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교육은 자기계발 도구…‘입시지옥’없지만 교육질 저하”
이종승 기자 2022. 10. 27. 03:07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 저자 박지우씨
“스웨덴 교육은 그들이 구축해온 복지체계나 사회민주주의 이념과도 긴밀히 연계돼 있습니다.” 올해 초 스웨덴 복지 모델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이란 책을 낸 작가 박지우 씨(42)의 말이다.
대학교육까지 포함하는 스웨덴의 무상교육은 스웨덴 복지체계의 한 축이다. 무상교육의 주(主) 재원은 세금이다. 스웨덴에서는 우리 돈으로 6800만 원 정도의 소득이면 소득세를 최고 52%를 내야 하고 아무리 소득이 적어도 최소 32%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대학 진학률은 50%가 되지 않고 대학도 50개에 불과하다. 박 씨는 “한국처럼 ‘전 국민이 대학졸업장을 따는 나라’가 아니기에 무상교육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박 작가는 2014년부터 3년간 스웨덴에 거주하면서 스웨덴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했다. 복지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스웨덴에서 “할아버지가 빈병을 수거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스웨덴 사람들은 별거 아닌 걸로 여겨 ‘스웨덴에는 불행한 사람이 없는 줄 알았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북유럽 교육은 ‘꿈의 교육’으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한국 교육계는 북유럽 교육을 긍정적 시각으로만 봐왔다. 7일 박 씨를 만나 책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스웨덴 교육의 실상을 들었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교육은 무엇이었습니까?
“자기계발의 도구였습니다. 스웨덴에서 인사 업무를 했는데 스웨덴 직원이 취업 프로그램 이수를 위해 2년 휴직을 하겠다고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2년간 공부를 한 후 다른 회사에 취업이 되면 사표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복직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스웨덴 노동법에서는 이런 경우 사측이 반드시 휴직을 승인해줘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언제든 학교로 돌아갈 수 있고, 경력 전환을 위해 교육이 자기계발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웨덴 교육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평등교육입니다. 스웨덴 교육의 목표는 엘리트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평범한 인재를 키우는 데 있습니다.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이 있으면 개별교사를 한 명씩 붙여 특별과외까지 시키지만 우수한 학생에 대한 영재교육은 미진합니다. 평등교육의 바탕에는 ‘얀테의 법칙’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내가 상대방보다 더 특별하거나, 더 좋은 사람이거나, 더 많이 알거나, 더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강조된 10가지 마음가짐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떤 성과를 냈을 때 ‘네가 뛰어나기보다는 그렇게 할 수 있게 된 환경과 조건이 맞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네가 세상에서 최고야’라고 말하는 우리나라 부모들과 비교되지요. 학교에서도 뛰어난 성취를 보인 학생에게 공개적인 칭찬을 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벌을 주지도 않습니다.”
-한국 교육과 스웨덴 교육을 비교한다면…
“한국 교육의 장점은 스웨덴 교육의 단점이고, 스웨덴 교육의 장점은 한국 교육의 단점입니다. 현지에서 만난 스웨덴 교민들은 대부분 한국의 극심한 입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스웨덴 교육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학생의 인권을 매우 존중해 주는 것도 스웨덴 교육의 특징입니다. 스웨덴에서는 문제학생에게도 벌을 주거나 퇴학을 시키지 못합니다. 교사와 학생은 평등한 관계입니다. 스웨덴 교육의 단점은 학습 능력 저하인데 이는 교사가 학생 훈육에 있어 확실한 권위를 가질 수 없는 것에서도 기인합니다. 스웨덴은 2012년 OECD 주관 PISA 평가에서 수학 38위, 과학 27위 등 OECD 평균에 한참 미달하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한국은 수학 1위, 과학2∼4위) 현지 학부모들은 학기 중인데도 담임교사가 휴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가거나, 교사에 따라 교재 선택과 교습 방법이 다른 데서 오는 학력 저하에 따른 불만도 있습니다. 또한 학벌에 따른 소득 격차가 매우 작아 공부에 대한 동기가 낮은 것도 학력 저하의 이유입니다. 스웨덴 전문의의 소득이 월 1000만 원인 데 비해 청소부는 300만 원으로 공부에 투자한 것에 비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습니다. 스웨덴에서 대졸자는 고졸 이하에 비해 약 22%를 더 번다고 합니다.”
-한국과는 비교되는 교육 환경입니다. 그런 교육을 받은 스웨덴 학생들은 행복한가요?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는 겪지 않지만 생각만큼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에 자신들의 문제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로 보입니다. 학생들의 알코올, 흡연, 마약, 낙태 문제는 심각합니다. 2019년 OECD 청소년 자살률(10∼24세) 통계에 따르면 스웨덴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16위로 10위인 한국에 비하면 그다지 낮지 않습니다. 1위는 뉴질랜드 3위는 핀란드였는데 ‘천국’으로 묘사되는 나라들입니다. 이는 청소년들이 입시 스트레스에서만 벗어나면 무조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단편적이라는 걸 말해 줍니다.”
-한국 교육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살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교육열과 입시 스트레스를 나쁘게만 보지 않습니다. 한국은 아직 미국, 유럽에 비해 덜 고착화돼 교육을 통한 상향 계층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공부가 아니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부모들이 갖는 것과 학벌에 따른 근로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법·제도적인 뒷받침과 사회적 합의에 있습니다. 교육은 사회 시스템과 연결 돼 있기 때문에 교육만 봐서는 교육을 개선할 수 없습니다.”
대학교육까지 포함하는 스웨덴의 무상교육은 스웨덴 복지체계의 한 축이다. 무상교육의 주(主) 재원은 세금이다. 스웨덴에서는 우리 돈으로 6800만 원 정도의 소득이면 소득세를 최고 52%를 내야 하고 아무리 소득이 적어도 최소 32%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대학 진학률은 50%가 되지 않고 대학도 50개에 불과하다. 박 씨는 “한국처럼 ‘전 국민이 대학졸업장을 따는 나라’가 아니기에 무상교육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박 작가는 2014년부터 3년간 스웨덴에 거주하면서 스웨덴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했다. 복지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스웨덴에서 “할아버지가 빈병을 수거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스웨덴 사람들은 별거 아닌 걸로 여겨 ‘스웨덴에는 불행한 사람이 없는 줄 알았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북유럽 교육은 ‘꿈의 교육’으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한국 교육계는 북유럽 교육을 긍정적 시각으로만 봐왔다. 7일 박 씨를 만나 책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스웨덴 교육의 실상을 들었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교육은 무엇이었습니까?
“자기계발의 도구였습니다. 스웨덴에서 인사 업무를 했는데 스웨덴 직원이 취업 프로그램 이수를 위해 2년 휴직을 하겠다고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2년간 공부를 한 후 다른 회사에 취업이 되면 사표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복직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스웨덴 노동법에서는 이런 경우 사측이 반드시 휴직을 승인해줘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언제든 학교로 돌아갈 수 있고, 경력 전환을 위해 교육이 자기계발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웨덴 교육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평등교육입니다. 스웨덴 교육의 목표는 엘리트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평범한 인재를 키우는 데 있습니다.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이 있으면 개별교사를 한 명씩 붙여 특별과외까지 시키지만 우수한 학생에 대한 영재교육은 미진합니다. 평등교육의 바탕에는 ‘얀테의 법칙’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내가 상대방보다 더 특별하거나, 더 좋은 사람이거나, 더 많이 알거나, 더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강조된 10가지 마음가짐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떤 성과를 냈을 때 ‘네가 뛰어나기보다는 그렇게 할 수 있게 된 환경과 조건이 맞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네가 세상에서 최고야’라고 말하는 우리나라 부모들과 비교되지요. 학교에서도 뛰어난 성취를 보인 학생에게 공개적인 칭찬을 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벌을 주지도 않습니다.”
-한국 교육과 스웨덴 교육을 비교한다면…
“한국 교육의 장점은 스웨덴 교육의 단점이고, 스웨덴 교육의 장점은 한국 교육의 단점입니다. 현지에서 만난 스웨덴 교민들은 대부분 한국의 극심한 입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스웨덴 교육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학생의 인권을 매우 존중해 주는 것도 스웨덴 교육의 특징입니다. 스웨덴에서는 문제학생에게도 벌을 주거나 퇴학을 시키지 못합니다. 교사와 학생은 평등한 관계입니다. 스웨덴 교육의 단점은 학습 능력 저하인데 이는 교사가 학생 훈육에 있어 확실한 권위를 가질 수 없는 것에서도 기인합니다. 스웨덴은 2012년 OECD 주관 PISA 평가에서 수학 38위, 과학 27위 등 OECD 평균에 한참 미달하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한국은 수학 1위, 과학2∼4위) 현지 학부모들은 학기 중인데도 담임교사가 휴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가거나, 교사에 따라 교재 선택과 교습 방법이 다른 데서 오는 학력 저하에 따른 불만도 있습니다. 또한 학벌에 따른 소득 격차가 매우 작아 공부에 대한 동기가 낮은 것도 학력 저하의 이유입니다. 스웨덴 전문의의 소득이 월 1000만 원인 데 비해 청소부는 300만 원으로 공부에 투자한 것에 비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습니다. 스웨덴에서 대졸자는 고졸 이하에 비해 약 22%를 더 번다고 합니다.”
-한국과는 비교되는 교육 환경입니다. 그런 교육을 받은 스웨덴 학생들은 행복한가요?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는 겪지 않지만 생각만큼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에 자신들의 문제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로 보입니다. 학생들의 알코올, 흡연, 마약, 낙태 문제는 심각합니다. 2019년 OECD 청소년 자살률(10∼24세) 통계에 따르면 스웨덴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16위로 10위인 한국에 비하면 그다지 낮지 않습니다. 1위는 뉴질랜드 3위는 핀란드였는데 ‘천국’으로 묘사되는 나라들입니다. 이는 청소년들이 입시 스트레스에서만 벗어나면 무조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단편적이라는 걸 말해 줍니다.”
-한국 교육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살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교육열과 입시 스트레스를 나쁘게만 보지 않습니다. 한국은 아직 미국, 유럽에 비해 덜 고착화돼 교육을 통한 상향 계층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공부가 아니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부모들이 갖는 것과 학벌에 따른 근로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법·제도적인 뒷받침과 사회적 합의에 있습니다. 교육은 사회 시스템과 연결 돼 있기 때문에 교육만 봐서는 교육을 개선할 수 없습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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