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와이어 일부 끊겼는데 영업… 감사원 ‘집라인 경고’
와이어(철사를 꼬아 만든 줄) 일부가 끊기고 연결 부위가 헐렁해 사고 위험이 큰데도 이를 무시하고 손님을 집라인에 계속 태운 업체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집라인은 사람이 와이어를 타고 이동하는 놀이 시설로, 전국 17개 지자체 관광지에 총 80개가 있다. 감사원이 작년 한 해 46만명이 이용한 대표 놀이 시설인 집라인 이용에 경고등을 켠 것이다.
감사원이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케이블 레저시설 안전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체육진흥공단은 작년 9월 15일 강원도 평창군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집라인 시설에 대해 이상이 없다고 판정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53일 뒤 이곳에서 집라인을 타던 탑승객이 5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라인 연결 부위 파손이었다. 체육진흥공단이 집라인 시작·도착점만 정밀 점검하고, 중간 라인 연결 부위 상태는 멀리서 육안으로만 보고 넘겼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런 집라인 사고는 2011년부터 작년까지 총 19건(연평균 1.7건) 발생했다.
감사원은 사고 근본 원인으로 법률 문제를 들었다. 국가나 지자체가 집라인 업체에 안전 조치를 하라고 강제할 수 있는 근거법이 없다는 것이다. 문체부가 2005년부터 다섯 차례 안전 관련법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모두 폐기됐다. 현재 임시방편으로 체육진흥공단이 안전 점검을 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공단도 점검을 제대로 안 하고, 업체도 공단 시정 권고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강원도 양구군의 집라인 위탁운영 업체의 경우, 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와이어를 이루는 가는 철사 8개가 끊어져 교체해야 한다’는 시정 권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작년까지 영업을 계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정선군 위탁 업체는 ‘집라인을 지탱하는 기초 콘크리트에 금이 갔으니 보수하라’는 권고를, 강원도 평창군 위탁 업체는 ‘집라인 탑승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발판이 움직여 위험하니 이를 고정하라’는 권고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한 해에만 46만4000명(문체부 집계)이 이용한 집라인 안전 문제가 업체 자율에만 맡겨져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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