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망신만 당하지 말자!"..'욘더', 거장 이준익의 도전(종합)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거장도 도전하는 드라마다. 최근 영화 감독들의 드라마 도전이 연이어 이뤄져왔던 상황에서 이준익 감독의 드라마 '욘더' 연출은 또 달랐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김정훈 오승현 극본, 이준익 연출)는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를 마주한 다양한 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질 예정. 이준익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휴먼 멜로 드라마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돼 일부 관객들에게 공개된 바 있다. 여기에 티빙과 파라마운트+가 공동투자 제작한 첫 작품으로 전세계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욘더'는 이준익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이미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작품. 이준익 감독이 감명을 받고 대본 작업을 시작했다던 김장환 작가의 판타지 소설 '굿바이, 욘더'(2011)를 원작으로 한다. 오래 전부터 이 소설에 감명을 받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던 이준익 감독은 이야기를 정리하고, 근미래로 시점을 재설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2032년이라는 다소 멀지 않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욘더'가 탄생했고, 원작의 주인공이던 남성 김홀이 재현(신하균)으로 변하며 이야를 갖춰나갔다. 재현은 '현재'를 뒤집은 이름으로, 한지민이 연기한 이후(한지민)와는 현재와 미래로 연결된다.
2주에 걸쳐 전편이 공개된 '욘더'는 회당 20~30분 분량의 다소 짧은 분량으로, 6편으로 합칠 경우 일반적인 영화 분량에 해당하는 양. '욘더'는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영원한 행복이란, 진정한 행복일까'라는 생각할 거리를 전달했다.
이준익 감독은 온라인을 통해 만나 "맨 마지막 대사인 '아름다운 기억이 소중한 것은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다는 대사가 극의 의미"라며 "'욘더'라는 무한성과 불멸을 인간은 수천년 전부터 꿈꿔왔고 현재도 그렇고, 또 미래도 그럴 것이다. 죽음이 갖는 유한성을 불멸의 무한성으로 디지털로 구현해내는 세상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고, 좀 있으면 맞이할 것이다. 원작도 그렇고,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그렇고, '불멸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라고 생각하게 됐다. 오히려 누군가의 소멸이 있어서 내가 존재했고, 그렇다면 누군가의 생성을 위해 내가 소멸하는 것이 올바른 세상이 아닌가. 인간의 이기심이 결국엔 불멸을 꿈꿨고 결국엔 그 이기심 때문에 인간이 더 불행해지고, 불행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유한성에 기인한다는 어법이 이 작품으로 펼쳐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계관의 구축도 남달랐다. '욘더'는 SF물을 표방하지만, 날아다니는 자동차, 첨단 과학을 대신해 현실적인 공간을 '욘더'로 옮기는 똑똑한 방법을 택했다. 이 감독은 "'욘더'는 메타버스와 같다. 현실세계와 메타버스의 이질감을 무모화시키고 같은 사람이 다른 공간에 있어도 기억과 감정이 달라지지 않는 것에 힘을 썼다. 이미 지어진 세트장을 그대로 옮겼고, 드라마와 영화 통틀어 어디서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옮겨진 세트장이 어색했다면, 어떤 반응이 있었을텐데 아직까지 없는 것을 보니 괜찮았나 보다"라고 말했다.
깊은 의미를 담았던 '욘더'를 위해 이준익 감독은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신하균은 '욘더'의 존재 그 자체였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단 한 신도 재현이 나오지 않는 신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였다. 이 생경한 공간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하려면 한 사람의 관점으로 가야 했다. 신하균이 나오지 않은 신은 없다. 때로는 관찰자로, 때로는 주체로 나오는 역할의 변화는 있으나 공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히나 신하균은 '장르파괴자'였다. SF 장르물이자 철학적인 주제를 담았던 '욘더'를 단숨에 휴먼 멜로로 만들어냈다. 이 감독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재현과 이후의 바다 캠핑장에서의 장면이다. 그 장면을 찍는데 '이야 신하균이 멜로가 되네'했다. 멜로라는 것이 '나 너 사랑해!'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당신을 여기는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멜로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두 사람이 해냈다"며 "이 두 사람은 현장에서 부부 역할이지만 오누이 같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진짜 애정이 있고, 극 안으로 들어가면 독립적 존재로서도 빛난다. 누구에게 종속되지 않고 사랑을 구원하지 않고, 오누이처럼 그냥 마음을 드러낼 뿐인 것인데, 이게 내가 연출한 것이 아닌데도 자기들이 그렇게 했다. 너무 좋지 않나"라며 당시를 회상해 감탄했다.
'욘더'는 파라마운트+를 통해 전세계에도 공개가 될 예정. 국내에서는 철학적 주제에 대한 이해가 쉬웠지만, 이를 외국어로 가져갈 경우 해외의 시청자들의 이해시키기 쉽지 않을 일. 이준익 감독의 어깨도 역시 무겁다. 이 감독은 "내년 상반기에 예정이 돼있다는데, 살짝 걱정도 컸다. 우리나라 관객에게 응원받지 못한 작품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것을 걱정했는데 아직도 걱정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기자 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선의로 말씀을 해주셔서 적어도 나는 전세계에 공개됐을 때 '망신만 당하지 말자'가 제 소감이다. SF라는 근미래 설정은 서양에서 만든 세계관인데 그것을 따라하면 조롱을 당할 것 같고, 그렇다고 그들의 근거성을 배제하면 황당할 것 같아서 애매한 경계성이 있다. 때문에 우리만 아니라 외국의 관객들도 무리 없이 수용할 수 있을지를 조심해서 만들었다. 다양한 디바이스를 만들었는데 국내에서 크게 욕먹지 않았으니, 해외에서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그 이상은 과욕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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