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아파트 가격… 최적의 매수 시기는?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2. 10. 27. 1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기훈의 경제 TalkTalk]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②/②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매수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매수 타이밍 보다는 매수 가격에 대한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진은 지난 10월 20일 서울 은마아파트 단지 앞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시민이 매물과 전월세 정보를 살피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①/② 편에서 계속

금리 급등과 아파트 재건축 허용이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에 관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의 답변이 끝났다. 대화는 향후 주택가격 동향과 매수 희망자들의 투자 전략으로 이어졌다.

—향후 아파트 가격이 얼마까지 떨어질 것 같나?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 하락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이 내년 하반기나 2024년 상반기에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경우 부동산은 6~12개월 후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후에 곧바로 반등하기 보다는 매물 소화 과정을 어느 정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핵심 매수세력인 MZ세대(2030)가 이번 재테크 전선에서 중상을 입었기 때문에 V자형 반등은 어렵고, 바닥이 넓은 U자 형태의 욕조형 반등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상 행진이 어느 정도 끝나고 부실 문제도 해소되어야 집값 바닥이 찾아올 것으로 본다.”

금리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부동산 매수를 미루고 먼저 빚부터 갚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10월 18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은행에 담보대출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스1

—빚을 많이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은 지금 버텨야 하나? 아니면 급급매로 낮춰서라도 팔아야 하나?

“쉽지 않은 결정이다. 주식도 아니고 어떻게 집을 투매를 하나?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를까, 한 채 보유한 경우에는 집을 팔기 보다는 부채를 줄이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살던 집을 전세 놓고, 더 싼 전세로 옮겨 남는 돈으로 빚을 갚아라. 아니면 자기 집을 전세 놓고 부모님 집으로 합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은 부채를 줄이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고금리라는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몸집을 줄여야 한다. 부채 다이어트를 먼저 하고 나서, 그래도 어려우면 다음 단계로 집을 처분하는 것이 좋다.”

—지금 팔고 나중에 떨어지면 다시 사는 전략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지금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누가 사려고 하겠는가? 헐값에 팔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다.”

매수 타이밍 vs 낙폭

—집을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적절한 매수 타이밍은?

“지금처럼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매수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내년 상반기에 금리가 어느 정도 다 오를 때까지 집을 사지 말고 미루면서 상황을 지켜보라. 그리고 그 이후에는 가격의 낙폭을 보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은 타이밍만 잰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자료=KB부동산

—낙폭을 보고 접근하라니?

“가격이 바닥에 이르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울 때에는 고점 대비 일정한 하락률(%)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가격대를 정한 뒤에 그 가격 수준까지 하락하면 사는 것이 좋다. 고점 대비 낙폭이 30%이든, 50%이든 말이다.

싸게 사라, 무조건 싸게 사라. 싸게 사면 모든 게 용서되는 법이다. 그래서 싼 매물이 나오는 분양시장, 급급매물 시장, 경매와 공매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싸게 사려면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 ‘선돈후곰’이라고 말한다. 먼저 돈을 마련해놓고 나서 곰곰이 생각하라는 뜻이다.”

재건축 아파트 vs 일반 아파트

—재건축 아파트가 좋은가? 아니면 일반 아파트가 좋은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번에 재건축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일반 아파트를 주목하는 편이 더 낫다. 가격 메리트가 구매 기준의 키 포인트이다.”

가격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재건축 아파트보다는 하락폭이 큰 일반 아파트가 더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지난 8월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뉴스1

—향후 주택 시장의 다른 특징이 있다면?

“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 그동안 월세가 빠른 속도로 늘어왔는데 이유는 네 가지이다.

첫째, 집주인들이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자 세금 납부용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했다.

둘째, 은행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세입자가 전세 대출을 받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더 유리해졌다. 월세는 한번 계약을 하면 2년간 고정 금액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전세대출보다 유리하다. 은행 전세대출의 94%가 변동금리이다.

셋째, 세입자들이 깡통전세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구주택이나 빌라, 다세대주택 전세를 기피하고 있다. 깡통전세를 피하려면 보증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그 부담도 적지 않다. 그래서 지금 다가구주택 등에서는 월세 수요가 몰리면서 월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넷째, MZ세대는 단군 이래로 가장 재무 재능이 뛰어난 세대이다. 그래서 아직 집을 사지 않은 사람은 이번 기회에 집을 싸게 장만하려고 아예 월세를 살면서 목돈을 쥐고 매수 타이밍을 기다리는 사례도 있다.”

심각한 깡통전세

—깡통전세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지금 주택 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2022년 9월 현재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62%로, 2008년 9월 41%에 비하면 21%포인트 높다.

이는 전세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무이자로 돈을 그만큼 많이 빌려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입자 입장에서 볼 때 그만큼 깡통전세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위원이 잠시 쉬더니 말을 이어갔다.

“이번 집값 급락은 단순히 집주인들만 손해보는 구조가 아니다. 전세가 비율이 높기 때문에 주택가격 하락으로 발생하는 깡통주택이 고스란히 깡통전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말하자면 깡통주택과 깡통전세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세입자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시장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의 실무 책임자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야 하나?

“정보가 빠른 속도로 전달되고 수요자들도 신속하게 움직이는 스마트폰 시대에선 정책도 신속해야 한다.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정부 정책 간의 시차를 최대한 줄여야 연착륙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여소야대라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다. 많은 규제들이 법 개정을 해야 풀린다.”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해제는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규제지역은 양도세, 대출, 청약, 취득세 등 여러 규제가 연동되어 있으므로 규제 해제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서울 강남 등 핵심지역은 해제가 힘들겠지만, 수도권 외곽과 가격 하락폭이 큰 지역은 해제가 필요할 것 같다.”

(인터뷰 기사가 게재된 10월 27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규제 지역 추가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상가 vs 빌딩 vs 토지

—상가와 꼬마빌딩 등 수익 부동산 시장은?

“상가는 정기예금 이자보다 임대 수익률이 더 낮은 역마진이 발생해 거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땅 지분이 거의 없이 오로지 임대료만으로 가치가 결정되므로 금리에 훨씬 민감하다.”

—꼬마빌딩은?

“땅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호가가 약간 낮아지는 단계이지만 아파트보다는 하락폭이 가파르지 않고 완만하다.

하지만 꼬마빌딩도 MZ세대처럼 영끌 대출을 받거나, 법인의 경우 시설자금으로 빌딩 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아 매입한 사례가 많아 고금리 영향을 받을 것이다. 아직 공실(빈사무실)이 많지 않고 임대료 수입이 있어 견딜만 하지만, 경기침체가 본격화되어 공실이 발생하면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꼬마빌딩은 땅 지분이 많아 아파트보다 가격 하락 폭이 작지만, 불황이 장기화 되면 대출 비중이 높은 물건들이 급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한 꼬마빌딩./땅집고

—오피스텔은?

“상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는?

“토지는 금리와 경기에 둔감하다. 가격이 크게 하락하기보다는 거래 절벽에 휩싸일 것이다. 아파트보다 가격 하락폭이 깊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끌 푸어’

시계를 보니 오후 6시 40분을 넘어간다. 박 위원은 인터뷰 내내 스마트폰의 확산과 MZ세대를 부동산 시장의 변화 요인으로 여러 차례 거론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많은 MZ세대 투자자가 ‘영끌 푸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래서 마지막 화제를 ‘영끌 푸어’로 골랐다.

—'영끌 푸어'가 무슨 뜻인가?

“영혼까지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려 집을 샀다가 고금리 폭풍 때문에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한다. 고금리는 중단기적으로 많은 후유증을 낳을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영끌 푸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나?

“돌이켜 보면 지난 2012년 4분기에는 ‘하우스 푸어’ 사태가 절정에 달했다. 당시에는 과도한 대출로 고통을 받는 세대를 하우스 푸어라고 했다. 2012년 가을 이맘 때 당시 SBS TV ‘자기야’ 프로그램에 전문가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주제가 하우스 푸어였다. 가족오락 프로그램까지 하우스푸어를 다룬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때보다 집값이 더 많이 올라서 대출 금액도 더 늘었다. 안타깝지만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영끌족들이 주로 MZ세대이므로 영끌 푸어도 MZ세대 중심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들의 불행의 시작은 어찌보면 저금리 활황기에 재테크를 배운 게 아닌가 싶다.”

박 위원은 이 대목에서 “‘자기야'에서 하우스푸어를 다룬 시점이 집값 바닥이었다”고 회상하면서 “TV의 일상 오락프로그램에서 영끌 푸어 문제를 다룬다면 사회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집값이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시 MZ세대 관련한 질문을 이어갔다.

부동산 빚 투자의 후유증이 심각해져 사회 문제가 되면 TV의 일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이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SBS

—MZ세대의 어떤 특징이 영끌 푸어의 비극을 만들었나?

“MZ세대는 조급증이 심하다. 기성세대의 벽을 단박에 넘고 싶은 심리를 갖고 있다. 그래서 빚 내서 투자하는 패턴이 일반화되어 있다. 월급을 모아 부를 이루기 어려운 세대, 비정규직이 많아 직장 내 신분이 불안한 세대,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라는 점이 이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코인, 주식, 부동산 모두 모험적으로 투자했다가 쓴맛을 봤다.

MZ세대를 자주 만나면서 느낀 그들의 특성은 기성세대와 자신을 수평비교하는 점이다. 30대 젊은이가 이미 직장생활을 오래한 50대 선배들과 자신을 수평비교해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MZ세대는 조급증과 ‘모 아니면 도’ 방식의 투자 습관을 버려야 한다.”

MZ세대가 배워야 하는 교훈

—MZ세대가 이번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첫째, 빚을 무서워해야 하는데 무서워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적절한 빚은 내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자 담요가 되지만, 잘못 쓴 빚은 나를 파멸로 이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빚의 이중 성격을 잘 인식하고 위험한 ‘부채주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투자 방식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기성세대의 벽을 단박에 넘겠다는 조급증 때문에 자산 분산도 하지 않고 타인의 자본을 끌어다가 우상향이 예상되는 자산에 올인하는 투자를 했다. 이러한 투기적베팅을 투자라고 생각하면 부자는커녕 중산층도 못될 수 있다. 100만~200만원으로 코인 투자를 하고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하면 다 잃어도 다음달 월급을 받으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액이 2억원, 10억원으로 커지면 가진 재산을 다 잃어버리고 회복이 안될 수 있다.”

MZ세대는 부동산 뿐 아니라 코인과 주식에서도 대규모 차입 투자를 했다. 그 바람에 금리 인상으로 자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보고 경제적 위기에 처했다. 지난 9월 1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뉴스1

—영끌 푸어가 된 MZ세대의 정신적 고통이 심할 것 같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가까운 우울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2012년 하우스 푸어 때에도 베이비붐 세대가 우울증을 겪었다. 어처구니없는 의사 결정에 대한 자기 분노가 폭발하면서 한동안 자기 혐오에 시달렸다.

MZ세대는 앞으로 월급 받을 날도, 일할 날도 많기 때문에 빨리 털고 일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집값은 항상 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다시 반등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는 사이클이다.”

자기 용서와 자기 위로가 필요

—우울증에서 빠져 나오려면?

“첫째, 과거 행동에 대한 망각이 필요하다.

둘째,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의 탓이라는 식으로 스스로 위로를 해야 한다. 나보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다니는 엘리트도 이번에 과열 분위기에 휩쓸려 영끌 투자에 뛰어들었다. 나만 실수를 한 게 아니다. 너무 자신을 학대하지 말라.

셋째, 이번 영끌 푸어 사태를 계기로 반성적 사유를 해야 한다. 투자를 할 때 빚을 쓰면 쓸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점, 자산 가격이 많이 오르면 많이 떨어질 수 있다는 변동성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사태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무엇보다 마음을 크게 다치면 안 된다. 이번 투자 실패에 대해 인생의 수업료를 냈다고 담담하게 생각하라. 그래야 재기가 가능하다. 지금은 MZ세대에게 자기 분노 보다는 자기 용서가 더 필요한 시기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이 지난 10월 21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부동산 시장 동향과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기훈

☞ ①/② 편으로 되돌아가 보기

(‘이어 보기’ 아이콘이 작동하지 않으면 검색창에 ‘박원갑 부동산’을 입력하세요.)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