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한 푼 안 내고 '무임승차'하는 피부양자 관리 강화한다

서한기 2022. 10.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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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건보재정 건전화 정책' 일환…건보료 수입 160억원 증대 기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의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건강보험 당국이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고 '무임승차' 하는 피부양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건보 당국은 올해 9월부터 피부양자 요건을 대폭 강화한 데 이어 갈수록 악화하는 건보 재정수지의 안정을 꾀하려는 대책 중의 하나로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

크게 직장 가입자와 피부양자, 지역 가입자 등 3개 그룹으로 나뉘는 건보 가입자 가운데 피부양자는 그동안 '무임승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자녀나 가족에 주로 생계를 의존한다는 이유로 보험료 부담 없이 의료보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27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중기 건보재정 건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고소득 등 납부 능력이 있는 피부양자를 지역가입자로 전환, 보험료를 부과해 보험재정을 확보하는 데 온 힘을 쏟기로 했다.

이를 통해 건보공단은 총 160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해마다 국세청, 대법원, 공적연금관리기관(국민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등) 등의 자료를 활용해 피부양자의 자격을 따져보는데, 앞으로 더욱더 엄격하게 이런 검증 과정을 밟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매월 피부양자가 재산과 소득 기준 등의 인정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더욱 꼼꼼하게 살펴서 미충족 피부양자의 자격을 박탈하고 지역 건보료를 매김으로써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과 공평성을 한층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

매년 2월에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액을 확보해 일정 기준(올해 9월부터 연간 2천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지 더 철저하게 파악해 피부양자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또 11월마다 전년도의 소득증가율(이자·배당·사업·근로소득, 주택임대소득 등)과 그해 재산과표 증가율(건물·주택·토지 등) 등 신규 보험료 부과자료를 연계해서 소득과 재산이 늘었는지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피부양자에서 지역 가입자로 전환해 지역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건보 당국이 이처럼 피부양자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건보재정 상황이 지속가능성에 적색 신호등이 켜질 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건보 당국은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건보재정이 2023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전환하고 6년 뒤인 2028년엔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6월 현재 18조원 가량의 누적 적립금(지급 준비금)이 쌓여 있는 등 건보 재정이 올해까진 안정적이지만, 내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서고 2028년엔 적립금이 바닥날 정도로 전망이 밝지 않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급변으로 노인 진료비가 급증하는 데다 생활 수준 향상 등 사회경제적인 요인과 더불어 역대 정권마다 추진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의 영향 등이 더해진 결과이다.

[자료:보건복지부]

피부양자 제도는 경제적 부담 능력이 없어 직장 가입자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부모나 자녀 등이 보험료 부담 없이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게 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이런 피부양자가 되려면 건보 당국이 정한 소득 기준, 재산 기준, 부양요건 기준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재산과 소득이 건보 당국이 정한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피부양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지역 가입자로 전환돼 별도로 보험료를 내야 한다. 고액재산 보유자가 경제적 능력이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일을 막고자 만든 장치이다.

올해 9월부터 시행된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피부양자 요건은 좀 더 까다로워졌다.

무엇보다 피부양자 소득요건이 강화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소득의 경우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종합과세소득이 3천400만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바뀌었는데, 2단계 개편으로 이런 기준이 2천만원 이하로 대폭 낮아졌다.

다만 피부양자 재산 기준은 이전대로 유지(재산과표 5억4천만원, 공시가격 9억원)해 부담을 완화했다. 최근 4년간 주택가격의 급등으로 공시가격이 55.5% 상승하는 등의 상황을 고려해서다.

당초에는 과세표준 5억4천만원 이하(공시가격 9억원)였던 것을 2단계 개편에서 과세표준 3억6천만원 이하(공시가격 6억원)로 낮출 계획이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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