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과거사…경기도·부산시의 엇갈린 행보

CBS노컷뉴스 변이철 기자 2022. 10.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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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수용소 '선감학원 사건'… 김동연, 40년 만에 첫 '공식 사과'
김동연, '선감학원 사건' 사과하자, 행안부도 '후속 조치' 움직임
진실화해위 "형제복지원 사건 공식 사과하고 피해자 지원방안 마련해야"
부산시 "전임 시장이 이미 사과…진실화해위 만날 필요성 못 느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해자를 위로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와 부산시가 각각 심각한 국가폭력 인권침해사례인 '선감학원'과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루는 태도에서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경기도는 발빠른 '공식 사과'와 함께 피해자 상처 치유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 반해, 부산시는 다소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년수용소 '선감학원 사건'…김동연, 40년 만에 첫 '공식 사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지난 18일 제43차 위원회를 통해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의결했다.

선감학원은 지난 1942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군인 양성을 위해 설립한 시설로, 해방 이후 1946년부터는 경기도가 인수해 1982년 폐쇄되기까지 부랑아 수용소로 쓰였다.

1970년 선감학원 아동들. 연합뉴스


'소년수용소'로 알려진 선감학원은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 아래 아동과 청소년들을 섬에 강제 입소시켜 강제노역, 구타, 영양실조, 가혹행위 등 심각한 아동 인권침해가 발생했던 곳이다.

진실화해위가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을 결정하자, 김동연 지사는 이튿날인 지난 19일 선감도를 방문해 아동 인권침해사건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피해 생존자들을 위로했다.

김 지사는 또 다음날인 20일에는 선감학원이 폐원한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에 나섰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정근식 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심각한 국가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경기도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임 있는 자세로 피해자분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동연, '선감학원 사건' 사과하자, 행안부도 '후속 조치' 움직임


지난 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해자를 위로하는 모습. 연합뉴스

비록 지방자치 시행 이전 관선 도지사 시대에 벌어진 인권침해사건이지만, 경기도의 이같은 적극적인 과거사 정리 행보는 중앙정부의 후속 조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경기도지사도 공식 사과했는데, 장관도 진실화해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공식 사과하고 피해회복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국감이 끝나는대로 바로 진실화해위의 권고문을 검토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도 이 자리에서 경기도의 공식 사과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지난주에 선감학원 진실규명 결정과 이틀 후 경기도지사의 사과가 있었다"며 "관계부처(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경기도)에 이번주 정식으로 권고 사항을 보내면, 그 이후에 정부 각 관련부처에서 검토를 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경기지사의 이번 사과와 후속조치가 '모범적인 과거사 화해 모델'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선감학원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화해위의 유해 시굴 과정에서 피해자로 추정되는 유해 5구가 발견된 만큼 경기도가 전면적인 유해 발굴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진실화해위 "형제복지원 사건 공식 사과하고 피해자 지원방안 마련해야"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위원장.

하지만, 부산시는 부랑인 수용시설인 '형제복지원'의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가 세상에 드러났지만,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진실화해위의 시각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8월 24일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조사 결과,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부산시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3만 8천여 명에 달했다. 사망자 수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105명 더 많은 657명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부산시와 경찰, 안기부 등 기관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하고, 피해자들을 회유하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도 덧붙였다.

진실화해위는 이에 따라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과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산시에 대해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조사와 지원 업무를 위해 적합한 예산, 규정,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은 진실규명 결정 발표 이후 아직까지 '공식 사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시 "전임 시장이 이미 사과…진실화해위 만날 필요성 못 느껴"


연합뉴스

진실화해위는 이에 따라 부산시와의 구체적 협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박 시장과의 면담조차 성사되지 않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30일에는 정식 공문을 보내 후속조치 협의를 위한 박 시장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했으나, 부산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재보선으로 박형준 부산시장이 당선된 이후 여러 차례 비서실과 주무부서 등을 통해 '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박 시장이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진실화해위원회의 면담 요청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진실화해위 정 위원장과 만나 논의할 특별한 안건이 없다"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부산시 차원의 사과도 이미 전임 오거돈 시장이 지난 2018년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월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 발표 이후, 형제복지원 피해자위원회를 개최하고 의료비 지원 예산 1억원을 책정하는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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