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공화당이 이기면 어쩌나' 유럽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강민경 기자 2022. 10. 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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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매카시 백지수표 발언에 유럽 촉각 곤두세워"
영국 의원 "미국이 눈 깜빡이기 시작하면 다른 나라들도 그럴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질 바이든 여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포옹을 하는 동안 꽃다발을 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연대하는 유럽 동맹국들이 내달 8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에 대항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의 연합 전선에서 미국이 한 발 물러나면서 단합이 깨질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회의적이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의장직에 유력한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미국 펀치볼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쓰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이 큰 파장을 낳았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제한적으로 군사적·인도적 지원을 퍼붓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매카시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우크라이나 원조가 공화당 주도 하원에서 더욱 험난한 길에 직면할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8개월동안 서방은 단일대오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이들은 930억달러(약 132조원) 규모 이상의 군사·금융·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서 미국은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

유럽은 이제 막 우크라이나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선 상황에서 가장 큰 지원국이었던 미국이 한 발 뺄 경우 전황이 불리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나섰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영국 의회의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토바이어스 엘우드 보수당 하원의원은 "지난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양의 미국 무기가 흘러들어가지 않았다면 러시아를 후퇴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어떠한 감속도 현상을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엘우드 의원은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손에서 놀아나게 될 수 있다"며 "미국이 후퇴한다면 푸틴은 패배의 턱에서 승리를 낚아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군사 지원이 감소하면 다른 서방 국가가 이를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270억달러(약 38조원)의 군사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군사 지원(37억4000만달러)을 약속한 영국의 7배가 넘는다.

분석가들은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잠재적인 지원 축소분을 메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액을 추적하는 독일 키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를 기준으로 했을 때 발트해 국가인 라트비아는 자국 GDP의 0.9%에 해당하는 금액을 우크라이나이나에 원조로 제공했지만 미국의 원조 규모는 미국 GDP의 0.2%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액수로만 보면 미국의 지원 규모를 능가하는 국가는 없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요구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기반 시설에 집중 포격을 가하면서 일부 지역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내년 생존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지난 25일 독일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서 월 30억달러에 달하는 지원금 외에도 170억달러 규모의 즉각적인 경제 구호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도네츠크 리만 인근 도로에서 장갑차 위에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2022.10.08/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나탈리 토치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WP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인들이 연합 전선을 만들도록 자극하고 규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이것이 미국 내부적으로 흔들린다면 '하우스 오브 카드'가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실제로 줄일지는 아주 미지수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경우 "필요한 무기를 적시에 인도하고 더 큰 지원을 보장하는 데 감독을 집중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책은 현재까지 초당적인 지지를 얻었으며, 지난주 실시된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2%가 우크라이나에 추가적인 군사 원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이런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를 순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영국의 엘우드 의원은 서방 국가들이 경기 침체로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점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엘우드 의원은 "미국이 나서면 다른 나라들도 그 뒤를 따른다"며 "미국의 재정적, 군사적 지원 규모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미국이 눈을 깜빡이기 시작하면 다른 나라들도 그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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