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경, '정신 차려'"..진선규, 13년 무명→청룡영화상, 생활고 청산('유퀴즈')[SC리뷰]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유퀴즈' 진선규의 오늘에는 13년의 무명 생활이 있었다.

진선규는 26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지난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2004년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던 진선규는 약 13년간의 무명 생활을 해왔던 바. 2017년 영화 '범죄도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고 눈물을 쏟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진선규는 '범죄도시'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셨고 물질적인 것도 아내랑 가격 안 보고 골라보기도 했다. 후배들에게 무언가 사줄 수 있을때, 지금도 그렇게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좋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수상소감도 화제였다. 진선규는 "후배들 말 들어보면 대학로가 들썩였다더라. 극단 식구 뿐 아니라 대학로에 '와'하는 소리가 들렸다더라. 전 그 수상소감을 아직도 못 봐다. 이상하게 부끄럽기도 하더라. 상을 받으면 조리 있는 소감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바보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범죄도시' 이후의 삶은 만족감을 주기도 했지만, 반대로 무게감을 싣기도. 진선규는 "시선도 달라지고 달려져 있는 내 모습이 무서웠다. 그때 아내가 '정신차려'라고 했다"고 했다.

진선규의 정신관리를 톡톡히 해줬던 아내 박보경은 tvN '작은 아씨들'에 등장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한예종 선후배 사이로 졸업 공연을 함께 하며 부부로서 연을 맺기도 했다는 두 사람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배우로서의 꿈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극단 활동 당시에도 두 사람의 월급은 30만원. 진선규는 "저는 선배네 집에 얹혀있어서 전기세, 수도세 정도만 내서 그냥 살기 괜찮았다. 설거지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아크로바틱 수업 같은 것도 했다. 돈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해서 카드도 끊겨보고 집에 쌀이 떨어지기도 했다. 쌀통에 쌀이 없는데 쌀을 살 돈이 없는 순간을 맞이했을 땐 가장으로서 이러면 안 되지 않나 싶더라. 아내에게 얘기하니 '괜찮다'고. '친구한테 쌀 좀 달라고'하라더라. 그래서 연기를 더 열심히 했다. 아내는 저보다 훨씬 더 대인배"라고 했다.

진선규는 "그때를 생각하면 힘들었다. '어떻게 버텼지?'가 아니라 그런 아내가 있었고 동료들이 있어서 제가 즐거운 연기를 놓치지 않고 해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고의 순간들은 아직도 진선규에게 강하게 남아 있다. 진선규는 "쌀통에 쌀이 없었던 순간은 필름의 한 컷처럼 남아 있다. 진짜 돈이 없어서 200만원을 은행에 빌리러 갔을 때 카드가 다 연체돼서 그 돈도 못 빌렸을 때 많이 울었다.내가 가장이 됐는데 한 사람을 책임 못 지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도 있었다. 근데 아내가 '괜찮아'라고 얘기하는 그 덤덤함 덕분에 쓸쓸함도 있었지만,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더 컸다"고 했다.

진선규의 아내 박보경은 여전히 더 담담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다. '쌀이 떨어졌네? 어떡하지?'하다가 고3때 엄마가 해준 금 목걸이가 생각나서 그걸 팔아서 쌀을 사왔다.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했다. 그렇게 묵묵히 남편 옆을 지키며 배우의 꿈을 잠시 접었던 박보경도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작은 아씨들'을 통해 10여년 만에 연기자로서 카메라 앞에 선 것. 박보경은 "제가 연기를 안 한지 10년이 넘은 것도 몰랐다.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지는 더 몰랐다. 미팅을 하고 오디션장을 가고 동화책이 아닌 대본이 손에 있다는 것에서 실감이 나서 한참 대본을 품에 안고 있었다. 내가 연기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는 걸 몰랐다. 딸이 요즘 물어본다. 아빠 직업이 배우라는 것은 아는데, 엄마가 어느 날 TV에 나오니까 '엄마도 꿈이 배우였어?'라고 묻는다. '엄마도 꿈이 배우였다. 그리고 지금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됐고 그래서 좋고 감사하다"고 했다.

진선규는 배우로서도 남편으로서도 앞으로 삶을 꿈꾸고 있었다. 진선규는 "배우 박보경이 꿈꾸는 걸 이룰 수 있게 장을 열어주고 싶다. 외조도 잘해서 아내가 좋은 연기, 좋은 작품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꿈을 펼쳐. 애들은 내가 보고 있으면 되니까"라며 아내 박보경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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