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D-4…현지 언론 1면에 담긴 전·현직 간 초박빙 레이스
(상파울루=뉴스1) 최서윤 기자 =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거리 가판대를 장식한 주요 일간 1면에는 나흘 앞으로 다가온 결선투표 관련 치열한 선거 열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이번 대선은 '좌파 복귀'를 노리는 노동자당(PT)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6) 전 대통령(2003~2010)과 '우파 수성'을 꾀하는 자유당(PL)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2019~)간 전·현직 승부란 점에서 이목을 사고 있다.
<우 글로부>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선거법원(TSE)이 명백한 가짜뉴스가 포함된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을 발견 2시간 이내에 삭제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결의안이 대법원(STF)에서 대법관 11명 중 8명 찬성 의견으로 통과됐다"는 내용을 1면에 실었다.
이는 에지송 파킹 선거법원장 겸 대법관이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자체를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는 없다"며 제안한 것인데, 사실상 룰라 전 대통령 관련 난무하는 가짜뉴스 차단 의도로 풀이돼 격한 논쟁에 휘말렸다. 파킹 원장은 이번 선거에 룰라 출마 발판이 된 '2018년 수뢰혐의 실형 취소' 판결을 지난해 처음 내린 대법관이기도 하다.
파킹 원장은 룰라의 후계자 지우마 호세프 정부 시기인 2015년 대법관에 임명됐으며, 올초 선거법원장으로 겸임 취임했다. 찬성하지 않은 대법관 3명 중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임명된 2명은 반대 의견을 냈으며, 나머지 1명은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
현재 브라질 대법원은 상대적으로 좌경화돼 있다. 대법관 11명 중 7명이 룰라 정부 때 임명됐으며, 나머지 4명은 호세프와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각 2명씩 임명됐다. 대법관은 한 번 임명되면 75세까지 임기를 보장받는다. 이번 판결로 가뜩이나 대법원을 향해 들끓던 보우소나루 측과 극우 진영의 분노가 더욱 격해질 수 있다.
우 글로부와 계열 G1방송은 상대적으로 룰라 측에 좀 더 유리한 보도를 하는 매체이며,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대표적인 보수지이지만 지난해 민주주의 위협을 이유로 보우소나루에게서 등을 돌렸다.
또한 우 글로부와 경제지 <발로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번 선거 기간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내용을 실었다.
관련해 우 글로부는 최저임금을 2023년 인플레이션에 맞춰 인상하고, 은퇴수당과 연금, 공무원 급여 인상 및 중소기업 세제 혜택을 내건 이번 정책이 "보우소나루 측에 막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발로르는 "소득세 공제 종료 등 일부 논쟁이 가열되자 보우소나루 측이 수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로르는 상파울루 주지사 선거 후보 여론조사 결과도 1면에 실었다. IPEC 조사에 따르면 보수 계열의 공화당 타르시시우 지 프레이타스 후보가 46%, 노동자당(PT) 페르난두 아닫 후보는 43%로, 두 후보 간 격차가 오차범위(+/-2%p) 이내로 좁혀졌다는 내용이다. 1차 투표 때는 타르시시우가 42.32%, 아닫 35.70%로 격차가 더 컸다.
이 밖에 <가제타>는 "상파울루 주정부가 이번 결선 투표일에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폴랴>는 노동자당 인사가 세르지우 모루 전 판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모루 전 판사는 2018년 룰라에게 수뢰 혐의 실형을 선고하며 스타판사로 등극, 2019년 보우소나루 내각 초대 법무장관으로 입각해 '사법농단'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결선이 있는 이번 주 주요 언론 1면은 선거 관련 뉴스가 차지하고 있다. 월요일인 지난 24일에는 보우소나루의 측근인 호베르투 제퍼손 전 하원의원이 전날 대법관 모욕 혐의로 체포 영장을 집행하려는 경찰을 공격해 경찰관 2명을 부상입혔다는 뉴스가 전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이 사건 영향이 반영돼 이튿날 공개된 2건의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직전 대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긴장을 높였다.
브라질은 지난 2일 전국투표를 통해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실시했다. 이 중 득표율 50%를 넘긴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을 치르게 된 대통령 선거와 주지사직 12곳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결선이 오는 3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국 동시투표로 치러진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03~2011년 재임 기간 공격적인 사회지출로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구출, 브라질은 물론 남미의 '핑크타이드(좌파 물결)' 시대를 이끌며 높은 인기를 구가한 인물이다. 남미 정계에 퍼진 건설사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몰락하는 듯했지만, 복역 중이던 작년 3월 대법원의 판결 취소로 단숨에 이번 대선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과 좌파 몰락 속 2019년 집권했다. 삼림 벌채와 광산 개발 등 아마존 훼손 정책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되는가 하면, 코로나19 음모론 제기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한 행보를 보여 '남미의 트럼프'란 별칭을 얻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전자투표 시스템 불신과 군사 쿠데타 준비 논란 등 불복 가능성을 시사해 논란이 됐다.
이달 2일 1차 투표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한번에 승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룰라 48.3%, 보우소나루 43.2%의 박빙을 기록하면서 마지막까지 예측불가의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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