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후 1년간 방치된 탈북민, 확인된 복지시스템 '빈틈'…해법은?

구진욱 기자 2022. 10. 27.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복지부-통일부 분리된 체계 통합 필요…심리안정·트라우마 치료 지원해야
(독자 제공)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혼자 살던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여성이 사망한 지 약 1년만에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보건복지부가 고독사 위기를 사전에 감지했지만 끝내 사고를 막진 못했다.

탈북민들은 복지 시스템의 빈틈을 지적하면서 정착 후 적응하지 못한 탈북민들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통일부와 복지부로 나뉘어진 탈북민 관리를 하나의 주체가 맡아 전담하고 탈북 과정에서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독사 '위기징후' 포착했지만…강제성 없는 지자체·복지부 대안 없어

27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홀로 살던 탈북민 여성 김모씨(49)가 지난 19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미 시신은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였으며, 김씨는 겨울옷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옷차림 등을 토대로 김씨가 지난겨울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 의뢰한 상태다.

김씨는 강제 퇴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집을 찾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직원과 법원 집행관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김씨의 집은 2021년 1월 계약이 만료됐다. SH는 재계약과 체납액에 대한 김씨의 답이 없자, 올해 2월 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7월 승소했다.

2002년 탈북한 김씨는 남북하나재단에서 탈북민 전문상담사로 활발하게 일을 하며 성공적인 정착 사례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돌연 2017년 12월 일을 그만두면서 연락처를 바꾸고 주위의 지인과 연락을 두절한 채 홀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홀로 지낸 김씨가 위험하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다. 복지부가 수집하는 '위기징후 감시' 정보에 계약만료 이후 김씨의 임대료 체납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5월과 7월 그리고 올해 1·3·5월 총 5차례에 걸쳐 해당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했다. 관할 주민센터 관계자도 사실을 인지해 작년부터 5차례 집을 방문했으나 답이 없자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강제성이 없는 지자체와 복지부의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은 없었다.

◇탈북민 관리시스템 빈틈 개선…트라우마 치료·심리안정 프로그램 마련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숨진 채 뒤늦게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7월에는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던 탈북민 모자가 사망한지 수개월이 지난 채 발견됐다. 사인은 아사였다.

수차례 반복되는 비극의 원인으로 탈북민들은 허술한 관리시스템을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에 퍼져 정착하는 탈북민들을 관리하는 주체가 통일부와 복지부로 나뉜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서재평 탈북자 동지회 사무국장은 "복지부에서 위기가구로 분리됐다고 하지만 결국 탈북민을 전담하는 '남북하나센터'(통일부 위탁 관리 단체)에서 한 번 더 살펴봤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서 사무국장은 "통일부는 대북관련 통일 업무에 중점을 둔 부서임에도 탈북민 관리까지 도맡고 있다"며 "지자체에 널리 퍼져 정착해 있는 탈북민들을 관리하는 주체가 현재는 통일부와 복지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하나의 주체인 행정안전부가 맡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으로 통일부는 탈북민에 대한 안전조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지자체 조사에서 제외된 탈북민만을 대상으로 안전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김씨는 해당되지 않았던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미처 적응하지 못한 탈북민들을 위한 전문적인 심리 안정 프로그램과 트라우마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대 회장은 "남북하나재단의 전문상담사의 상담은 실적을 많이 따진다"며 "적응하지 못한 탈북자에게 실적을 위한 상담은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실제로 소외된 탈북민들을 직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전문적인 심리 안정 프로그램이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사무국장 역시 "여성 탈북민들이 초기에는 적응을 잘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며 "탈북 과정시 겪는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센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jwowe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