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첫날 ‘원전 육성’만 외친 탄녹위
원전 생태계 복원 등에 방점
“감축 목표 후퇴 사전 작업”
노동·환경계 배제 비판도
정부가 26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를 출범시키면서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관련 산업 육성 등을 중심으로 한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방안은 없고, 기존 에너지 정책을 깎아내리는 내용이 담겼다. 현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되레 후퇴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단체와 노동계, 사회적 약자 등을 철저히 배제한 채 정부 입맛에 맞는 전문가가 다수 포진된 위원회 구성도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위촉장 수여식과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공동위원장인 한 총리와 김상협 카이스트 부총장을 포함해 관계부처 장관 등 당연직 위원 23명과 위촉직인 민간위원 32명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인 탄소중립·녹색성장 추진전략으로는 원전 확대 및 재생에너지와의 조화 등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제시했다.
원전 확대를 위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건설이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와 2030년까지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노후 원전 10기를 계속 운전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현재 운영 중인 57기 중 낡은 20기를 2030년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녹색성장 방안으로는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무공해차와 재생에너지, 수소산업 등 핵심 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정부는 이날 기존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수단 등에 대해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부족해 실현 가능성이 미흡한 한계가 있었다”며 “비현실적 에너지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환경단체 등은 정부의 새 탄소중립·녹색성장 추진전략을 기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후퇴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의심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현실적으로 지킬 의지가 없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진전략이 산업 육성에만 치중돼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시즌2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탄소중립에 가장 근본적인 대책인 온실가스 감축이나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을 지낸 김상협 부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점도 탄녹위가 사실상 녹색성장위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탄녹위 민간위원에 원자력 전문가는 포함됐지만 노동계와 환경단체는 없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지난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에는 한국노총이 참여했고, 환경단체 출신 전문가도 포함돼 있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탄소중립 과정에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집중되지 않도록 노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기후변화 적응 측면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농민들이 위원 구성에서 빠져 있고, 환경단체도 민간 연구소를 제외하고는 배제됐다”며 “핵발전에 우호적이거나 산업계 입장과 비슷한 전문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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