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프로그램 도입, 한국교육 혁신 해법으로 주목

이종승 기자 2022. 10. 2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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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재능-잠재력 극대화에 초점, 전국 시-도교육청 최근 논의 활발
대구교육청 ‘월드스쿨’로 앞서 나가… 경기-서울교육청도 적극 도입 표명
“암기식 교육 대신 개인 역량 육성 핵심역할 교사 양성에 공들여야”
강은희 대구교육감(가운데 청록색 옷을 입고 서 있는 여성)이 지난 4년간 공을 들인 IB 교육이 경기교육청의 참여와 서울교육청의 KB(한국형 IB) 시도로 정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IB 교육의 성공 여부는 대학 입학 연계 강화, 교사 역량에 달려 있다. 지난달 16일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본부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IB본부 회장단이 DP 월드스쿨 인증을 받은 대구외고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대구교육청 제공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의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 도입이 한국 교육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중물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IB 프로그램은 학생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주입식 교육과 암기식 교육을 대체하는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IB 본부와 IB 도입을 위한 의향서 체결을 마쳤고, 서울시교육청도 최근 내년 IB 시범학교를 도입해 코리아바칼로레아(KB)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서울과 경기에는 한국 초중등 학령인구의 57%가 몰려 있어 두 곳이 나란히 IB 교육에 나서면 타 시도 교육청도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교육청이 IB 교육을 주도하는 곳은 대구와 제주에 그치고 있지만 서울, 경기 말고도 부산, 광주, 전남, 충남 교육청이 IB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걸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참석한 교육감들은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견학했고 관계자들과 워크숍도 진행한 바 있다. 이 자리서 교육감들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끌어내고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경기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이 IB 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진학 위주의 한국 교육을 변화 시키는 데 좋은 교육 방법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6·1 지방선거 주요 공약으로 IB 교육 도입을 내걸었고, 교육감 당선 후 경기도교육청에 IB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실행에 나서고 있다. 임 교육감은 지난달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본부 회장 등이 참석한 ‘미래교육 IB포럼’에서 “IB 프로그램 도입으로 학생들의 재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미래 교육 패러다임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경기도교육청이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포럼에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토론자로 참석해 IB 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달 ‘2022 서울미래교육체계 기반 구축을 위한 해외 교육 전문가 초빙 강연’에서 “지난 8년간 추진해온 서울교육의 질적인 향상에 IB 프로그램을 더해 우리 실정에 맞는 코리아바칼로레아(KB)를 만들겠다”고 했다.

IB 교육의 선두주자는 대구시교육청이다. 관내 초등학교 4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3개 등 10개교는 IB 월드스쿨(IB 본부가 IB 프로그램을 완벽히 수행하는 학교로 인증한 학교로 관심학교-후보학교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증을 받았다. 이는 월드스쿨 인증을 받은 전국 43개교의 23%에 해당한다. 대구에서 IB 교육이 가장 활발한 이유는 강은희 대구교육감의 교육철학과 강력한 실행력이 어울린 덕분이다. 강 교육감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IB에 한국어도 가능하도록 노력을하는 등 IB 프로그램 정착을 위해 공을 들여 왔다.

대구의 IB 프로그램 정착은 강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탄력을 받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IB 프로그램 공식 언어로 된 107가지 교과 안내서와 평가 및 연수 자료 등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교사 3200명에게 IB 연수를 했고 IB 전문가 150명을 양성했다. 이와 함께 IB 기초·관심·후보·인증학교를 2021년 71개교에서 2022년 88개교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IB 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IB 교육은 일부만을 위해 돈을 쓰는 특권 교육’이라는 편견을 깨기도 했다. 대구의 IB 교육은 교육청 예산으로 지원하기에 학생들이 별도로 내는 비용은 없다.

대구시교육청은 IB 추진 배경을 미래 글로벌 인재 양성과 공교육 혁신 모델 개발에 있다고 설명한다. 주목할 것은 공교육 혁신 모델이다. 진학과 경쟁이 판치는 한국 교육에서 대입과 연계 없는 교육 혁신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IB 교육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IB 고교과정인 디플로마(DP)과정을 이수하고 IB 점수를 받으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국내 대학 입학은 수능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논술전형을 통해 가능하고, 해외 대학의 경우 도교육청과 MOU를 맺은 대학들에 지원이 가능하다.

IB 교육의 확대를 위해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교사 양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주호 후보자는 ‘미래교육 IB 포럼’에서 “국가정책으로 IB 교육을 채택하려면 교사들의 노력이 전제가 돼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한국어를 더 많은 교육과정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교육청의 경우 디플로마교과군 6개 중에 4개 군만 한국어로 운영되고 있는데 언어습득(외국어)군을 제외한 나머지 군을 전부 한국어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입시와 연결성 강화, IB 프로그램 수수료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IB 프로그램이란… 학습자의 자기주도 성장 추구하는 교육과정


1968년 비영리교육재단인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개발해 운영 중인 교육과정이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개념 이해 및 탐구학습을 통한 학습자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추구한다. 평가는 크게 수업 중심과 과정 중심의 논·서술형으로 이뤄진다.

IB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과정 PYP(Primary Years Program), 중학교 과정 MYP(Middle Years Program), 고등학교 과정 DP(Diploma Program), 직업 프로그램 과정 CP(Career-related Program)로 구성돼 있다. 1968년 DP 과정을 시작으로 MYP, PYP, CP 순으로 개발됐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가 교육과정에서 사용되는 공식 언어다. 다른 언어로 시험을 보고 졸업증(디플로마)까지 받을 수 있는 이중 언어 디플로마 프로그램은 한국어, 독일어, 일본어만 가능하다.

IB 프로그램에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은 아시아권 확산과정에서 영어가 가능한 교사를 채용하고 교육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학생이 부담하는 데서 비롯됐다. 반면 영어권 국가에서는 사립학교보다 공립학교에 더 많이 보급됐다. 2016년 기준 IB 인증학교 가운데 56%가 공립학교다. IB 교육과정은 올해 7월 기준 전 세계 160개국 5500여 개 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대학입시와 직접 연관 있는 DP 과정은 교과군 6개와 3개 핵심 과정으로 구성돼 있으며 2년 과정이다. 교과군에는 예술이 들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국내에서 DP 과정을 운영 중인 국·사립 고등학교는 13개 고교로 대구 3개 고교를 포함해 제주 표선고, 경기외고, 충남 삼성고 등 6개 고교이고 나머지는 외국계 고교다. 대구 3개 고교와 제주 표선고는 DP 과정을 한국어로 진행하지만 경기외고와 충남삼성고는 전부 영어로 진행한다. 경기외고는 2011년 DP 월드스쿨 인정을 받았다. 이 학교는 최근 3개년 동안 72명의 학생이 옥스퍼드대, 런던대, 싱가국포르 국립대, 코넬대, 존스홉킨스대 등에 합격했으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상위권 대학 입학률도 졸업생 대비 59.6%를 기록했다.

IB 점수를 대학입학성적으로 인정하는 대학은 전 세계 90개국 3300여 대학에 달한다. 국내 대학으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KAIST를 포함해 31개 대학 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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