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유정, 연기로 배운 사랑 "독이 될수도 있었죠"

최지윤 2022. 10. 2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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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세계 2위 입소문
90년대 첫사랑 연기…로코 많이 해 '새롭게 보일까?' 고민
"발전된 모습 보여줘 뿌듯…국민 첫사랑 되면 좋죠"

김유정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김유정(23)이 '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첫사랑'으로 거듭나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감독 방우리)에서 1990년대 시절 고등학생 소녀로 분해 설렘을 줬다. 흔한 로맨스 영화지만, 그 시절 추억을 끄집어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99년생인 김유정이 1999년 그때 그 시절을 연기한 점도 흥미롭다. 아역 시절부터 성인이 된 후에도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주로 해왔기에 크게 새로운 점은 없었지만,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직접 사랑의 감정을 겪어본 적은 많이 없지만, 연기로 간접 체험을 많이 했다. 하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첫사랑의 설레는 포인트가 있는데, 로맨스 연기를 많이 했다 보니 '과연 새롭게 보일까?' 고민했다. 학창시절 연기나 '연두'(노윤서)와 감정선은 문제 없었다. 학교를 굉장히 열심히 다녔고, 친구들과도 많이 놀러 다녔다. 오히려 이입이 너무 잘 돼서 주체가 안 될 정도였다. 시대는 다르지만,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다."

이 영화는 1999년, 사랑보다 우정이 중요한 17세 소녀 '나보라'(김유정)가 절친 김연두의 첫사랑을 이뤄 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트를 자처하는 이야기다. 박정우는 연두의 짝사랑 상대인 '백현진', 변우석은 현진과 꼭 붙어 다니는 절친 '풍운호'로 분했다. 14일 막을 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 돼 관객들을 미리 만났다. 27일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전날 20세기 소녀는 세계 넷플릭스 영화 부문 2위에 올랐다. 21일 공개 후 이틀 만에 세계 6위로 진입한 후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유정은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클리셰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나이대마다 다르게 볼 것 같았다. 10대~20대 초반은 새롭게 느껴질 테고, 그 당시를 경험한 분들은 추억을 꺼내 보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클리셰가 있지만, 많은 분들이 좋은 방향으로 보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첫사랑 아이콘이 됐는지는 아직 확실히 모르겠다"며 "어떤 수식어가 붙는 건 감사한 일인데, 그렇게 되면 좋을 것"이라고 웃었다.


그 시절 이야기에 접근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그때 감정을 어떻게 살려야 하나?' 고민했다. "보라 나이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했다"며 "그 당시, 그 나이대만 겪을 수 있는 감정이 존재하니까. 모든 상황이 처음이지만 현실감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귀띔했다. "평상시 오글거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오글거리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반대로 재미있었다. 판타지 장르를 꽤 해봤는데, 20세기 소녀는 그 당시 리얼리티가 있어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없었다. 애드리브도 자유롭게 했다"고 덧붙였다.

현진 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리서치기관 상담직원인 척 전화하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을 굉장히 고민했다. 리서치를 해본 적이 없고, 삐삐 번호를 불러주는 것도 생전 처음이었다. 진짜 기계처럼, 상담원처럼 해보고 여러가지 버전을 찍은 후 골랐다. 영화로 보면 코믹 장면으로 나오는데, 되게 진지했다"고 돌아봤다. '나 방귀로 학교쟁이 땡땡땡도 쳐' 등 유치한 대사도 많았는데 "처음에는 '어? 이게 뭐지?' 당황했다"며 "'어떻게 귀엽지 하지?' 계속 생각했다. 썰렁해져서 까마귀가 지나갈 것 같았는데, 그 부분에서 많이 웃더라. 관객 반응을 보고 다행이었다"고 했다.

보라가 연두 첫사랑을 대신 관찰해주는 설정 자체는 현실감이 떨어졌다. 김유정 역시 '처음에 시나리오 봤을 때 연두를 위해 이렇게 까지 한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촬영하다 보니 이해가 됐다"며 "가장 친한 친구가 학창시절 친구다. 별것도 아닌 거에 울고 웃은 기억이 나더라. 촬영할 때도 연두와 찍는 장면이 가장 많이 이입됐다. 같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주체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나라면 보라처럼 못할 것"이라며 "전화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좋게 이야기해주면서 이어주려고 할 것 같다"고 했다.

"'사랑이냐 우정이냐'는 가장 큰 중심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우정이 먼저다. 우정도 사랑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우정은 친구에게 표현하는 거지만, 인간적으로 사랑하는 것 아니냐. 이성적으로 사랑하는 것보다 인간적으로 사랑하는 게 훨씬 더 깊은 거니까. 다른 감정의 결이지만, 아직까지는 우정이 더 좋다. 운호와 현진 중 이상형은 누구냐고? 현진처럼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면 좋은데, 둘이 합치면 더 좋을 것 같다. 이상형은 단순하다. 본인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영화 후반부 한효주(35)가 성인이 된 보라로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김유정은 드라마 '일지매'(2008)와 '동이'(2010)에서 한효주 아역으로 출연했는데, 이번엔 반대로 나와 반가움을 안겼다. '보라가 완전한 어른이 됐을 때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며 "효주 언니가 연기한 보라가 좋았다. 같이 연기한 경우는 없는데, 함께 호흡을 주고 받으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바랐다. 직접 성인 연기를 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난 '성인 연기자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이 영화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짚었다. "욕심 낼 수 있는 부분인데, 그러면 더 집중이 안 될 것 같았다"며 "아직 내가 그 나이를 연기하고 깊이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연기 경력 20년 차가 됐다. 2003년 광고로 데뷔, 다음해 영화 'DMZ, 비무장지대'(감독 이규형)로 연기를 시작했다.촬영장에서 항상 막내였는데, 이제는 극의 중심을 잡고 있다. 특히 20세기 소녀는 보라 시선으로 극을 이끌어 부담감이 컸지만, "대중들한테 조금 더 발전된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어느 정도 반응이 있어서 뿌듯하다. 다음 단계도 잘 밟아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직 작품 부담감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고민을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경험에서 부딪쳐봐야 스스로 해소하고 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하거나 일상생활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혼자 놀러 다니고 여행도 간다. 어렸을 때 많이 경험했지만, 어떤 것에도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항상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서 더 배워야 한다'는 마음에 되새기면서 현장에 간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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