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5단지 재건축 소식 ‘감감’ 주민은 ‘갑갑’

김원진 기자 2022. 10. 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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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공공임대 재건축 예정 단지 가보니
“서울시는 중단인지 연기인지 설명도 없어” 주민들 불안감
시 “현재 구체적 계획 확정 단계…12월 설명회 개최 예정”

“새집 싫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박종화씨(80)는 서울 노원구 하계5단지 주민이다. 이곳에 자리 잡은 지 올해로 30년 됐다. 1989년 준공된 하계5단지는 공공임대주택 중 처음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박씨는 “여기 살면서 모든 게 편했어. 병원 가깝지, 지하철역 가깝지”라고 했다. 하계5단지 주변 도보 10분 거리에는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종합병원이 있다.

박씨는 새집을 기대하는 마음, 이사를 굳이 가야 하나 싶은 마음이 반반이다. “조금 좁아서 그렇지 못도 안 들어갈 만큼 튼튼해요. 그래도 남들이 좋다고들 하니까 따라가야죠. 저희는 사실 (재건축) 하나 안 하나 상관없어요.”

국내 첫 영구임대주택인 하계5단지 주민들의 복잡한 속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공임대주택 거주환경 개선에 대한 입주민 수요 설문조사 보고서’(2019년 6월)를 보면, 10명 중 4명은 재건축을 선호하지 않았다. ‘희망 거주환경 개선방법’으로 ‘신축 후 재입주’를 응답한 주민 비율은 57.7%였다. 반면 ‘현재 주택에 거주하며 수선 유지’를 택한 주민은 42.3%였다.

지난 8월15일과 지난 7일, 하계5단지 주민 16명을 만났다.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모습이 역력했다. 주민들은 대부분 지금보다 넓은 ‘새집’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를 기대했다. 반면 재건축 추진 과정이 알려지지 않아 주민들 사이에 불안감도 컸다.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고…. 5년 안에 내가 죽을 수도 있는데.” 1989년 하계5단지에 입주한 원모씨(78)는 “바로 옆에 지은 아파트로 간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죠. 시장도 ‘바로 옆으로 가시면 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5년간 보류라는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이윤자씨(73·가명)는 “물가가 올라서 계획이 중단된 건지…. 수해 때 반지하 주민들도 공공임대로 이주한다고 하던데 여기는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나라집이니까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없잖아요? 답답하지만 기다려야지, 어쩌겠어”라고 했다.

주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이주다. 재건축을 하게 되면 일단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한다.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흩어지길 원치 않는다. 노령 1인 가구가 많아 서로 오랜 시간 의지하며 지내온 이들이 적지 않다. 박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하계5단지 거주민 중 70대(37%)가 가장 많다. 1인 가구(36%)도 200가구나 된다.

서울시가 이주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울 임대주택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바로 옆 중현어린이공원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공원에 아파트를 지은 뒤 하계5단지 주민을 이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박 의원이 입수한 지난 7월 주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민의 95.8%가 ‘인근 공원 부지에 건설되는 이주단지’를 임시거주지로 선호한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6일 “어린이공원 부지가 아주 크진 않아 하계5단지 주민들이 다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현재 구체적인 이주계획을 확정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향후 일정을 알고 싶다”며 설명회를 바라는 이들도 많았다. 지난 3월 임차인 대표 면담, 4월 임대주택 혁신 방안 발표 이후 서울시가 주민들에게 사업 추진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가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소통에 미진했던 부분을 개선하겠다. 12월쯤에는 주민 대상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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