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청소년 마약 범죄 증가한다는데…얼마나 늘고 있나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최근 국내에서 마약의 유통·복용이 확산하는 가운데 특히 청소년 마약 이용과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달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청소년 마약 범죄의 심각성을 질타하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마약 김밥', '마약 핫도그', '마약 베개' 같은 이름을 단 상품이 팔리는 등 '마약'이라는 단어가 우리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점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려 청소년 마약 사범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진영 변호사는 이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식품이나 상품명에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마약 이용 실태는 아직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달 5일 국정감사에서 "청소년 대상의 (마약류 이용) 실태조사를 내년에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청소년들의 마약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10대 마약류 사범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마약류 사범, 5년 새 4배 이상으로 급증…마약은 암수범죄 많아
검찰의 마약류 범죄백서와 마약류 월간 동향을 보면 19세 이하(이하 10대로 통칭) 마약류 사범은 올해 들어 8월까지 3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2.7% 늘었다.
2017년 1∼8월엔 10대 마약류 사범이 87명에 불과했던 점을 보면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5년 사이 4배 이상(4.28배)으로 늘어난 셈이다.
372명이라는 숫자 자체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마약 범죄가 속성상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暗數犯罪·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했거나 수사 결과 증거 불충분으로 입증되지 못한 범죄)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무게감이 달라진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등이 쓴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 측정에 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은 28.57배로 예측됐다.
즉, 공식 통계상 올해 8월까지 청소년 마약 사범은 372명이지만 적발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한 실제 마약 사범은 여기에 28.57을 곱한 1만628명으로 추정된다는 의미다.
암수율이 높은 까닭에 실제로 청소년의 마약류 사용이 많이 늘지 않았는데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 단속이 강화되면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증가할 수도 있다.
마약사범 중 10대 비중도 2017년 0.8%에서 올해 3.0%로 '껑충'
[표] 마약류 사범 중 10대 비중 추이
(단위: %)
전체 마약류 사범에서 1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10대 마약류 사범의 비중은 2017년 0.8%에서 2018년 1.1%, 2019년 1.5%, 2020년 1.7%로 늘어나다가 지난해 2.8%로 크게 뛰었다.
올해 8월까지 10대 비중은 3.0%로,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특히 올해 들어 15세 미만 마약류 사범이 38명으로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2017년엔 15세 미만 마약류 사범은 한 명도 없었고 2018∼2021년엔 한 자릿수대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10대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이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올해 1∼8월 10대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은 244명으로, 이미 작년 한 해 규모(192명)보다 27.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향정신성의약품 사범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8%에서 올해 1∼8월 3.2%로 급증했다. 2017년엔 10대 비중이 0.3%에 그쳤다.
특히 15세 미만 마약류 사범 38명은 모두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이었다.
60대 이상은 주로 양귀비 피우고, 20∼30대는 향정신성의약품·대마 복용
현행 법령에서 마약류는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향정), 대마 등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마약은 양귀비, 아편, 코카인 등 전통적인 마약을 말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오남용하면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약물 또는 물질로, 환각제와 각성제, 진정제 등으로 세분류된다. 여기엔 필로폰으로 알려진 메스암페타민, LSD, 졸피뎀, 프로포폴 등이 포함된다.
대마류로는 대마초, 대마수지, 대마오일 등이 있다.
지난해 기준 전반적인 마약류 사범의 특징을 보면 주로 농어촌 지역의 고령층이 양귀비를 몰래 재배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아 60세 이상이 전체 마약 사범의 56.7%를 차지했다.
대마는 전 세계적인 합법화 추세에 따라 여행자, 유학생 등이 해외에서 대마를 피우거나 국내로 들여오다가 걸린 사례가 대다수이기에 20∼30대의 비중이 81.3%에 달했다.
지난해 적발된 향정신성의약품 사범 중에서도 20∼30대 비중이 55.2%로 높은 편이었다.
pseudojm@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필라테스 강사 출신 배우 양정원, 사기 혐의 고소당해 | 연합뉴스
- 결혼 앞둔 특수교사 사망에 근조화환 160개 추모 행렬 | 연합뉴스
- "전우 시신밑 숨어 살았다"…우크라전 '생존 北병사' 주장 영상 확산 | 연합뉴스
- '흑백요리사' 트리플스타 레스토랑 공금횡령 의혹…경찰 내사 | 연합뉴스
- "잘못을 고백합니다"…'비빔대왕' 유비빔씨, 돌연 가게 접기로 | 연합뉴스
- 1960~70년대 그룹사운드 붐 이끈 히식스 베이시스트 조용남 별세 | 연합뉴스
- 경찰서 유치장서 40대 피의자 식사용 플라스틱 젓가락 삼켜 | 연합뉴스
- '머스크가 반한' 사격 김예지, 테슬라 앰배서더 선정…국내 최초(종합) | 연합뉴스
- 9살·10살 자녀 둔 30대 엄마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 살려 | 연합뉴스
- 지하 벙커 물 채워 감금…"13시간 남았어" 지인 가혹행위한 40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