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도 깨무는 늑대거북, 계속 키우려면 허가받아야

돼지풀아재비와 함께 생태계교란생물 지정…수입·사육 금지
유입주의생물도 160종 추가…중국미꾸라지는 명단에서 빠져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반려동물로 인기 많은 늑대거북을 계속 키우려면 내년 4월까지 환경 당국에 사육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환경부는 28일부터 늑대거북과 돼지풀아재비를 생태계교란생물에 포함하고 다른 생물 160종을 유입주의생물로 지정하는 '생태계교란생물 및 유입주의생물 지정 고시'를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늑대거북과 돼지풀아재비를 수입·사육·양도·양수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하는 고시를 행정예고한 바 있다.

늑대거북과 돼지풀아재비는 지난해 국립생태원의 생태계위해성 평가에서 1급을 받은 종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건너온 늑대거북은 늑대처럼 길게 늘어진 꼬리를 지녔다. 꼬리에는 톱니 모양의 용골이 솟아있다. 볼록한 등갑에 난 가시 모양의 용골은 자라면서 평평해진다.

영역성이 강한 늑대거북은 국내 하천 생태계 최강자로 꼽히는 왜가리일지라도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면 공격한다. 외국에선 사람을 문 적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류, 조류, 포유류, 양서류를 가리지 않고 먹는다.

수명은 최대 30년이고 덩치도 크다. 다 자라면 등갑만 25∼47㎝에 달하고 머리와 꼬리까지 합하면 80∼100㎝가 된다. 몸무게는 6∼10㎏ 정도지만 야생에서 39㎏에 달하는 개체가 발견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유기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늑대거북은 국내에 천적이 없지만 이미 야생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2021년 자연생태계에서 늑대거북이 발견된 사례가 15건이나 된다. 올해 6월에는 광주 운암저수지에서도 한 마리 발견됐다.

환경부는 늑대거북이 반려동물로 길러지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해 수거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늑대거북을 계속 키우려면 6개월 동안 사육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지방환경청이나 유역환경청에 늑대거북을 직접 전달해도 된다. 인계된 개체는 보통 동물원이나 수족관 등에 전시·교육용으로 분양되지만, 인수할 기관이 없으면 안락사될 수도 있다.

돼지풀아재비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지정한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으로 국내에선 1995년 경남 통영시에서 처음 발견된 뒤 서울과 전북 무주군에서 확인됐고 작년 조사에선 경남 창원시와 고성군에 분포하는 것이 파악됐다.

남미가 원산지인 돼지풀아재비는 한 개체가 종자를 2천400∼3만개 생산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

자체적으로 화학물질을 만들어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타감작용'을 일으켜 45개국 이상에서 위해종으로 보고됐다. 사람에게는 알레르기 비염과 가려움증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늑대거북과 돼지풀아재비가 명단에 추가되면서 생태계교란생물은 1속(붉은귀거북속 모든 종) 36종으로 늘었다.

생태계교란생물은 학술연구나 전시 등을 목적으로 지방(유역)환경청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수입·사육·양도·양수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되기 전 사육하거나 재배하던 사람은 지정일로부터 6개월 내 신고를 하면 계속 사육·재배할 수 있다.

유입주의생물은 160종이 추가되고 1종이 해제되면서 557종이 됐다.

신규 유입주의생물은 포유류 로키산엘크 등 11종, 조류 회색뿔찌르레기 등 10종, 어류 카멜레온틸라피아 등 21종, 절지동물 열대불개미 등 2종, 양서류 참나무두꺼비 등 12종, 파충류 거대어미바도마뱀 등 8종, 식물 해변아카시아 등 96종이다.

중국미꾸라지는 생태계위해성 평가에서 2급 및 미관리종으로 판정돼 유입주의생물 명단에서 제외됐다.

유입주의생물을 들여오려면 지방(유역)환경청 사전승인이 필요하며 불법 수입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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