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 “제 첫사랑이요? 표현도 못한 짝사랑이었어요”[인터뷰]
배우 변우석에게 ‘첫사랑의 얼굴’이 비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풋풋한 기억 속 아련한 ‘그’를 떠올리게 한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영화 ‘20세기 소녀’(감독 방우리)에서 말이다.
“제 첫사랑은, 실은 짝사랑이었어요. 표현도 못하고 끝나버렸거든요.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랬지?’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땐 말도 건네지 못했죠. 아마 지금도 그 친구는 모를 거예요. 성인이 되어 우연히 한번 길에서 스쳤는데, 모르는 눈치더라고요. 지금 전 어떠냐고요? 좋아하는 감정 자체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해서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하는 스타일로 바뀌었어요.”
변우석은 26일 ‘스포츠경향’과 만나 ‘20세기 소녀’를 공개한 설렘, 반응에 대한 감사한 마음, 그리고 배우로서 고민과 원동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탈하게 들려줬다.
■ “‘20세기 소녀’는 지금 이 순간 내 최고의 작품, 어떻게 제게 와줬을까요?”
‘20세기 소녀’로 변우석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그가 맡은 ‘풍운호’는 17살 소녀 ‘보라’(김유정)의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어가 반짝거리는 첫사랑의 기억으로 박혀버린 인물이라, 보는 이에게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작품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도 아직까지 얼떨떨해요. 이 순간이 참 감사하고요. ‘운호’를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을 줄 몰랐거든요. 누구나 자신을 알아봐주길 바라고 그런 순간을 꿈꾸면서 연기를 시작했겠지만, 막상 이런 순간을 맞이하니 ‘난 참 운이 좋구나’란 생각밖에 안 들어요. 특히 ‘운호’의 감정을 이해해주는 이들에겐 더 감사하고요.”
변우석의 매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하게 풍기는 작품이었다. 그가 연기한 ‘운호’는 맞춤복 같았다.
“‘운호’는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모든 걸 쏟아붓는 친구예요. 그런 부분이 저와 맞닿아있기도 하고요. 실제 제 성격과 다른 인물이었지만, 그런 비슷한 점 때문에 ‘운호’의 감정을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었죠.”
호흡을 맞춘 ‘백현진’ 역의 박정우는 신인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사이라, 한 작품으로 동시에 관심을 받는 지금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즐거워했다.
“서로 굉장히 뭉클해 했어요. 촬영장에서 만날 때마다 서로 옛날 생각을 하면서 신기해했고요. 특히 마지막 촬영 땐 서로 더 다독여주고 안아주면서 ‘우리가 진짜 열심히 달려왔구나’라는 속마음을 전하기도 했죠.”
‘20세기 소녀’로 꿈만 꾸던 부산국제영화제 무대에도 섰다. 그에게 많은 것을 현실로 만들어준 작품이 아니냐고 했더니 소년처럼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 이 순간 제겐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도 신기해요. 어떻게 이런 작품이 내게 와줬을까.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작품이 이 타이밍에 와준 걸 보면, 정말 난 운이 좋은 것 같아’라고 말하곤 하고요.”
■ “연기에 지치고 좌절했던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죠”
올해 32살, 데뷔 7년차다. 런웨이를 걷던 그가 배우로 전향한 것은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터다. ‘연기’란 놈과 실랑이를 벌이고 좌절한 순간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진짜 무너질 뻔했던 적이 몇 번 있었어요. 그때마다 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고요. 정말 끝으로 몰리면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편인데요. 누군가 제게 ‘힘들겠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네게 가장 중요한 순간일 수 있어’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더라고요. 연기에 더 열정을 가지게 됐고, 관심과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됐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마다 어려운 순간을 맞이하지만, 이미 경험을 한 번 해봐서 그런지 그걸 밟고 올라설 때 성취감이 더 크다는 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한 거죠.”
‘이젠 배우가 천생직업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되묻자 아직까진 그렇지 않다고 솔직하게 답하는 그다.
“연기를 앞으로 수십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여전해요. 물론 연기하는 지금 이 순간은 재밌고 즐겁지만요. 그래서 ‘천생직업’이다 단정짓기는 어려워요. 다만 목표는 있는데요. 제 자신이 만족스러운 연기를 하는 거죠. 상을 받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제 자신에게도 인정받는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배우는 인생을 아는 30대부터 시작’이라는 말처럼, 변우석도 30대에 접어들면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30대가 되니 좋냐고 물어보자 코끝을 찡긋거렸다.
“좋아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고민이에요. 어릴 땐 무작정 서른살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30대가 되니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가서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성공을 위해 달리는 것도 좋지만, 30대의 순간은 지금 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 자신에게도 더 잘하려고 해요. 작은 것들에 행복해하는 ‘소확행’에도 관심이 생겼고요.”
좋은 배우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제 주변에게 상처 주지 않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내가 예민한 순간이더라도 그들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자’라고 계속 생각해요.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들의 쓴소리까지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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