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고교 직업교육, 이대로 좋은가?
채창균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 10. 27. 03:07
고교 직업교육 이수자가 과잉 공급되고 있다. 직업계고 졸업생 중 취업자의 비율은 2021년 현재 28.6%에 불과 하지만 졸업생의 대학 진학 비율은 45%로 진학자가 취업자보다 훨씬 많다. 진학자나 입대자 등을 제외한 취업 가능 인원 중 취업자의 비율도 55.4%에 그친다. 취업률은 마이스터고보다 특성화고가 더 낮다. 졸업생 대비 취업자의 비율은 특성화고 26.5%, 마이스터고 62.1%다. 취업 가능 인원 대비 취업자의 비율은 각각 53.4%와 74.6%다. 취업했더라도 전공을 살려 취업한 경우도 낮다. 2020년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생 중 전공과 직업이 관계없는 경우가 52%에 달했다. 취업한 특성화고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전공과 무관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직업계고, 특히 특성화고의 신입생 미충원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시 특성화고의 경우 2016학년도 미충원은 99명에 불과했지만 2021학년도에는 충원율이 83.9%에 불과해 2065명의 미충원이 발생했다. 미충원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직업계고 졸업 후 취업이 쉽지 않은 등의 이유로 직업계고 진학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면, 직업계고를 축소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아직 움직임이 없다.
직업계고 졸업생 중 대학진학자의 비율이 취업자의 비율보다 높다는 것은 고교 직업교육이 더 이상 마지막 교육이 아님을 의미한다. 이의 극복을 위해 고교 직업교육과 대학교육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유기적 연계가 아닌 반복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유감이다. 헤어 미용 분야의 경우 고교와 전문대의 세부 교육과정이 대동소이하다. 같은 내용을 배우는 것은 개인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낭비다.
직업계고 교육은 실무능력 배양 위주여서 교과 공부가 경시되고 있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제외돼 있다. 그 결과 직업계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은 심각하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의 7%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고교 입학 전까지 누적되어 온 학습 결손이 고교 교육단계에서 보완되지 못한 채 사회로 나가거나 대학에 진학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통계 결과는 암시한다. 평생학습이 중요한 미래사회에서는 사회의 변화에 맞춰갈 최소한의 학습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간의 교육 여건 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2017년 현재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마이스터고는 783만 원이지만 특성화고는 577만 원으로 마이스터고가 36% 더 높다. 교사 1인당 학생수도 특성화고는 10.7명인 데 반해 마이스터고는 6.9명으로 적어 기본적인 교육 여건에 차이가 난다.
지적한 문제들을 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직업계고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 특성화고의 절반을 마이스터고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 내 산업 수요 충족과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면 특성화고 일부(절반)를 마이스터고로 추가 전환한다. 남는 특성화고는 일반고로 전환한다. 단, 일반고 학생들 중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마이스터고 등에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경우 추가 예산은 크지 않다. 특성화고 절반을 일반고로 전환하면 재원 절감을 할 수 있고, 절감된 재원을 나머지 특성화고의 마이스터고 전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고로 전환되는 특성화고의 기계설비와 전공 교과 교원 등을 마이스터고에 배치하면 마이스터고의 교육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직업계고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이다. 이를 위해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 직업계고를 포함시키고 형식적으로 운영 중인 보통교과의 강화도 필요하다. 직업계고 학생의 대학 진학 시 고교 직업교육 경험을 평가해 대학 과정 이수로 인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대학교육 이수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고교 직업교육과 대학교육의 연계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고교 직업교육이 또 다른 교육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고교 직업교육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직업계고 졸업생 중 대학진학자의 비율이 취업자의 비율보다 높다는 것은 고교 직업교육이 더 이상 마지막 교육이 아님을 의미한다. 이의 극복을 위해 고교 직업교육과 대학교육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유기적 연계가 아닌 반복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유감이다. 헤어 미용 분야의 경우 고교와 전문대의 세부 교육과정이 대동소이하다. 같은 내용을 배우는 것은 개인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낭비다.
직업계고 교육은 실무능력 배양 위주여서 교과 공부가 경시되고 있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제외돼 있다. 그 결과 직업계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은 심각하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의 7%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고교 입학 전까지 누적되어 온 학습 결손이 고교 교육단계에서 보완되지 못한 채 사회로 나가거나 대학에 진학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통계 결과는 암시한다. 평생학습이 중요한 미래사회에서는 사회의 변화에 맞춰갈 최소한의 학습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간의 교육 여건 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2017년 현재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마이스터고는 783만 원이지만 특성화고는 577만 원으로 마이스터고가 36% 더 높다. 교사 1인당 학생수도 특성화고는 10.7명인 데 반해 마이스터고는 6.9명으로 적어 기본적인 교육 여건에 차이가 난다.
지적한 문제들을 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직업계고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 특성화고의 절반을 마이스터고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 내 산업 수요 충족과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면 특성화고 일부(절반)를 마이스터고로 추가 전환한다. 남는 특성화고는 일반고로 전환한다. 단, 일반고 학생들 중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마이스터고 등에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경우 추가 예산은 크지 않다. 특성화고 절반을 일반고로 전환하면 재원 절감을 할 수 있고, 절감된 재원을 나머지 특성화고의 마이스터고 전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고로 전환되는 특성화고의 기계설비와 전공 교과 교원 등을 마이스터고에 배치하면 마이스터고의 교육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직업계고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이다. 이를 위해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 직업계고를 포함시키고 형식적으로 운영 중인 보통교과의 강화도 필요하다. 직업계고 학생의 대학 진학 시 고교 직업교육 경험을 평가해 대학 과정 이수로 인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대학교육 이수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고교 직업교육과 대학교육의 연계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고교 직업교육이 또 다른 교육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고교 직업교육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러, 푸틴 참관하에 핵 훈련 실시…탄도·순항미사일 발사
- [김순덕 칼럼]민주당은 왜 이재명에게 더불어 볼모로 잡혔나
- ‘자금대란’에 투자마저 급랭, 금융·실물 동반위기 대비할 때
- ‘尹측근’ 조상준 4개월만에 사의…“일신상 이유, 尹 즉각 수리”
- 김용 나흘째 부인, 변호인 추가 선임…檢 유동규 진술 신빙성 입증 주력
- 코로나 7차 유행 조짐, 백신·마스크로 ‘멀티데믹’ 넘기자
- 검찰, ‘대장동 사건 핵심’ 범죄수익 800억원 추징보전 청구
- 국정원 “박지원 재직 이전엔 첩보 삭제 지시 없었다”
- ‘김의겸 법적대응’ 예고한 한동훈 “상대 공격에도 금도 있다”
- ‘광명 세 모자 살해’ 40대 남편, 범행 후 PC방서 애니메이션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