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윤진 “‘자백’ 웰 메이드 자부...K신드롬은 기적”

한현정 2022. 10. 2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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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의 완성도에 만족감을 드러낸 김윤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내가 10년만 어렸어도...”

‘원조 월드스타’ 김윤진(49)은 이렇게 농을 던졌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K-콘텐츠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 동시에 ‘개척자’로서 자신은 마음껏 누리지 못한 영광에 대한 부러움 섞인, 인간적인 솔직함이 묻어났다.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로 미국 배우조합상 TV 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블상을 받은 김윤진은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글로벌 시청자와 만났고, 휴먼 영화 '담보'에 우정 출연해 국내 관객과도 잠깐 만났다. 주연작으로 본다면, 2017년 '시간위의 집'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셈이다.

영화 '자백'(감독 윤종석) 개봉 직전에 만난 그는 한껏 상기된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는 것도 기쁘지만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잘 나가는 K-콘텐츠의 힘을 여실히 증명하는 웰메이드 작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K-콘텐츠 신드롬이 기적같다는 `원조 월드스타` 김윤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드디어!”라고 외치며 운을 뗀 김윤진은 “우리(출연 배우들)끼리 정말 애정하는 영화다. 빨리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애타게 개봉을 기다려왔다. (아직 개봉 전이라) ’우리만의 영화’ 일지도 모르겠지만 언론배급시사회 등 각종 행사 이후 (지금까지) 반응이 좋아 감사하고 뿌듯하다. 자부심을 느낀다”며 웃었다.

영화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소지섭 분)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 분)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 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김윤진은 극 중 진실을 집요하게 캐는 양신애 역을 맡아 디테일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김윤진은 “출연 결정 후에 시간이 얼마 없어 촬영 전 일주일 정도를 혹독하게 살을 뺐다. 짧은 시간 안에 무너진 영혼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비주얼도 중요했다. 건강한 감량 보단 (망가짐을 불사하고) 굶으며 뺐다. 더 절실함이 나타나길 바랐다”고 말했다.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울고불고하는 연기는 하기 싫었어요.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으며 담담하고 건조하게 연기했죠. 고맙게도 제 모습을 보는 최광일 배우(극 중 남편 역)가 눈물을 마구 쏟더라고요. 제가 준비한 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고, 정말 많은 감정을 받았어요. 아낌없이 주는 동료를 만나니 더 몰입이 잘 될 수밖에요. 함께 호흡할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든든한 나무 같은 존재였어요. 현장의 모든 동료들이 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는 “사실 지금과 다른 엔딩이 있었다”며 “열심히 찍긴 했는데 (윤종석) 감독님이 과감하게 그걸 쳐냈더라. 그걸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결과적으로 지금의 쿨한 엔딩이 훨씬 좋다. 질퍽대지 않고 감정에 호소하지 않아서. ‘쿨하게, 잘 빠진 서스펜스로 가자’고 했다. 웰메이드라는 단어를 쓰기 부끄럽지만, 감히 내 입으로 웰메이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멋졌다”고 만족해 했다.

다방면에서 나날이 발전하는 한국 콘텐츠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는 그였다. 김윤진은 지금의 K-콘텐츠 신드롬에 대해 “기적”이라며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길게 유지할 수 있도록 정말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로스트’를 찍을 때만 해도 낯선 환경에서 나를 설명하는데 익숙하지 않아 상당히 힘들었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웠을 때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할리우드와 한국이 바뀌었으면’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털어놨다.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작품을 했다는 걸 설명 안 해도 되는 그 정도의 위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매일 ‘한국과 할리우드를 바꿔치기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들었죠. 2004년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을 계속했는데...지금 한국 콘텐츠의 인기는 그냥 기적이에요. 더 발전시키고 넓어진다면 10년 후에는 또 다른 기적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 벌써 우리 드라마와 영화를 찾아보고 응원하고 팬덤이 생겼잖아요? 아, 제가 10년만 어렸어도...하하!”

그러면서 그는 “모든 게 변하고 있다. ‘세븐데이즈’ 전에는 한국 영화 스릴러는 다 망한다고 했지만, 그 이후 ‘추격자’가 한국 스릴러의 한 획을 그었고 수많은 스릴러가 나왔다”면서 “너무나 유명한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한 ‘자백’ 역시 기대 이상으로 멋지게 나와 너무 좋다. 소지섭의 필모 가운데 톱3에 이 영화가 들 것이라고 자부한다. 좋은 반응을 얻길 기대한다”고 소망했다.(인터뷰②에 계속)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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