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 참관 하에 핵 훈련 실시 “탄도·순항미사일 발사”

김서영 기자 2022. 10. 2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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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핵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26일(현지시간) 사전에 통보한 대로 핵 훈련을 실시했다. 러시아의 핵 훈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19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발사 연습을 포함한 핵무기 전략 훈련을 참관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군 최고 지휘자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 지상, 해상, 공중에서 전략적 억지력을 보이는 훈련이 열렸다”고 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상황실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보고를 받으며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을 내보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훈련의 목표가 “러시아를 향한 핵무기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대규모 핵무기 타격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라고 보고했다. 크렘린궁은 “훈련의 목적이 모두 충족됐으며 시험발사한 미사일이 지정된 목표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매년 10월 말 핵무기 활용을 포함한 ‘그롬’ 훈련을 실시한다. 올해 일정은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5일 미 백악관이 러시아로부터 그롬 훈련에 대한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이번에도 훈련을 강행하리라는 관측이 나왔다. 신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러시아는 미국에 예정된 훈련을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

이번 핵 훈련은 서방과 러시아가 ‘더티봄’을 둘러싸고 상호 견제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진행됐다. 더티봄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저위력 방사성 폭탄으로, 대량살상을 초래하는 핵무기와 달리 일정 지역에 방사능 오염 퍼뜨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들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더티봄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훈련을 실시한 이날도 러시아 측은 더티봄을 언급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뒤집어 씌우는 ‘거짓 깃발’(위장) 전술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거짓 깃발 작전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달 “모든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물리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이번 훈련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핵무기 이동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오는 30일까지 연례 핵억지 훈련인 ‘스테드패스트 눈’을 시작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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