.
김 이사장은 이마저도 겉으로 드러난 수치에 불과하다면서 수사망에 걸려들지 않은 마약 사범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적발된 마약류 사범의 28배, 쉽게 말해 30배 정도의 암수 범죄가 존재한다고 한다"며 "이를 토대로 하면 (국내) 마약류 사범 수는 4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소 도시의 인구 전체가 마약류 중독자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 이사장은 마약류가 이미 사회 구석구석 퍼져있는 상황에서 단속과 처벌만큼 중요한 것이 '재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약류 중독자의 손상된 뇌 조직은 회복되지 않는다"며 "마약류 사범을 단순히 범죄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병리학적 관점에서 질환자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질병을 치료한다는 관점으로 중독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위해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국가적 예방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학생 발달 단계에 따라 그에 맞는 예방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약물 사용 고위험 집단인 외국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중독성 물질을 조기에 찾아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도 주문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합성 대마나 케타민, 엑스터시 등 신종 마약류가 10대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며 "아직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중독성 물질을 적발·분석해 신속히 마약류로 지정·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최근 유행하는 펜타닐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에 10대를 마약류 사범으로 내모는 대표적인 약물이 바로 펜타닐"이라며 "펜타닐은 그 특성상 용량 조절이 어려워서 과다 복용에 따른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료용 마약류 물질이 널리 퍼지는 것도 마약 중독자를 양산하는 한 원인으로 꼽았다. 다이어트약이나 우울증 치료제, 수면제 등은 물론 과잉행동증후군 치료 약도 마약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는 의료용 마약류 근절을 위해 약사가 중독성 약물에 한 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를 당사자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DUR 열람을 통해 중독성 약물을 치료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DUR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당사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열람할 수 있다.
경희대 약학대를 나온 김 이사장은 경기도약사회 부회장과 대한약사회 사회복지정책단장 등을 역임한 보건 전문가로, 이달 14일 마약류 범죄 예방과 중독자 재활을 지원하는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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