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AI로 한강교량 극단 선택 사망률 줄였다
"투신 전 출동" 생존 구조율 99.5%
기존에는 관제사 3명이 육안 감시
AI가 이상 징후 파악→즉시 출동
지난 23일 오전 5시 6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한강교량 CCTV 통합관제센터' 화면에 경고 알림이 떴다. 한 남성이 한남대교 전망대 난간을 넘어가려는 행동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에 사람은 없었지만, 관제사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감지한 영상을 확인하고 투신 시도로 판단해 반포수난구조대에 출동 요청을 했다. 실제 해당 남성은 오전 5시 16분 투신했지만, 관제사 요청으로 다리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조대에 바로 구조됐다.
김준영 한강교량 CCTV통합관제센터 소장은 26일 "목격자가 있는 경우에도 신고에 2분, 출동에 6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적이 드문 새벽에 발생했던 23일 사건은 '지능형 영상 관제 시스템'이 없었다면 투신자가 사망했거나, 시신을 찾지 못한 상황까지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강 투신 사망자, 올해 9월까지 4명
서울기술연구원이 개발한 AI 딥러닝 시스템이 한강 교량 투신자 구조율을 100%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기술연구원과 서울시는 이 시스템을 특허 출원하는 동시에 건설 현장 추락 사고 등 다른 분야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기술연구원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한강 교량에서 투신을 한 809명 중 사망자는 4명으로 99.5%의 생존 구조율을 기록했다. 최근 7년간 한강 교량 투신 사고로 연평균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점과 비교하면 구조율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평가다. 투신 건수 대비 생존 구조율을 연도별로 보면 △2016년 97.8%(출동 506건·사망 11명) △2017년 96.3%(517건·19명) △2018년 96.7%(430건·14명) △2020년 96.2%(474건·18명) △2021년 97.9%(626건·13명)이었다.
10개 교량 '이상 징후' 탐지→AI가 24시간 감시
구조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가 지난 1월 CCTV 통합관제센터에 도입한 딥러닝(심층 학습) 기술 기반 지능형 영상 관제 시스템 덕분이다. 서울기술연구원이 지난해 자체 개발한 이 시스템은 10개 교량 572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동시에 살펴보다가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관제 센터에 경고 알림을 보낸다.
기존에는 관제사 3명이 10개 교량 572개 CCTV 화면을 살펴보고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출동하는 방식이었다. 교량별로 CCTV 설치율은 증가했지만, 모든 CCTV를 들여다보기 역부족이라 막을 수 없는 사고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2,337개 기존 사고 관련 영상을 학습한 AI 기반 시스템에서는 572개 CCTV에서 송출되는 모든 영상을 감지한다. 구체적으로 △용품 정리·신발 벗기 △두리번 거림·주변 의식·서성거림 △기댐·앉음 △장시간 난간에 매달림 △흡연·배회 △순간 점프 시도 △강 바닥 또는 휴대전화 응시 등을 투신 징후로 파악한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사람이 눈으로 CCTV 화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육안 관제'를 하다보니 새벽 시간대 등 투신 사고를 막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 시스템 적용으로 투신 전 구조는 물론, 투신 후에도 신속하게 수상 구조대가 출동해 구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 안전사고 예방에도 활용 가능
이 시스템은 범죄·고독사·건설 현장 안전사고 예방 등에도 활용 가능하다. 김준철 서울기술연구원 데이터사이언스센터 수석 연구원은 "알고리즘을 개발했기 때문에 이제 분야별 영상 데이터만 확보하면 각 사건 사고 패턴 탐지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12월에는 해당 시스템에 대한 특허 출원도 신청할 예정이다. 최근 지능형 관제 기술은 사람의 움직임을 사각형 프레임으로 추적하는 '객체 탐지'에서 '동영상 학습 패턴 분석' 기법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김준철 수석연구원은 "다른 연구기관에서도 지능형 관제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 대한 부분이 대부분"이라면서 "서울기술연구원은 서울시 정책에 필요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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