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산 죽음의 감기약, 인니 아이들도 삼켰나
감비아 아동 사망 일으킨
독성물질 시럽 연관성 의심
인도의 의약품 관리 도마에
서아프리카 감비아에서 아동들이 급성 신장질환을 앓다 숨진 데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141명이 사망했다. 서로 떨어진 두 국가에서 벌어진 이 사태의 공통분모로는 인도산 기침·감기 시럽(사진)이 꼽힌다. 해당 시럽을 공급한 인도 제약사와 인도 당국의 관리 부실 또한 도마에 올랐다.
최근 감비아에서 아동들이 원인불명으로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망한 아동의 연령은 5개월~5세가 대부분이었으며 사인은 급성 신장질환이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 감비아에서 급성 신장질환으로 숨진 아동은 70명에 달한다.
감비아 정부 조사 결과 환자들은 지역에서 판매된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기침·감기 시럽을 복용한 뒤 3~5일 내로 신장에 증세가 생기고 심한 경우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도 제약사 메이든이 제조한 시럽 4가지가 감비아에서 벌어진 사태와 관련이 있다고 지목했다. 지난 5일 WHO는 샘플을 분석한 결과 독성 때문에 간 및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디에틸렌글리콜(EDG)과 에틸렌글리콜(EG)이 ‘허용할 수 없는 양’으로 기침 시럽에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오염된 감기약’ 사태는 인도네시아로 번졌다.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4일 기준 26개 주에서 아동의 급성 신장질환이 245건 확인됐고 이 중 14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감비아와 마찬가지로 환자와 사망자는 대부분 5세 이하다.
인도네시아가 원인 미상의 아동 신장질환을 감비아 사태와 관련지어 추적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부디 구나딘 사디킨 보건부 장관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해당 질환을 겪는 아동들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기생충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조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감염이 원인일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 5일 WHO가 감비아에서 아동들이 독성 화학물질로 인해 급성 신장질환을 앓다 사망했다고 경고했고, 인도네시아도 환자들을 대상으로 독성 검사를 실시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아동 10명의 소변과 혈액을 검사한 결과 7명에게서 디에틸렌글리콜과 에틸렌글리콜이 검출됐다. 이미 사망한 이들에게서도 독성 물질로 인한 신장 손상이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사례와 인도 메이든의 기침 시럽 간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의약품 대부분을 인도와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연관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메이든의 제품이 자국 당국에 등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밀수로 유통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로 ‘세계의 약국’을 자처하는 인도의 의약품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18년 인도 정부는 메이든을 품질 위반 문제로 기소했으며, 인도 내 최소 2개 주가 이 회사의 제품이 기준 이하라고 판단했다. 메이든은 자사가 인도 중앙의약품표준관리기구(CDSCO) 인증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CDSCO의 불투명성과 부패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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