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og 인터뷰] 조정식 "뉴스 포기하고 '목동 지디'로 변신한 이유"

강경윤 2022. 10. 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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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ㅣ강경윤 기자]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 아직 쓸만한 걸 죽지 않았어" ('하트브레이커' 中)

SBS 11년 차 조정식(37) 아나운서가 '목동 지디'로 변신했다. 그는 샤넬의 대표적인 앰배서더 지드래곤을 패러디 혹은 오마주 했다. '젠더리스 패션'의 선도주자 지디를 따라 아내의 옷장을 몰래 턴 것. 아내가 상견례 때 입고 고이 보관 중이던 트위드 자켓을 '득템'하자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

"9년째 새벽 방송 중"

SBS 파워FM '조정식의 펀펀투데이' 방송이 있는 지난 26일. 조정식은 새벽 3시 30분 기상했다.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벌떡' 일어설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무려 9년째 새벽 방송을 맡고 있기 때문.

단잠에 빠진 아내를 깨우지 않으려고 냉수 한 컵으로 아침밥을 대신한 그는 전날 준비해놓은 착장을 꺼내 입는다.

"깊어져 가는 아내의 한숨소리"

지드래곤을 떠올린 건 정말 우연이었다. 쌀쌀한 바람에 옷방 정리나 할까 해서 들여다본 아내의 옷장에서 반짝이는 트위드 자켓을 발견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얼굴 결이 약간 지디를 닮았는데?'

"운명처럼 만난 아내의 트위드 자켓"

이왕 자켓을 걸친 김에 아내의 털모자, 선글라스, 귀걸이도 해본다. 이 귀걸이는 결혼 1년 만에 미국으로 떠났던 '지각' 신혼여행 당시 아내에게 직접 선물한 귀걸이였다. 샤넬 풍의 트위드 자켓은 상견례 때 아내가 입었던 옷이다.

아내는 하고 싶은 3923406가지 말을 참고 한마디만 남겼다.

'잃어버리지만 마'

"11년째지만 여전히 설레는 출근길"

그는 문래동 집을 떠나 SBS 목동 사옥으로 향했다. 첫 출근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방송하러 가기 전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웃겨야 하는데, 웃겨야 하는데'

이날처럼 복장이 예사롭지 않은 날에 새벽 배달하시는 분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분위기가 꽤 서먹해진다.

"새벽 4시 반에 도착한 회사, 모닝커피는 국룰"

아나운서 부서가 있는 12층에서 커피 한잔을 뽑은 뒤 지난 11년을 돌아본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입사 동기 장예원에 비해 관심은 살짝 밀렸지만 어딜 가든 '저평가 우량주'라는 칭찬을 꼭 들었다. '연예인을 웃기는 방송인이 되고 싶다'는 절실함이 너무 크고 고민이 너무 깊었던 나머지, 예기치 않게 슬럼프도 겪었다. 긴 고민에 대한 결론은 하나였다.

'초심으로 돌아간다. 나, 조정식'

결의에 찬 마음으로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건다.

"피디님, 왜 제 눈을 피하세요?"

새벽 5시에 시작하는 '조정식의 펀펀투데이'.

김도연, 김지은 작가는 그가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를 부르겠다니까, 손수 '하트' 장식을 만들어 눈가에 붙여줬다. 프로그램에 온 지 한 달 된 손승욱 피디는 여전히 '펀펀투데이'의 텐션에 적응이 안 된 것 같다. 자꾸 조정식의 눈을 피했다.

녹음실 빨간 사인에 불이 켜지면 심장이 뛰었다. '목동 지디'로 변신해야 할 순간. 건치를 드러내 봤다.

'PEACE~'

"조정식, 하고 싶은 거 다 하지 마"

지드래곤 오마주 방송은 대성공. 문자가 4000개가 넘게 쏟아졌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라디오에 쏟아졌던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자들은 아래와 같다.

[배X길] 쥐드래곤인가요 쥐며느리인가요ㅋㅋㅋㅋㅋ
[정X진] 전날밤부터 몸에 문신 그리고 잤다는 게 레전드
[함X영] 조정식 하고 싶은 거 다 해지마
[3XX3] 식디 어디서 꿀리지 않죠. 라디오 총책임자님 올해 아시죠? 22년 DJ상은 식디 밖에...
[김X영] SBS 사장님~~~~ 식디 월급 올려주자요!
[임X희] 진짜 열받는데 지디랑 조금 닮은 거 같기도 하고..

"우리 사위 힘내고"

'조정식의 펀펀투데이'의 빼놓을 수 없는 애청자가 있다. 바로 조정식의 장인어른이다. 집에 연애사실을 알리자마자, 장인어른은 조정식의 1호 팬을 자처했다. 부끄러우면서도 뿌듯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사위 방송 들으면서 출근하네.'

"왜 '목동 지디'로 변신했냐고요?"

조정식은 새벽 방송을 하면서 9년째 새벽에 깨어있는 이들의 유쾌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새벽 방송을 통해 '세상에 얼마나 인생을 부지런히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은가'를 배운다고.

"늘 청취자들에게 '아등바등 살지 말자'고 얘기해주는데요. 최근에 그렇게 아등바등하는 게 진짜 멋있는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예능프로그램도 나가보고 싶고, 월드컵 캐스터도 해보고 싶었지만 늘 기회가 오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고민이 참 많았죠. 새벽 청취자들을 보고 깨달았어요. 있는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요. 라디오는 작다면 작은 무대일 수 있지만 저에겐 너무나 소중한 무대예요. 일을 더 달라고 떼쓰지 말고, 하던 걸 열심히 하자는 게 저의 다짐이에요."

사진=본인 제공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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