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 이민간 한국 사육곰의 사연…다큐 영화 '곰마워' 제작

고승아 기자 2022. 10. 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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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곰마워'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동해의 사육 농장에서 구조돼 미국 콜로라도로 이주한 한국 반달가슴곰 22마리의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온다.

26일 다큐멘터리 제작사 가이아TV는 한국 사육곰 문제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곰마워'를 오는 12월 완료를 목표로 제작 중이라 밝혔다. '곰마워'는 이같은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지난 노력을 따라가면서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지난 3월 동물자유연대와 미국의 야생동물보호소인 The Wild Animal Sactuary(이하 TWAS)가 함께 전세기를 통해 미국 콜로라도주의 대자연으로 보낸 국내 최초, 미국 최대의 이번 이주 프로젝트는 평생을 철창에 갇혀 살던 이른바 '사육곰'들이 처음 땅을 밟은 사연으로, 국내는 물론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철창 안에서 태어나 죽어야만 나올 수 있는 비극에 처한 곰들이 사람들의 노력으로 자연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자유의 소중함과 생(生)의 가치를 돌아보게 해주는 일종의 휴먼 다큐멘터리다. 동해 사육곰 22마리의 구조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한국 사육곰 산업 전반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곰을 살리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절실한 마음을 보여준다. 곰을 살려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질문을 던져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작사에 따르면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한 여러 동물단체는 오랜 기간 사육 곰 문제 해결에 힘써 왔다. 곰은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멸종 위협등급 1급으로 분류돼 국가 간 거래가 엄격히 금지된 종이다. 하지만 1981년 한국 정부는 농가 소득 보전의 일환으로 곰 사육을 권장했고, 웅담 및 쓸개즙 채취를 명목으로 철창에 가둬 사육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아 4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2022년 현재 곰 사육이 합법인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이에 사육곰 농가와 정부, 동물단체 간의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았다.

동물자유연대는 결국 소유권을 양도받아 생추어리(Sanctuary)로 보내는 방법을 추진했고, 가장 열악한 상황이었던 동해 사육농가와 협의 끝에 22마리를 생추어리로 보내게 됐다. 생추어리는 동물이 자연사할 때까지 본래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에서 돌보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는 일종의 동물 보호소로, 위험에 처한 동물들을 구조해 관리하는 공간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동해 사육곰을 따라 미국 콜로라도 야생동물보호소까지 동행했고, 전국의 사육 농가와 관련 현장들을 취재하며 사육곰이 처한 현실을 입체적으로 영상에 담았다.

다큐멘터리 연출을 맡은 영상 기자 출신 김민우 감독은 "곰에게 본래의 삶을 돌려주려는 절실한 노력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한 생의 무게는 결코 다르지 않음을 배웠다"라며 "평범한 한 개인의 생각과 시야가 넓어지는 과정을 통해 모든 생의 소중함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큐멘터리가 어떤 문제를 다룰 때 문제 제기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안은 해결할 수 있는 길까지 볼 수 있는 아주 희망적인 이야기"라며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진심이 보다 많은 분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사육곰들이 철창을 나와 땅을 밟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우리 사회가 만든 문제를 우리 스스로 풀어가는 과정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2마리 곰은 구조했지만, 여전히 300여 마리의 곰이 철창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남은 곰들을 살리자'는 여론이 조성되면 동물보호법 개정, 사육곰 특별법 제정 등의 실질적 논의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곰마워'는 현재 후반 제작이 진행 중이며, 이를 위해 소셜 펀딩도 하고 있다. 오는 12월 제작이 완료될 예정이며, 2023년 극장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계획이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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