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스토 프로토콜 "한국도 톱클래스 공포 게임 보유국이 됐다"
- 칼리스토 프로토콜 2차 공식 트레일러
"크래프톤과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정말 각잡고 만들었네"
'바이오하자드8 빌리지 DLC'를 시작으로 '다크 픽처스 앤솔로지: 더 데빌 인 미'를 거쳐 '칼리스토 프토로콜'까지. 공포 게임을 즐기는 기자가 기대하는 2022년 4분기 신작 3총사다. 마지막을 장식할 칼리스토 프토토콜은 한국 게임사 크래프톤 자회사인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신작이라 가장 기대가 크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2320년 목성의 위성 칼리스토에서 펼쳐지는 차세대 서바이벌 호러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제이콥 리가 되어 전염병으로 인해 생겨난 끔찍한 괴물 '바이오파지'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다. 세계적 흥행을 거둔 SF 호러 게임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만든 글렌 스코필드가 주도해 기대작으로 부상했다. 오는 12월 2일 출시 예정이다.
출시일 전에 찍먹 기회가 생겼다. 지난 18일 크래프톤 사옥에서 미디어 시연회가 열렸다. 시연회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5로 중반부인 '해비타트' 구간을 체험했다. 과연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2022년 공포 게임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수 있을까?
■ 비주얼 "현실감 대박"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묘미는 비주얼이었다. 현실감 넘치는 고퀄리티 그래픽이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배경과 캐릭터의 조화도 적절했다. 특히 피나 진흙이 뭍으면 챕터가 넘어갈 때까지 유지되는 디테일도 갖췄다. 주변 사물이나 배경에도 그대로 남아있어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게 느껴졌다.
인터페이스도 칭찬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인터페이스가 복잡하고 크게 노출되면 직관적일 순 있어도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칼리스토 프토로콜은 캐릭터의 HP가 목 뒤에 부착된 게이지로 나타나고 탄 수도 총 위에 작게 표기됐다. 그 외 UI들은 평상시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설계하니까 게임이 아니라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확실히 화면에 빠져들 수 있는 장치다.
비주얼과 연계시킨 컨트롤 연출은 칼리스토 프로토콜만의 재미로 이어졌다. 물이 쏟아져 거대 하수도를 봅슬레이처럼 통과하는 장면이 있다. 보통 컷인이나 시네마틱 연출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아케이드 액션으로 소화했다.
이때 난이도가 제법 어려운 편이라 6번 정도 사망했는데 비주얼 덕분에 죽는 모습을 저절로 감상하게 됐다. 비주얼만으로 재도전의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은 훌륭한 구간이었다.
이에 따라 가장 인상적인 요소를 꼽자면 캐릭터가 죽거나 적을 죽인 장면이다. 매우 현실적이고 잔인하다. 개발팀이 참혹한 시체를 직접 보면서 연구했나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게임에서 사망하는 경우의 수를 거의 다 경험한 것 같은데 죽다보니까 "정말 저렇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다.
"현실적인 비주얼은 감탄할 만하다. 주변 사물들과의 상호작용, 배경과의 그래픽 조화 등이 적절하게 잘 어울어졌다. 최적화에도 신경을 많이 쓴 덕분에 프레임 저하 현상 없이 확실하게 방어됐다"
■ 공포감 "마니아에겐 신라면, 초보자에겐 불닭면"
공포 게임에서 무서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라면 어두컴컴한 분위기, 화들짝 놀라게 만드는 연출, 고어 장면를 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공포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얼마나 무서울까 기대했다.
시연회에서는 스토리 중반부터 시작한 탓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당연히 공포감도 제대로 만끽할 수 없었다.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도 없는 구간이라 더욱더 아쉬웠다. 특히 액션 기반 공포 게임 특성상 시간이 흐를수록 액션에 비중이 높아진다. 시연을 마치니까 더욱더 초반부 플레이에 대한 갈증이 타올랐다.
감옥에서 탈출하는 내용이다보니 환풍구를 통한 이동이 많다. 기자는 환풍구 안에서 여러 액션을 취해봤다. 전진 외에는 다른 액션은 불가능했다. 만약 환풍구에서 여러 액션을 취할 수 있다면 언제든 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면 환풍구를 이동할 때 긴장감이 유지된다.
공포 게임의 수작이라 불리는 '아웃라스트'를 예로 들어보자. 생존형 공포 게임은 보통 주변에 배치된 캐비닛 안에 숨어 적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난다. 일반적인 공포 게임은 캐비닛 안에 숨으면 적이 그냥 지나친다.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캐비닛에 들어가면 안도감을 느낀다.
아웃라스트는 캐비닛을 2~3개 정도 제공한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캐비닛 안에 숨으면 적이 무작위로 1개를 열어본다. 즉 캐비닛 안에서도 플레이어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공포 게임 설계의 디테일이다. 아쉽게도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환풍구, 사다리 이동 시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확실히 공포감이 풀어지는 요소다.
분위기 또한 세계관과 스토리 배경에 비해 밝은 편이다. 정확히는 전체적인 조명이 환해서 분위기도 덩달아 밝아보인다. 이 또한 중반부라서 밝아졌거나 혹은 세팅 자체를 밝게 설정한 탓일 수도 있다. 시연 버전 기준 비슷한 예시를 찾는다면 바이오하자드 RE:3정도다. 그래도 공포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충분히 긴장할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고어 장면은 잔인하게 잘 표현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게임은 정말로 현실적인 고어 연출을 자랑한다. 개인적으로 공포 게임은 현실감을 중요시 여기는 만큼 너무 만족스러웠다. 다만 혐오감도 수반된다. 고어물에 거부감이 있는 게이머라면 꽤나 고생할 것이다.
"시연회에서는 초반 플레이를 즐길 수 없어 공포감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조명은 밝았지만 BGM와 효과음이 음산한 분위기를 부각시켰다. 고어 장면은 소름 끼칠 정도로 현실적이라 만족스러웠다"
■ 전투 및 액션 "회피 시스템 정말 환상적이야"
전투·액션에서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데드 스페이스와 비교하면 확실히 발전했다. BGM, 효과음, 주변음, 괴성 등 각종 사운드 요소가 알맞게 배치되어 전투의 급박함과 액션성이 부각됐다.
다만 다양한 공격 요소가 추가되면서 난이도가 조금 낮아졌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 몰입에 맞춰 적절한 난이도라고 생각되지만 하드코어 콘텐츠를 즐기는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
공격 방식은 원거리 공격인 사격과 근접전, 중력을 이용한 그립, 마무리 일격을 날리는 밟기로 구성됐다. 기본적으로 바이오파지는 일정 대미지를 입으면 더 강한 형태로 변하므로 반드시 확인 사살해야 한다.
난이도 감소의 원인은 그라비티 건에 있다. 적이나 사물을 당겨 봉인하고 날려보낼 수 있는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무조건 잡아보고 시작하자"는 전투 패턴이 머릿속에 각인됐다. 그라비티 건으로 봉인한 후 터빈이나 절벽으로 적을 날려보내면 한 번에 죽일 수 있으니까 난이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를 활용해 죽이면 쾌감 하나만큼은 최고다. 이는 대중성을 높이는 장치가 될 소지가 높다.
그라비티 건으로 적을 잡아 벽으로 날려보내고 일어나는 적을 향해 핸드 캐넌을 쏘면 1발에 즉사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연 후반부에 알아냈다. 시연을 시작할 땐 1개체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웠고 계속 죽어 스트레스였는데 이를 알게 되니까 전투에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만의 전투 패턴을 알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련해서 핸드 캐넌 총탄을 여유롭게 제공하지 않는다. 바이오하자드 RE:2보다는 많지만 넉넉하진 않다. 인벤토리도 좁다. 효율성을 위해 자연스레 둔기를 활용한 근접 공격을 자주 사용했다. 근접 공격 시전 시 적의 공격 방향에 맞춰 방향키를 이동하면 회피할 수 있다. "이 시스템 정말 잘 넣었다"라고 100번 넘게 칭찬하고 싶다. 공격보다 회피를 성공했을 때의 재미가 환상적이다.
근접 공격은 타격감이 근사하다.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공격 성공 시 경직 효과가 무한하지 않으므로 무작정 공격하다간 적의 반격에 그대로 죽어버린다. 나의 공격과 적의 공격이 뚜렷하게 구분된 소울라이크 장르와 유사하므로 적의 공격 타이밍에는 회피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 참고로 적의 공격이 매우 강하다. 적이 두세 명 몰린 상태에서 총탄이 없으면 앞이 깜깜해질 정도다.
전반적인 컨트롤은 복잡하다. 전투 상황에서 눌러야 하는 키가 많다. 기자의 경우 게임 패드보다는 키보드, 마우스가 익숙한 편이다. X를 눌러 적을 봉인하고 R2를 눌러 날려보내고 L1으로 조준해서 R1으로 쏘는 복잡한 패드 컨트롤에 적응하느라 고전했다. 반대로 키보드, 마우스로 플레이하면 정말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팀은 듀얼센스의 미세 진동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서 상황에 따라 진동이 달라지게 만들었다. 듀얼센스로 즐길 경우 한층 더 높은 액션성을 만끽할 수 있었다. PC 플랫폼으로 즐길 예정이라도 되도록 듀얼센스를 하나 장만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투는 정말 만족스럽다. 근접 액션은 확실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듀얼센스 기능을 잘 녹여낸 만큼 패드로 즐기면 전투의 재미가 극대화된다. 그라비티 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난이도 편차가 크다.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재미도 일품이다"
■ 총평 "이런 게임 언제든 환영이야"
공포 게임 마니아 입장에서 늘 아쉬웠던 점이 있다. 장르 자체가 워낙 비주류라서 아웃라스트, 스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처럼 고퀄리티 공포 게임이 출시되는 빈도가 적다는 사실이다.
물론 인디 게임은 무수히 쏟아진다. 공포는 매운맛과 같다. 먹을 땐 고통스러운데 계속 생각난다. 공포 게임에서 계속 길을 걸어가면 당연히 무섭다. 그것을 알면서도 점점 빠져든다. 공포를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즉 몰입감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릴 수 있는 감정이니까 인디 게임들이 공포 장르를 자주 활용한다.
다만 저예산으로 개발되는 인디 게임은 그래픽, 분량, 연출, 사운드 등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파피 플레이타임과 같은 명작은 정말 극소수다. 공포 게임 팬 입장에선 사일런트 힐, 암네시아, 데드 스페이스, 아웃라스트 등 유명 공포 게임 IP 명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이것이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환영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2017년 이후 모바일 게임 출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한국 게임 시장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PC, 콘솔 게임이라 출시만으로 기특하다.
다만 공포 게임 장르가 마니악한데다가 고어물은 더욱더 호불호가 나뉘니까 대중성에서는 다소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를 캐릭터들로 극복한 작품이 '바이오하자드'인데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는 덕심을 유발할 만한 캐릭터를 볼 수 없었다.
다행히 최근 게임 인플루언서들이 각종 콘텐츠로 공포 게임을 다루는 트렌드는 희소식이다. 칼리스토 프로토콜도 인플루언서와 시청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높다. 개인 방송과의 시너지 효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면 시리즈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후속작이나 DLC에서는 대중성의 약점을 보완한다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유명 공포 게임 IP들과 충분히 어깨를 견줄 가능성이 보인다. 아낌없이 응원하고 싶은 게임이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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