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소지섭 "지쳤을 때 만난 '자백', 새로운 얼굴 발견했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일을 오래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나한테 더 궁금한 게 있을까?', '나한테 새로운 게 있나?'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자백'이 답을 찾아줬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소지섭(45)은 영화 '자백'(감독 윤종석)을 향한 남다른 애착으로 말문을 열었다. 26일 개봉한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소지섭)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웰메이드 반전영화로 꼽히는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원작으로 했다. 소지섭에겐 데뷔 후 첫 스릴러 장르 도전이었다.
"그동안 해왔던 연기들에 좀 지쳐 있었어요. 하던 것만 반복하는 것 같아서요. 그때 '자백'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다른 걸 다 떠나서 너무 재밌는 거예요. 심지어 감독님이 아주 디테일하게 써주신 부분들이 마음을 움직였어요."
'자백'의 유민호는 촉망받는 IT기업의 대표인 동시에 비밀이 많은 인물이다. 어느 날 밀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놓인다. 그는 무죄를 입증하겠다며 승률 최고의 변호사 양신애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유민호는)나쁜 놈이죠. 불륜을 저질렀으니까요. 첫 단추를 잘못 끼웠고 그걸 덮으려고 계속 잘못된 일을 하다가 결국 완전 악인이 돼요. 제가 연기했지만 좋게 봐줄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동안은 작품 속에서 싸움을 해도 정의롭고 선한 쪽이었죠. 악역이 저한테 오지도 않았고요. 이번엔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는 쾌감이 있었어요. 동시에 많이 힘들었어요. 밤마다 악몽을 꿨거든요. 촬영 내내 감정을 유지한 채로 살다보니까 아무리 연기지만 옳지 못한 일이라는 생각에 계속 기분이 안 좋았죠."
'자백'의 또 다른 주인공은 공간이다. 실제 강원도의 서늘한 겨울산과 차갑게 얼어붙은 호수 등은 고립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차가운 색감의 소품으로 채운 별장 역시 유민호-양신애의 첨예한 심리전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소지섭 역시 유민호의 날 선 감정을 촘촘히 쌓아올리는 데 공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촬영 당시 겨울이었어요. 너무 추웠고 화장실이 정말 멀리 있어서 불편한 점이 있었어요. 또 별장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되니까 최적의 동선을 계속 찾아내야 했고요. 연극처럼 수없이 연습했어요. '자백'이 그렇게 스케일이 큰 영화인지 극장에서 보고 알았어요. 매일 별장 안에만 갇혀 있어서 몰랐거든요. 촬영지는 강원도였는데 스크린으로 보니까 로키산맥 같던데요.(웃음) 별장이 넓어 보이지만 배우들, 스태프들, 장비까지 꽉 차 있어서 생각보다 답답했어요. 근데 오히려 연기엔 도움이 됐어요. 더 넓고 쾌적했다면 연기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미 유명한 원작이 있는 상황에서 '자백'은 원작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더 촘촘한 시나리오에 힘을 줬다. 반전 엔딩으로 유명한 원작의 전개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파고들어 원작과의 오버랩을 피하면서 전혀 다른 영화임을 강조한다. 원작이 반전의 충격으로 끝난다면, '자백'은 반전에 여운까지 더한 작품인 셈이다.
"어떤 관객 분이 팝콘 먹을 타이밍을 못 잡아서 하나도 못먹었다는 후기를 봤어요. 저도 공감했어요. 재밌지만 잠깐 놓치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근데 이런 매력의 영화도 있어야죠. 원작을 보신 분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저는 원래 원작은 안 보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봤거든요. 깜짝 놀랄 만큼 반전이 대단하더라고요. 근데 한국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엔딩이에요. 사람들이 배우들 얼굴을 다 알아서 초반에 들통 날 것 같아요. 그래도 큰 줄기만 비슷하고 다른 면이 많아서 재밌게 보실 것 같아요. 원작이 마지막 반전 딱 한번을 위해서 달려간다면, '자백'은 반전을 찾아 달려가는 중간 과정이 더 매력적인 영화라고 생각해요."
특히 연극을 연상케 하는 전개 구조는 '자백'의 무기다. 이는 배우들의 힘 덕분이다. 한정된 공간, 두 사람의 대화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에 많은 부분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소지섭과 김윤진은 탄탄한 연기와 카리스마로 엔딩까지 강렬한 스파크를 발휘했다.
"선배님은 진짜 베테랑이시죠. 제가 놀란 건 선배님의 암기력이에요. 1시간 40분이 넘는 분량의 대사를 완벽하게 통째로 외워 오셨더라고요. 저도 나름 열심히 준비해갔는데 선배님을 보니까 제가 너무 준비 안 한 사람 같잖아요.(웃음) 심지어 감정 콘트롤도 순식간이에요. 촬영 들어갈 때 '잠깐만요' 하고 눈 한 번 딱 감고 뜨면 감정이 훅 잡혀요. 배울 게 너무 많은 분이시죠. 이미 많은 스릴러물을 해보셨는데도 '자백'은 재밌고 새로우셨나봐요. 저한테도 이런 역할 너무 잘 어울린다고, 계속 이런 걸 하라고 막 응원해주셨어요."
마지막 장면까지 치밀하게 쌓아올린 디테일로 가득한 '자백'은 리메이크작도 새로울 수 있다는 감상을 새삼 안겨준다. 더 이상 새로운 매력이 없을 것 같아 고민했던 데뷔 28년 차의 소지섭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됐다. 만 17세였던 1995년에 모델로 데뷔해 어느덧 40대 후반을 앞둔 그는 "나이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은 전혀 없다"고 힘줘 말했다.
"나이 드는 게 너무 좋아요. 점점 삶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거든요. 연기적으로도 그렇고요. 지금 4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사실 참 애매한 나이에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과 비슷한 작품을 하자니 제가 나이가 많은 편이고, 그렇다고 선배님들과 비슷한 역할을 맡자니 제가 약간 젊고요. 차라리 아예 나이를 좀 더 먹고 더 많은 걸 하고 싶어요.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작품이랑 캐릭터만 괜찮으면 좋아요. 예전부터 그렇게 말했는데 제가 어떤 시나리오를 보고 주인공보다 다른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하면 그 캐릭터를 슬금슬금 메인으로 올리시더라고요.(웃음) 그럼 안 하죠. 메리트가 없어지니까요. 더 다양한 역할을 해봐야 연기하는 저도 재밌고 보는 분들도 재밌지 않을까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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