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나눔]순도 95% 나일론으로 재탄생… “폐어망은 해양폐기물 아닌 산업자원”
부산=조유라 기자 2022. 10. 27. 03:03
해양폐기물 재활용 업체 ‘넷스파’
年 4만4000t 해양 환경오염 주범
의류-자동차 부품 소재로 재활용
소재 기계분리-대량회수 기술 보유… “폐기물 제로화… 선순환 구조 구축”
年 4만4000t 해양 환경오염 주범
의류-자동차 부품 소재로 재활용
소재 기계분리-대량회수 기술 보유… “폐기물 제로화… 선순환 구조 구축”
“여기 있는 폐어망을 분리, 분쇄, 가공하면 재활용 나일론이 됩니다. 그걸 다시 가공하면 의류에 쓰는 섬유나 자동차 부품 등에 사용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죠.”
20일 부산 강서구 넷스파 본사에서 만난 정택수 대표(31)는 공장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폐어망을 들어 보였다. 어민들이 사용한 뒤 연안에 버리는 폐어망은 해양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분리 배출이 되지 않은 채 다른 어업 도구와 함께 해저에 가라앉은 폐어망에 물고기, 돌고래 등 해양 생물이 걸려 그대로 폐사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국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폐어망을 약 4만4000t(2018년 기준)으로 추정했다. 어망은 대부분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한 합성섬유로 만들어져 자연 분해가 되지 않는데 그동안은 재활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었다.
○ 연안에 버려진 폐어망 재활용
중공업 분야 대기업에 재직하던 정 대표는 2019년 섬유연구기관에 근무하던 고교 동창인 송동학 넷스파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친환경 의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친환경 소재로 만든 모자, 양말 등을 판매하면서 유명 온라인 패션 편집숍에도 입점했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친환경 소재를 새로 개발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의류에 활용되는 재활용 원재료는 페트병에서 뽑아낸 재활용 실 등으로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연안에 버려진 폐어망을 떠올렸다. 정 대표는 “내륙에서 태어났다면 바다에서 어떻게 어업을 하는지 잘 몰랐을 텐데 바다에 익숙하다 보니 폐어망이라는 재활용 소재를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20년 버려진 폐어망을 가공해 재활용하는 회사인 넷스파를 설립했다.
○ 폐어망에서 순도 높은 나일론 추출
정 대표와 송 CTO는 폐어망에 사용된 여러 재료를 분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어망은 하나의 소재가 아니라 나일론,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여러 소재로 구성된다. 정 이사는 “어망을 자세히 보면 얇은 초록색 실, 청록색 실, 흰색 실이 얽혀 있는데 실마다 모두 소재가 다르다”며 “폐어망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결합돼 있는 각각의 소재를 전부 분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넷스파는 폐어망을 자르지 않고 기계로 분리해 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도 폐어망에서 나일론을 분리해 재활용하는 업체들은 있었지만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리해야 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기계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마구잡이로 갈아버리는 식이 많아 재활용 비율이 높지 않았다. 정 대표는 “기계의 힘을 빌리면서도 폐어망을 잘게 자르지 않고 하나로 길게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분리된 폐어망을 나일론, PP, PE로 분리하기 위해서는 물에 띄워야 한다. 원재료마다 비중이 달라 나일론은 가장 아래쪽에 가라앉고 PP나 PE는 그 위쪽에 차례대로 뜨게 된다. 넷스파는 이를 이용해 대량 회수하는 기술을 함께 보유했다.
수거된 원료는 파쇄기에서 잘게 갈린 뒤 압착 과정 등을 거쳐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새로 태어난다. 정 대표는 “폐어망 1t에서 나일론이 500∼600kg, PP 또는 PE가 400∼500kg 나온다”며 “버려지는 폐어망이 거의 없는 수준으로 재활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단순 재활용에서 해양 폐기물 순환으로
넷스파는 이처럼 순도 95% 이상의 재활용 나일론을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해 지난해 3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는 SK그룹의 ‘임팩트 유니콘’ 공모전에서 지원 기업에 선정됐다. 효성티앤씨, SK에코플랜트, 삼양사 등에 재활용 나일론을 활용한 섬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약 10개 국내외 업체와 공급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넷스파의 목표는 단순히 재활용 나일론과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해양 폐기물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폐어망은 재활용이 어려워 육지로 수거해도 태우거나 매립하는 수밖에 없어 그대로 다시 바다에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넷스파는 이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해양 폐기물 처리 계약을 맺었다. 정 대표는 “우리는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고 지자체는 폐어망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 부산 강서구 넷스파 본사에서 만난 정택수 대표(31)는 공장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폐어망을 들어 보였다. 어민들이 사용한 뒤 연안에 버리는 폐어망은 해양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분리 배출이 되지 않은 채 다른 어업 도구와 함께 해저에 가라앉은 폐어망에 물고기, 돌고래 등 해양 생물이 걸려 그대로 폐사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국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폐어망을 약 4만4000t(2018년 기준)으로 추정했다. 어망은 대부분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한 합성섬유로 만들어져 자연 분해가 되지 않는데 그동안은 재활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었다.
○ 연안에 버려진 폐어망 재활용
중공업 분야 대기업에 재직하던 정 대표는 2019년 섬유연구기관에 근무하던 고교 동창인 송동학 넷스파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친환경 의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친환경 소재로 만든 모자, 양말 등을 판매하면서 유명 온라인 패션 편집숍에도 입점했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친환경 소재를 새로 개발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의류에 활용되는 재활용 원재료는 페트병에서 뽑아낸 재활용 실 등으로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연안에 버려진 폐어망을 떠올렸다. 정 대표는 “내륙에서 태어났다면 바다에서 어떻게 어업을 하는지 잘 몰랐을 텐데 바다에 익숙하다 보니 폐어망이라는 재활용 소재를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20년 버려진 폐어망을 가공해 재활용하는 회사인 넷스파를 설립했다.
○ 폐어망에서 순도 높은 나일론 추출
정 대표와 송 CTO는 폐어망에 사용된 여러 재료를 분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어망은 하나의 소재가 아니라 나일론,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여러 소재로 구성된다. 정 이사는 “어망을 자세히 보면 얇은 초록색 실, 청록색 실, 흰색 실이 얽혀 있는데 실마다 모두 소재가 다르다”며 “폐어망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결합돼 있는 각각의 소재를 전부 분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넷스파는 폐어망을 자르지 않고 기계로 분리해 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도 폐어망에서 나일론을 분리해 재활용하는 업체들은 있었지만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리해야 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기계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마구잡이로 갈아버리는 식이 많아 재활용 비율이 높지 않았다. 정 대표는 “기계의 힘을 빌리면서도 폐어망을 잘게 자르지 않고 하나로 길게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분리된 폐어망을 나일론, PP, PE로 분리하기 위해서는 물에 띄워야 한다. 원재료마다 비중이 달라 나일론은 가장 아래쪽에 가라앉고 PP나 PE는 그 위쪽에 차례대로 뜨게 된다. 넷스파는 이를 이용해 대량 회수하는 기술을 함께 보유했다.
수거된 원료는 파쇄기에서 잘게 갈린 뒤 압착 과정 등을 거쳐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새로 태어난다. 정 대표는 “폐어망 1t에서 나일론이 500∼600kg, PP 또는 PE가 400∼500kg 나온다”며 “버려지는 폐어망이 거의 없는 수준으로 재활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단순 재활용에서 해양 폐기물 순환으로
넷스파는 이처럼 순도 95% 이상의 재활용 나일론을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해 지난해 3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는 SK그룹의 ‘임팩트 유니콘’ 공모전에서 지원 기업에 선정됐다. 효성티앤씨, SK에코플랜트, 삼양사 등에 재활용 나일론을 활용한 섬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약 10개 국내외 업체와 공급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넷스파의 목표는 단순히 재활용 나일론과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해양 폐기물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폐어망은 재활용이 어려워 육지로 수거해도 태우거나 매립하는 수밖에 없어 그대로 다시 바다에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넷스파는 이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해양 폐기물 처리 계약을 맺었다. 정 대표는 “우리는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고 지자체는 폐어망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러, 푸틴 참관하에 핵 훈련 실시…탄도·순항미사일 발사
- [김순덕 칼럼]민주당은 왜 이재명에게 더불어 볼모로 잡혔나
- ‘자금대란’에 투자마저 급랭, 금융·실물 동반위기 대비할 때
- ‘尹측근’ 조상준 4개월만에 사의…“일신상 이유, 尹 즉각 수리”
- 김용 나흘째 부인, 변호인 추가 선임…檢 유동규 진술 신빙성 입증 주력
- 코로나 7차 유행 조짐, 백신·마스크로 ‘멀티데믹’ 넘기자
- 검찰, ‘대장동 사건 핵심’ 범죄수익 800억원 추징보전 청구
- 국정원 “박지원 재직 이전엔 첩보 삭제 지시 없었다”
- ‘김의겸 법적대응’ 예고한 한동훈 “상대 공격에도 금도 있다”
- ‘광명 세 모자 살해’ 40대 남편, 범행 후 PC방서 애니메이션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