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광산서 노동자 2명 고립…14시간 지나서야 신고
커피 믹스 가루와 20ℓ짜리 물통 갖고 들어가
소방당국 “생존 가능성도 있어”
경북 봉화의 한 아연광산에서 노동자 2명이 갇혀 소방당국이 구조에 나섰다. 업체 측은 사고 발생 직후 14시간이 지나 뒤늦게 소방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광산에서는 지난 8월에도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북소방본부는 27일 오전 8시34분쯤 봉화군 소천면의 한 갱도에서 50대와 60대 노동자 2명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구조작업을 벌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과 경찰 등은 인력 135명과 장비 29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실종된 노동자들은 지하 190m 지점에 고립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지난 26일 오후 6시쯤 제1수갱 레일설치 등 작업을 하기 위해 광산 지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아연을 채굴하는 곳이다.
사고는 제1수갱 지하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 들어온 펄(진흙 토사물)이 갱도 안으로 쏟아지면서 발생했다. 이 펄은 아연 채광을 위한 채광원료와 수분이 섞여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갱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매몰된 노동자 2명은 지하 190m 아래 수평 공간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 관계자는 지하 수평공간이 가로와 세로 각 1m 정도로 넓어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크다고 소방당국에 전했다.
업체는 두 작업자가 커피 믹스 가루와 20ℓ짜리 물통을 절반 정도 채운 상태로 지하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제1수갱과 제2수갱이 연결된 상태로 산소공급은 원활하다”며 “갱도 안에는 맑은 지하수도 흐르고 있어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후 14시간 만에 신고…사고 왜 숨겼나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6시쯤 발생했다. 매몰된 노동자 2명은 다른 노동자 5명과 굴 모양으로 땅을 파고 들어가는 굴진 작업을 했다. 지하 30m와 90m 지점에 각 2명과 3명, 지하 190m 지점에서 2명이 작업을 벌였다.
이후 지하 30m 지점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은 사고 당시 전기가 끊기는 등 이상 신호를 감지해 이날 오후 8시쯤 스스로 탈출했다. 지하 90m 지점에 있던 노동자 3명은 펄에 휩쓸려 내려가 갱도 안에 갇혔다가 업체 측에 의해 구조됐다.
매몰된 2명은 지하 190m 지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현재 쏟아진 펄에 갇혀 190m 아래 수평공간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 측은 밤샘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실패한 뒤 14시간이 지나서야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업체 측은 이날 브리핑 현장에서 “밤샘 구조를 하다 보니 경황이 없었다”며 “갱도는 무전 등 무선 연결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는 지난 8월29일에도 광산에서 붕괴사고로 2명이 매몰되는 사고를 냈다. 당시 사고로 2명 중 1명이 숨졌다.
소방 관계자는 “지난 사망 사고도 같은 제1수갱에서 발생했다”며 “다만 수직 하강 깊이나 거리 등 사고 발생 좌표는 다른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50m 깊이 암석 제거해야 구조 가능…시간이 관건
소방당국은 제2수갱을 통해 암석을 제거하며 제1수갱 사고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제2수갱에서 사고지점까지 수직으로 140m, 수평으로는 250m다. 다만 수평공간이 직선이 아닌 만큼 이동 거리는 450m로 추정된다.
제2수갱은 1988년 설치돼 광물 작업이 모두 완료된 폐수갱이다. 수직거리로는 140m까지는 장애물이 없지만, 노동자들이 고립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평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약 130m 길이를 뒤덮은 암석을 파내야 한다. 구조당국은 이날 오후 3시까지 130m 중 약 22m를 파내 진입로를 확보했다. 업체 측은 구조 가능한 지점까지 도달하려면 최소 사흘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2수갱을 구조 루트로 선정한 이유는 작업공간 때문이다. 1수갱보다 작업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어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소방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광산안전사무소 소속 광산안전관 3명도 현장에 급파됐다”며 “광산 안에 숨 쉴 만한 공간이 있고 생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대한 신속히 구조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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