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생명, 자유"…히잡 미착용 의문사 40일 맞아 이란 곳곳 시위(종합)

이서영 기자 2022. 10. 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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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니 고향인 쿠르디스탄주 1만명 모여…이란 당국과 충돌
남부서 '무장괴한' 총기 난사해 15명 사망…당국 "시위 무관"
이란 당국의 계속된 탄압에도 '히잡 반대시위'의 기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갈수록 격화 양상이다. 특히 26일(현지시간)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된 지 사흘만에 사망해 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22) 사망 40일째를 맞아 애도하는 시민들까지 합세해 시위는 전국단위로 확산 중이다.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이란 당국의 계속된 탄압에도 '히잡 반대시위'의 기세가 사그라들기는 커녕 오히려 갈수록 격화 양상이다.

특히 26일(현지시간)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된 지 사흘만에 사망해 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22) 사망 40일째를 맞아 애도하는 시민들까지 합세해 시위는 전국단위로 확산 중이다.

아미니의 고향이자 묘가 있는 서부 쿠르디스탄주(州) 사케즈에서는 1만 명이 모여 정부를 규탄했는데,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고 보안상의 이유로 지역 인터넷이 차단되기도 했다.

또 남부 시라즈 소재 사에체라그 사원에는 무장괴한 3명이 난입해 무작위로 총을 발사해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40명 이상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권단체들은 현장 영상을 토대로 이란 보안군의 소행이라고 비난했지만 이란 당국은 이란 국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AFP통신은 총격 사건으로 최소 사망자 15명, 부상자 4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란 당국의 계속된 탄압에도 '히잡 반대시위'의 기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갈수록 격화 양상이다. 특히 26일(현지시간)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된 지 사흘만에 사망해 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22) 사망 40일째를 맞아 애도하는 시민들까지 합세해 시위는 전국단위로 확산 중이다.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 마흐사 아미니 사망 40일째…이란 전역에 애도 물결 이어져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미니의 애도 40일을 맞아 그의 고향이자 묘가 있는 쿠르디스탄주 사케즈에서 집회가 열렸다.

이란 당국이 아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렬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엄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이 모였다. 이슬람 문화에 따르면 사망 40일째에 고인의 영혼이 잠시 돌아온다고 믿어 대대적인 추모 행사를 여는 것.

쿠르디스탄주는 상당수의 수니파 무슬림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곳으로 이란 당국이 시위운동을 진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란 당국은 이 지역 분리주의 쿠르드족을 테러리스트로 보고 있으며, 사회 불안을 부추긴 것에 대해 비난해왔다. 실제 사법부는 지난달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폭력 행위 등으로 1000명 이상을 기소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반관영 IS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사케즈 교외에 위치한 아미니의 묘에 1만명의 인파가 몰려 정부를 규탄했다. 인파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연신 외쳤고 일부는 도심의 주지사 집무실로 돌진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에 대응해 이란 보안군 역시 시위를 강제 진압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쿠르드 인권 단체(Hengaw)는 이날 사케즈에서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등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또 이란 ISNA통신은 '보안상의 이유'로 인터넷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아미니 묘지에서 돌아온 군중들 중 일부는 이란 군 기지를 공격할 계획을 했지만, 다른 시위 참가자들에 의해 해산됐다.

그러나 사케즈 인근 카바흐 지역의 한 다리에서는 경찰 검문소가 불에 타는 등 사고는 계속 발생했다. AFP통신이 확인한 영상에서 시위 참가자들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언급하며 "올해는 피의 해, 세이드 알리는 쓰러질 것"이라고 연신 외쳤다.

쿠르디스탄주 뿐 아니라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펼쳐졌다.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스파한, 마샤드 등지에서도 아미니를 추모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테헤란에서는 중심 그랜드 바자르(전통시장)를 중심으로 인파가 모여 "여성, 생명, 자유" 등 구호를 외쳤다.

이란 당국의 계속된 탄압에도 '히잡 반대시위'의 기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갈수록 격화 양상이다. 특히 26일(현지시간)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된 지 사흘만에 사망해 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22) 사망 40일째를 맞아 애도하는 시민들까지 합세해 시위는 전국단위로 확산 중이다.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 이란 남부서는 '무장괴한' 3명 난입해 발포…이란 당국 "시위와 무관" 일축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 남부 시라즈 소재 사에체라그 사원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지던 중인 오후 5시45분쯤 무장괴한 3명이 난입해 신도들을 향해 총기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그 과정에서 최소 15명 가량이 사망했고 40명 이상이 다쳤다.

이란 당국은 3명을 '테러범'이라 규정했다. 이란 국영 IRNA는 이들이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으로 이란 국적이 아니며 '시위와 관련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란 관리들은 오히려 시위대가 테러범이 활동하기 좋은 토대를 닦았다고 비난했다. IRNA통신은 "이 가슴 아픈 재앙은 지난 몇 주 동안 불안을 조성함으로써 적들의 음모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최후통첩"이라고 이란 당국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테러범 3명 가운데 2명은 체포됐고 나머지 한명은 수배 중이라고 밝혔다. IRNA는 테러범들은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과 같은 강경 무장 수니파 극단주의를 지칭하는 '탁피리-와하비'(Takfiri-Wahhabi)라고 보도했다. 이란 최고 안보기구 산하 매체 NOUR뉴스는 테러범들은 이란 국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총격 사건의 원수를 갚고 배후세력을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화살은 미국 등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가 공개 시위 진압에 대한 광범위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란에 조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란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는 데 쓰이는 무기를 러시아에 보내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란인권단체(IHR) 집계에 따르면 계속된 시위로 14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시위로 최소 23명의 어린이가 숨졌다고 밝혔고 IHR은 29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또 학계와 언론인, 유명 연예인을 포함한 시위자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대량 체포되는 사태도 있었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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