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나누면 기쁨 두배” … 캐릭터가 전한 36.5 ℃ 온정

정철순 기자 2022. 10. 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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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린 나눔리더 가입식에서 ‘무너’ 인형(왼쪽 첫 번째)과 이정윤(왼쪽 두 번째) 사랑의열매 전략모금본부장, ‘홀더랭이’의 서두원(왼쪽 세 번째) 씨가 사랑의열매 마스코트 ‘열매둥이’와 함께 ‘무너’의 나눔리더 가입을 축하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제공
무너 캐릭터

■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열매 - <下> 진화하는 기부문화

LG유플러스 인기 캐릭터 ‘무너’

사랑의 열매 나눔리더 가입식

판매 수익 · 팔로어 기부금 전달

단발성 아닌 팬심 통한 지속성

기업은 마케팅 효과 ‘일석이조’

“사람이 아닌 캐릭터도 기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가 예상됐던 ‘나눔리더 가입식’에는 사람 대신 문어 모습의 귀여운 캐릭터 인형이 중앙에 자리를 잡았고, 식장에는 캐릭터송이 연신 흘러나왔다. 식장 가운데 마련된 테이블 위에는 캐릭터 인형이 가득했다. 이날 나눔리더 가입식의 주인공은 캐릭터 ‘무너(MOONO)’였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린 나눔리더 가입식의 새로운 가입자는 사회초년생 이미지인 LG유플러스의 캐릭터 ‘무너’로, 약 2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수 LG유플러스 캐릭터마케팅팀장과 이정윤 사랑의열매 전략모금본부장, 무너 ‘대체불가능토큰(NFT)’을 구매한 이들의 모임인 ‘무너NFT홀더랭이’를 대표해 서두원(37) 씨가 참석했지만, 가운데 자리는 ‘무너’가 차지했다.

이 본부장이 ‘무너’ 인형에게 나눔리더 인증패를 전달하려다 서 씨에게 전달하자 식장 안에 웃음소리가 퍼졌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들은 “이렇게 재미있는 기부금 전달식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회초년생의 애환과 재미를 담은 무너의 캐릭터송 ‘무너의 꿈’이 분위기를 더 밝게 했다.

과거 무거운 분위기 속 훈화 말씀이 어울리던 기부금 전달식장 분위기는 주인공이 캐릭터로 바뀌자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기부에 동참한다는 발상은 향후 다른 캐릭터의 기부로 이어질 수 있게 해 의미가 크다. 무너의 기부금은 NFT의 판매 수익금 등으로 만들어졌다. LG유플러스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지난 5월 무너 NFT 400개를 발행했는데, 불과 2초 만에 완판시키는 기록을 내기도 했다.

무너의 팬들도 함께 기부했는데, 캐릭터 기부에 팬들이 동참해 동시에 ‘나눔리더’ ‘나눔리더스클럽’에 가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릭터를 매개로 한 새로운 기부문화 트렌드가 형성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사랑의열매에 따르면 무너의 팬 페이지 전용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무너의 팬을 ‘무말랭이’라고 칭하며, 댓글 작성 등을 통해 얻은 ‘무너코인’을 활용한 이벤트 기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종의 팬덤기부 형식으로, 이날 팬들도 함께 ‘나눔리더스클럽’으로 함께 자리했다. ‘홀더랭이’의 서 씨는 “LG유플러스가 만든 무너의 기부 로드맵과 내용을 듣고 무너 NFT를 구매했는데 팬으로서 기부·사회환원을 함께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평소 기부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캐릭터 팬으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번 행사를 계기로 캐릭터와 팬이 함께하는 기부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는 무너 캐릭터가 MZ세대의 이미지가 강한 만큼, 청년 분야 지원을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무너NFT 판매 수익금은 사랑의열매에서 진행하는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사업은 공익을 위해 청년들이 설립한 비영리 스타트업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업지원, 사업자문 등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기부가 MZ세대를 응원하기 위한 ‘무너지지마’ 캠페인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향후 캠페인을 이어가고 판매 수익을 계속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무너 NFT가 단순히 투자의 대상이 아닌 신뢰성 있는 NFT로 고객의 경험을 혁신해주는 매개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향후에도 무너 캐릭터를 활용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지속적으로 고객 경험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사회가 더욱 따뜻해질 수 있도록 기부에 동참해주신 LG유플러스와 무너 팬 고객에게 감사드리며, 전달받은 성금은 비영리 스타트업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캐릭터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유플러스가 2001년 처음 만든 캐릭터 ‘홀맨’은 한동안 사라졌다가 2020년 재탄생했고, 방송 출연 및 ‘굿즈’ 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지난해에만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했다. 홀맨은 눈사람을 연상시키는 캐릭터와 전학생이라는 설정으로 탄생 초반 10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사랑의열매 소다수(소중한 다수의 기부) 캠페인 홍보대사로 임명돼 팬들과 함께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부활동을 했다. 무너는 그의 후속 캐릭터다.

캐릭터는 모델 활동과 이모티콘·굿즈 판매, 음원 출시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수익활동을 펼치는데 기업은 선한 영향력을 위해 기부활동으로 연결하고 있다. 특히 캐릭터의 팬까지 기부에 동참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구조다. 캐릭터를 만든 기업은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팀장은 “MZ세대는 기업의 사회환원과 기부에 관심이 많다”며 “캐릭터 기부 또한 MZ세대가 선호하는 선한 영향력을 팬심과 함께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캐릭터가 생겨나고 이를 좋아하는 팬들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단발적 기부가 아닌 팬심을 통한 꾸준한 기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 동물과 함께하는 선행

경주마 이름으로 5억원 사회환원… 반려견과 함께 정기기부 프로그램

사람이 아닌 동물 명의의 기부는 늘 이목을 끌었다. 동물에 대한 애착으로 주인이 그의 이름을 따 기부에 나서는 것이다.

제1호 동물명의 기부는 경주마 ‘백광’이다. 경마계에서 난치병을 이겨낸 불굴의 명마로 불리는 ‘백광’의 마주 고 이수홍 씨는 2009년 장애인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백광의 이름으로 4000만 원을 기부했다. 백광은 2006년 대상경주에서 3연속 우승의 영광을 안았으나 2008년 왼쪽 다리에 계인대염이라는 치명적 질병으로 은퇴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 씨의 정성 어린 간병으로 난치병을 이겨냈고, 2009년 재기에 성공하며 ‘대통령배’ 대상경주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백광의 재기에 감격한 이 씨는 장애인들의 재활치료에 힘을 보태고자 준우승 상금 중 4000만 원을 기부했다. 백광과 마주의 기부는 경마팬들에게 큰 감동을 줬고, 서울마주협회와 서울 사랑의열매는 2009년 사회공헌업무협약을 맺고 매년 우승 경주마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동물명의 기부프로젝트’의 나눔 전통을 갖고 있다. 단발성 기부에 그친 것이 아니라 기부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동물명의 기부 제2호는 경주마 ‘당대불패’다. 정영식 마주는 당대불패의 이름으로 5억 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후 ‘지금이순간’과 ‘강호대세’ ‘인디밴드’ 등 명마들의 동물 명의 기부가 이어졌고, 100여 명의 마주가 명마의 이름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반려견 이름으로 기부에 동참한 것은 남성 듀오 ‘노라조’의 리더 조빈 씨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가족단위 정기기부 프로그램에 반려견 ‘다온이’와 함께하면서다. 조빈 씨 가족은 ‘착한가정’의 2000번째 회원이 됐는데, 반려견과 함께했다. 조 씨는 사랑의열매에 “사랑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착한가정’에 반려견 다온이와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더욱 기쁘고, 전국에 계신 많은 반려견 가족들이 함께하셔서 나눔의 기쁨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부모나 자녀의 이름으로 일정액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하는 가정을 뜻하는 착한가정에 가입하면 가족사진과 가훈이 들어간 인증패를 제공한다. 동물은 주로 기부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지만, 가족과 함께 기부의 주인공이 돼 이름을 남길 수 있다.

나눔리더스클럽 가입 문의 080-890-1212

협찬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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