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지구 파편, 단 4시간 만에 탄생”…45억년사 새로 쓰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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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기원에 관한 여러 가설 가운데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거대 충돌 가설이다.
45억년 전 지금의 화성 크기만 한 원시 행성 '테이아'가 원시 지구와 충돌하면서 생긴 수많은 파편이 우주로 흩어진 뒤 오랜 세월에 걸쳐 뭉쳐진 것이 달이라는 가설이다.
그런데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가져온 달 암석은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생성연대는 45억년 전이며 물질의 조성은 지구와 매우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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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테이아 충돌 후 두 덩어리 분할
충돌 잔해 중 작은 것이 달 궤도 정착
하루아침에 탄생…이전 가설과 큰 차이
‘지구와 성분 비슷한 달’ 설명 가능해져
달의 기원에 관한 여러 가설 가운데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거대 충돌 가설이다. 45억년 전 지금의 화성 크기만 한 원시 행성 ‘테이아’가 원시 지구와 충돌하면서 생긴 수많은 파편이 우주로 흩어진 뒤 오랜 세월에 걸쳐 뭉쳐진 것이 달이라는 가설이다.
그러나 이 충돌 가설엔 중요한 약점이 하나 있다. 과학자들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달은 대부분 테이아의 물질들로 구성돼야 한다. 그런데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가져온 달 암석은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생성연대는 45억년 전이며 물질의 조성은 지구와 매우 비슷했다. 이는 달을 구성하는 물질의 대부분이 지구에서 유래했을 수 있다는 걸 뜻한다. 테이아의 구성 물질이 지구와 유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 항공우주국(나사)과 영국 더럼대 연구진이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행한 새로운 시뮬레이션 결과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했다.
1억개 입자가 보여준 새로운 충돌 역학
연구진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충돌 각도와 속도, 질량, 회전 속도 등의 여러 변수를 달리해가며 400여가지의 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을 실행했다.
연구진은 특히 시뮬레이션에 사용하는 입자 수를 기존 표준치인 10만~100만개에서 훨씬 많은 최대 1억개로 늘렸다.
그 결과 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충돌 역학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시뮬레이션 영상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또 시뮬레이션에 동원된 입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역대 최고의 해상도를 갖춘 시뮬레이션 장면이 탄생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2개의 주황색 천체가 충돌한 뒤 초기 지구의 공전 궤도에 길다란 파편 덩어리가 흩뿌려진다. 곧이어 이 물질들은 2개의 덩어리를 형성한다. 두 덩어리 중 큰 덩어리가 지구에 더 가깝다.
지구에 더 가까운 덩어리는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서서히 지구와 합쳐진다. 반면 더 작은 덩어리는 넓은 우주로 빠져나가 안정된 궤도에 자리를 잡는다. 달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충돌 4시간 만에 달 궤도에 도착
이 시뮬레이션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사점은 이 모든 과정이 불과 몇시간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충돌 직후 분출한 물질은 4시간 후 지금의 달 궤도까지 다다른 뒤 두 덩어리로 나뉘어 각기 다른 길을 간다. 큰 덩어리는 지구 중력에 이끌려 다시 지구로 돌아가고 작은 덩어리만 궤도에 남아 달이 된다. 9시간 후엔 큰 덩어리가 지구와 합쳐지기 시작해 35시간 후엔 지구와 달 시스템이 완성된다. 말 그대로 하루 아침에 달이 탄생한 셈이다.
이는 충돌로 생긴 파편 덩어리가 몇달 또는 몇년에 걸쳐 서서히 뭉치면서 달이 생겨났을 것이라는 이전의 가설과는 큰 차이가 난다.
달 궤도가 기울어진 이유도 설명 가능
연구진은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달을 형성한 물질의 대부분(60%)은 지구 맨틀에서 유래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폴로 우주선이 가져온 암석 동위원소 분석 결과와도 일치한다. 또 달의 공전 궤도가 지구의 공전 궤도면에 대해 5도 기울어져 있는 이유도 이 시나리오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논문 주저자인 제이콥 케거리스 더럼대 박사(물리학)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이번 연구는 달의 진화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나사는 새로운 가설을 확인하려면 앞으로 진행될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통해 달 표면 깊숙한 곳의 암석 표본을 가져와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인 더럼대 빈센트 에크 교수(물리학)는 “달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수록 지구의 진화에 대한 지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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