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고에도… 빈 살만 주최 경제포럼에 美 CEO 400명 몰려
미 정부만 빼고 각국 대표단 6000명 참석, 역대 최다
사우디 석유 감산에 분노한 바이든 보복 예고 무색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최하는 연례 글로벌 경제포럼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가 25일(현지 시각) 수도 리야드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새로운 세계 질서(A New Global Order)’를 주제로, 미국 바이든 정부와 사우디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월가 거물 등 미 기업 최고경영자(CEO)만 400여 명 몰려 사우디의 시장 파워를 또 한 번 과시했다.
지난 2017년 시작된 FII는 빈 살만 왕세자가 6200억달러(약 883조원) 규모 국부펀드 돈 보따리를 들고 인공지능(AI)과 가상화폐, 관광산업과 재생에너지 등 유망 분야 투자 협력을 맺는 자리다. 각국 정치·경제 주요 인사가 모이는 반세기 전통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비견돼 ‘사막의 다보스’로 불린다.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서방 각국이 보이콧하거나 참석을 쉬쉬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모든 대륙에서 6000여 명의 정부·기업 대표단이 몰리고, 연사만 500여 명에 달하는 등 역대 최대 성황을 이뤘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특히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전설적 투자자인 레이 달리오 등이 일제히 참석했다. 사우디 국부펀드의 투자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직 미 정부 인사는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관도 FII와 관련한 언급을 피했다.
행사 직전 바이든 정부는 자국 기업을 향해 “거래하는 국가의 평판과 법적 문제를 고려하라”(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며 불참을 유도했다. 하지만 JP모건의 다이먼 CEO는 이날 사우디의 인권 문제, 바이든 정부와 관계 악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양국은 75년 된 동맹이다. 모든 것에 동의하는, 문제없는 동맹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당시 미 정부는 사우디와 석유 증산을 위한 비밀 합의를 맺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우디가 약속과 달리 감산을 단행해 뒤통수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NYT는 중동 전문가와 정부 관리 등을 인용, 이 과정에서 압둘아지즈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의 반대 의견과 러시아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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