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갯벌 절반만 세계자연유산…“등재 늘려 생태계 보호”
2010년대초 유산선정 당시 주요갯벌 빠져
“물이 확 들어왔다가 확 빠져나가야 뻘에 좋은데 영산강 하굿둑이랑 다리, 방파제 탓에 물(유속)이 느려져 버렸어요. ‘한로(매년 10월8∼9일)살이’라고 해서 이때쯤이면 농어랑 민어 같은 것들을 많이 잡았는데 바다 바닥에 쓰잘데기없는 흙만 쌓여 버리니까 인자는 옛날만큼 물고기가 없소.”
지난 13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복룡리 선착장에서 만난 강재원(68) 복룡어촌계장은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평생 바닷일을 한 그는 수십년 전보다 해산물이 줄어들더니 이제는 복룡리 인근 갯벌을 메워 농공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도 들려온다고 했다. 강 계장은 “농사지어서는 본전도 힘드니 갯벌에서 낙지나 새조개, 게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많다”며 “갯벌이 사라지면 후손들을 무엇을 먹고 사냐”고 말했다.
하루 뒤인 14일 무안군 망운면 톱머리마을에서 만난 횟집 주인 김아무개(67)씨도 같은 마음이었다. 김씨는 “무안 갯벌은 황토가 섞여 있어 품질이 좋은데 물이 막혀 있으니 가끔 큰비가 오면 민물로 변해 낙지가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26일 44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 갯벌’이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 전체 갯벌(2489.4㎢)의 절반(1284.11㎢) 규모다. 정부는 8623억원 상당의 생산유발효과, 6262명 규모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네스코는 한국 갯벌에 대해 생물 다양성과 동아시아에서 대양주로 향하는 철새 이동로,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각 등재 구역이 떨어져 있어 48차 회의가 예정된 2025년까지 유산지역을 확대하고 갯벌 보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 개발에 대한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일부 지역만 등재된 까닭은 2010년대 초 대상 지역 선정 당시 어업활동 지장을 우려한 주민 반대와 개발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인천지역을 비롯해 신안 복룡리와 무안군, 고흥군, 여수시, 전북 부안군 등이 이런 이유로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유네스코 권고에 따라 유산구역을 확대해야 갯벌과 철새 보호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철새는 어느 한 곳에만 서식하지 않는다. 보성·순천갯벌이 있는 여자만이나 고창갯벌과 이어진 부안갯벌, 한강 하구 등이 등재돼야 생태계 보호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며 “그동안 우리 정부는 갯벌정책을 보호지역과 비보호지역으로 나눠 추진했는데 유산구역을 확대해 세계유산 등재지역과 미등재지역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추진단)은 3월 고흥, 4월 무안 등 등재 대상 지역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필요성과 혜택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추가 등재는 주민 동의를 거쳐 대상 지역을 습지보전법의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뒤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하기 1년 전에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올려야 한다. 유네스코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한 셈이다. 추가 등재 대상 지역은 전남 무안과 고흥, 여수, 인천 강화도, 경기도 화성, 충남 태안·아산 등이 거론된다.
설경수 무안군 문화체육과 주무관은 “습지보전법은 갯벌에 악영향만 없다면 어업활동을 보장하고 육상에는 적용되지 않아 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돼도 어민에게 불편한 점은 없다”며 “일부 어민은 1980년 간척사업으로 늪으로 변한 탄도만 갯벌 복원을 요청하는 등 갯벌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오 추진단 사무국장은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연구조사를 통해 추가 등재 구역을 설정하고 동의를 얻을 예정”이라며 “한국 갯벌의 가치를 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국민의 의지와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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