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첨단 AI검사서도 남세균 검출” MBC보도, 실상은…
환경과학원도 작년에 이 검사법 사용해 연구
文정부때도 똑같은 결과…대단한 발견처럼 보도
경북대 신재호 교수팀이 유전자 분석법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검사법을 통해 대구 현풍읍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를 검사한 결과 유해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발견됐다는 지난 21일 대구MBC 보도와 관련, 국립환경과학원이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는 녹조(綠藻)와 무관한 물을 대상으로 분석해도 남세균DNA가 흔히 발견되는 검사법이며, 독성을 가진 ‘살아있는 남세균’인지 여부는 확인이 불가한 부정확한 방법”이라고 27일 반박했다.
과학원은 해당 방법이 대구MBC가 수돗물 및 필터 시료(試料)를 조사한 낙동강 권역뿐만 아니라 한강 수계 정수(淨水)에서도 남세균 DNA가 쉽게 발견되는 방법으로써, ‘먹는 물 안전’과 결부된 ‘살아있는 남세균’ 여부를 가늠할 땐 공정시험기준인 ‘현미경 검사법’을 따라야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남세균 DNA가 발견됐다는 대구MBC 보도가 심각한 문제처럼 다뤄졌지만, 실상은 ‘마이크로바이옴 조류(藻類) 분석’ 자체가 ‘남세균 DNA 검출’이라는 결과를 흔하게 도출하는 검사법이란 뜻이다.
27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학원은 “국내외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해 수돗물에서 남세균의DNA가 발견된 사례는 흔하게 발견되지만 ‘활성 여부’(살아있는 남세균으로서 독성을 가졌는지 여부)는 확인이 불가하다”며 “유전자 분석은 시료에 죽은 세포의 DNA 파편이 일정량 이상 포함되면 검출될 수 있는 한계점 있고 이 경우 살아있는 남세균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어 권장되지 않는 조사법”이라고 밝혔다.
과학원은 “미국·이탈리아·중국·스페인 등 해외에서 발간된 다수 논문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법을 통한 ‘수돗물 내 남세균(Cyanobacteria) DNA’가 확인된 사례는 흔하다”면서 “지난해 과학원이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한강 수계 정수장의 정수를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에서도 남세균 DNA가 각각 8월 7.93%, 10월 18.79%, 12월 6.12% 비율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바이옴에서 남세균 DNA가 발견된 것이 ‘먹는 물 안전’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앞서 대구MBC는 지난 21일 <[단독] ‘대구 수돗물 필터’ 최첨단 검사에서도 남세균 확인> 보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첨단 유전자 검사를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이 아닌) 다른 연구진에 의뢰했고, 이번에도 독성물질을 만드는 남세균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남세균이 있는지 없는지 뿐 아니라 몇 마리가 어떤 종류가 얼마나 있는지 전체 세균 중 얼마나 있는지 등을 다 알려주는 방법이며, (분석한 시료에서)2% 정도가 남세균인 것으로 나왔다”는 신재호 경북대 교수의 인터뷰도 실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확인된 1만 18개 유전자 조각 가운데 모두 291개의 남세균이 검출됐다”고도 했다.
대구MBC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석법 자체를 ‘최첨단’ 등으로 표현하며 대단한 기술처럼 표현했지만, 실상은 과학원도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정수처리공정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거동 평가 및 제어방안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며 사용한 바 있던 검사법이었다. 과학원이 밝혔듯 이 검사법을 통해 남세균 DNA가 발견되는 것도 흔한 일로 신 교수가 밝힌 ‘시료 내 2%가 남세균’이라는 결론도 놀라운 발견은 아니었던 셈이다.
과학원은 “남세균 검사는 ‘공정시험기준’에 따라 검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MBC는 수돗물에서 간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마이크로시스틴을 일으키는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됐다고 줄곧 주장해왔지만, 비(非)공인 방법을 통한 일방적 주장일뿐, 공인시험방법을 통해 같은 결과를 입증한 적은 없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남세균 DNA’가 나왔다면, 공인시험방법인 현미경 검사법을 통해서도 이를 입증하면 되지만 그 결과는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대구MBC는 지난 25일 <’남세균 현미경 측정법’, 수질 검사에는 부적절>이란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 조류경보제의 잣대로 쓰이는 남세균 측정법은 그 수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식이지만 정확성이 떨어지다 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인시험방법으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공인시험방법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과학원은 “현미경 검사법은 조류 종(種)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 고시(수질오염 공정시험기준)에서 정한 공인검사법으로, 조류 모니터링시 통상적으로 활용하는 검사법”이라며 “미국(EPA), 호주 등 해외에서도 현미경 검사법을 채택해 조류 종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MBC는 해당 보도에서 “현미경 상으로는 남세균이든 일반 세균이든 그냥 점으로 보이기 때문에 남세균이 있는지 혹은 어떤 종류인지 현미경으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신재호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과학원은 이에 대해서도 “현미경으로 남세균이 확인 안 된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며 “마이크로시스티스의 경우 크기가 5㎛(마이크로그램) 내외여서 검경배율 100~1000배 확대를 통한 현미경 검사법으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실제 ‘검경배율 400배’를 적용하면 마이크로시스티스의 크기가 약 2mm로 확대된다.
이주환 의원은 “대구MBC는 먹는 물 안전에 심각한 공포감을 초래하면서도 비공인 검사를 통한 일방적 주장만 제기했을 뿐, ‘공인시험방법’을 통한 결과는 한 번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녹조와 무관한 물에서도 ‘남세균 DNA’가 흔하게 발견되는 마이크로바이옴 방법을 써놓고 마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과장한 보도 역시 객관적·중립적 보도가 아니라 ‘녹조가 심한 낙동강 권역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가 나왔다’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이에 대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세균 DNA가 쉽게 검출되는 검사법을 사용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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