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화공학부 올 취업률 75∼78%… 지방대 한계 넘었다
전북대 화공학부가 지방대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취업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2월까지 이 학부의 취업률은 75∼7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지난해 학부 취업률 69.6%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 15개 주요 대학 공대 2021년 취업률 77.7%와 비슷한 수치. 높은 취업률도 취업률이지만 취업의 질도 좋아 더 높은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8월과 올 2월 취업 대상자 103명 가운데 삼성전자 7명, SK하이닉스 2명, LG디스플레이 5명, OCI 2명, SK에너지 1명 등 대기업 취업자가 56.1%를 차지했다(10월 21일 현재). 여학생 취업률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60%를 달성할 것으로 학부는 기대하고 있다. 민지호 학부장은 “학부의 올해 취업률은 국공립대 동일 전공 3,4위 수준이지만 질은 최고일 것”이라고 했다.
민 학부장은 취업률 상승 요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 전공진로설계의 충실한 활용. 학부는 한 학기에 교수가 3번 이상 학생을 만나고, 학생은 6번 보고서를 내야 하는 제도인 전공진로설계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했다.
둘째, ‘끈끈한’ 문화. 화공학부는 교수,학생,동문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소통과 단결 문화를 자랑한다. 공대 체육대회에서는 학부의 모든 교수가 응원에 나서고, 교수 랩(연구실)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10여 개국에 흩어진 랩 선후배들이 모여 축하하는 등 국내 대학에서 보기 힘든 문화를 갖고 있다. 강의실 안팎에서 이뤄지는 학부의 다양한 활동들이 융합해 면학 분위기 형성과 취업률 상향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셋째, 조교들의 공헌. 조교들은 졸업생들과 SNS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이미 취업한 졸업생들로부터 취업 정보를 받아 재학생과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들에게 전달하는 등 취업률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취업률 상향 요인으로 꼽힌 요인들은 교수들이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전북대 최초 조기 승진 교수인 윤영상 교수와 나노급 반도체 제작 핵심 소프트웨어인 ‘K-Speed’를 개발해 반도체 기업에 공급한 임연호 교수 등 나노, 에너지, 생명 등 3개 전공에는 젊고 유능한 교수들이 포진해 있다. 교수들의 JCR(Journal Citation Report) 상위 10% 이내 논문 비율은 41%일 정도로 높다. 학부는 교수 채용이 아무리 급해도 연구 능력이 검증된 교수만 뽑고 있는데, 원칙을 지키느라 스스로 채용을 반납한 적도 두 번이나 된다.
교수들은 ‘학생 중심, 학생 우선주위’를 학부의 모토로 정하고 학생들을 이끌고 있다. 17명의 교수들은 교육과정, 학생 분석 및 취업, 연구 등 업무 전반을 전체 교수가 참석한 자리에서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여기서 유행보다는 기본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세웠고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다.
학부는 1학년을 대상으로 화공의 기초인 수학, 물리, 화학을 가르치는 4학기제를 운영한다. 학생들은 이 과목들에서 기준을 넘어야 전공 필수 과목을 들을 수 있다. 1학년부터 졸업할 때까지 강도 높게 이어지는 공부에 학생들은 3학년 2학기에 고비를 맞지만 교수들의 도움과 학생들끼리 나누는 격려로 이겨낸다고. 3학년 1학기부터 시작되는 안전공학, 반도체화학공학, 화학공학종합설계, 화학공학특강 등 기업 친화형 교과과정 운영에도 교수들의 노력이 있다. 교수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하는 기업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산학자문위원회의를 구성하고 교육과정에 반영한다. 3,4학년생 113명이 듣고 있는 ‘SK 하이닉스 반도체 커리큘럼’도 그 가운데 하나로 반도체 기업에 뜻을 둔 학생들에게 필수과목이다.
전북대 화공학부를 주목하는 것은 모든 지방대들이 겪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 지역 산업 기반 부재, 지방대 기피 현상을 교수들이 앞장서 돌파하고 있다는 데 있다. 많은 지방대 교수들이 상황을 탓하며 움직이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대학과 교수가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걸 이 학부가 보여주고 있다. 민지호 학부장은 “화공학부뿐만 아니라 지방대의 열심히 하는 학과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원 후 성과가 나오는 최소 3,4년은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승태 순천대 교수도 “지방대학의 성과는 모든 재화와 관심이 수도권 대학에 쏠리는 가운데서 나온 것이기에 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이는 중앙정부의 지방대학 지원을 가속화하고, 지방정부의 대학 지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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