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열린 ‘공공주택’ 청약…금수저 2030 ‘로또주택’ 우려도

최종훈 2022. 10. 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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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물량절반 청년 ‘나눔형’ 5년뒤 시세차익 70% 가져가
5억한도 40년 대출에도 저소득·사회초년생엔 ‘그림의 떡’
25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오는 2027년까지 청년층에게 공공분양주택 34만호를 배정하는 것을 뼈대로 한 정부의 ‘청년·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 계획’에 대해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보유 자산은 부족하지만 점차 소득이 늘어나게 될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공공주택’ 제공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청년층보다 더 절실하게 주택이 필요한 중장년층과의 형평성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택지와 장기 저리 모기지 등 공공 재원을 투입한 데 따라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공공주택이 이른바 ‘금수저’ 등 소수 청년을 위한 ‘로또’로 변질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50만호 공공주택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윤석열표 공공주택’으로 첫선을 보이는 ‘나눔형’이다. 총 50만호 중 절반인 25만호를 차지하는 나눔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을 합친 유형이다. 시세의 70% 이하로 공급하고, 5년 의무거주 기간이 지난 뒤 공공에 환매하면 시세차익의 70%를 가져가고 나머지 30%는 공공에 귀속된다. 최대 5억원 한도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적용한 40년 장기 저리 모기지를 지원해, 주택 구매 초기 자금을 낮췄다. 예컨대, 분양가 4억2천만원인 주택을 분양받을 때 3억3600만원을 연 1.9~3.0%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목돈 8400만원이 있으면 된다.

나눔형은 분양가격이 시세의 70% 이하로 낮아 서울·수도권의 주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면 시세차익 기대감이 큰 ‘로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양가격의 80%를 40년 모기지로 빌리는 경우라도 대출금이 3억원을 넘기면 입주자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을 넘어서게 돼 중·저소득 청년층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나눔형은 입지가 양호하고 분양가격이 높은 곳이 상대적으로 시세차익도 커지는 구조”라며 “이 경우 소득이 적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느끼는 청년층은 분양받기가 어렵고 재력 있는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금수저’ 청년층이 혜택을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눔형 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청년의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1인가구 월평균 소득의 140%(올해 적용 기준 월 449만7천원) 이하로 제한된다.

또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돼 거주 5년 뒤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하락하게 된다면 입주자가 차익 30% 회수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저렴한 임대료로 6년간 거주한 뒤 분양이나 4년 추가 임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형’이 소득이 적은 청년층에게 좀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공급 계획에서 선택형은 5년간 공급 물량이 10만호에 그치고 청년 특별공급 비율은 15% 수준이어서 청년층의 선택 기회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주택 50만호 가운데 68%인 34만호가 청년층에게 배정되는 것에 대해선 ‘세대별 배분의 형평성’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5년(2018~2022)간 공급된 공공분양 14만7천호 가운데 9만7천호가 신혼부부를 포함한 청년층에게 공급됐고 5만호가 중장년층에게 공급됐다고 제시하면서, 앞으로 5년간은 청년층 34만호, 중장년층 16만호가 배정돼 중장년층 해당 물량도 크게 증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등으로 지금도 중장년층이 공공분양 청약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가운데, 이번 50만호 계획에서는 청년층 배정 비율이 종전 66%에서 68%로 되레 소폭 높아지는 것이어서 중장년층의 불만은 한층 더 쌓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공분양을 늘리는 대신 공공임대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우려를 자아낸다. 정부는 최근 청년 무주택자 등을 위한 공공분양 주택 공급에 1조3955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내년 예산안을 짰다. 공공분양 관련 예산은 올해(3163억원)보다 341.3% 늘었다. 반면 공공임대 예산은 올해 22조1300억원에서 25.7%인 5조7천억원가량이 줄었다. 국토교통부는 5년간 공공임대 공급 계획은 올 연말 발표할 계획인데,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상 연간 13만호에서 크게 줄어든 연간 10만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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