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있지만 작동 안했다”… 삶의 터전 잃은 매천시장 상인들
대구=명민준 기자 2022. 10. 26. 19:30
“우리 아들 가게 다 (불에) 타서 우짜노….”
26일 오전 10시경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매천시장) 농산A동 앞. 고령의 여성이 폴리스라인 밖에서 불에 탄 건물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아들이 코피를 쏟으며 고생해 꾸린 가게가 잿더미가 됐다”며 “아들은 괜찮다면서 달래지만 마음이 찢어져 눈물만 난다”고 했다.
전날 화마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불에 타 나뒹구는 과일에선 진액이 흘러나왔고, 인근에는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시장 상인들은 불에 탄 시장 건물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걱정스런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 “예견된 사고” 상인들 울분
1988년 문을 연 이 시장은 농산 A·B동 등 6개의 건물로 구성된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이다. 25일 오후 8시 27분경 발생한 화재는 이 시장의 6개 건물 중 2번째로 큰 농산A동(연면적 1만6504㎡)을 40%가량 태운 뒤 3시간 23분 만에 진화됐다. 목격자들은 소방당국에 “화재 당시 가스통이 터지는 듯한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고 진술했다.
시장 상인들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 이명수 씨(63)는 “스프링클러가 천장에 달려있으면 무엇하느냐”며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도착해 확인하니 작동도 하지 않았더라”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스프링클러와 화재탐지기는 있었다. 작동 여부는 조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상당수의 상인들은 1988년 지어진 시장 시설이 노후화된 상태라며 이번 화재가 ‘예견된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에선 2013년 8월에도 대형화재가 발생해 상점 32곳을 태우고 1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시장 이전 및 신축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지만 지지부진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9년 전 문제로 지적됐던 샌드위치 패널(가연성 내장재) 구조도 그대로였다. 샌드위치 패널은 작은 불꽃에도 쉽게 불이 붙고 유독가스를 다량으로 내뿜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소방 관계자는 “이번 화재도 샌드위치 패널 구조에 점포가 다닥다다가 붙어 있어 불길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2015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규제하고 있지만, 1988년 지어진 시장 건물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한 상인은 “요즘 시대에 34년 전 지어진 샌드위치 패널 건물이 말이 되느냐. 이전을 하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을 통해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개선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시장은 1년에 2차례씩 소방점검을 받았다고 한다. 올 하반기(7~12월) 점검은 지난 달 있었는데 일부 미흡한 부분이 발견돼 다음달 20일까지 보완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합동감식을 진행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불이 난 건물은 반영구적인 시설로 다시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 삶의 터전 잃은 상인들
화재가 난 건물에서 영업을 하던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김모 씨(62)는 “어제 경매를 마친 과일 수천만 원어치가 냉장고에 있었고, 금고에 현금다발과 각종 상품권이 가득 있었다”며 “다들 수천만 원~수억 원씩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조사 결과 농산 A동 152개 점포 가운데 69곳(약 45.4%)이 화재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의 연간 거래 물량은 52만7000t, 거래금액은 9280억 원으로 수도권을 제외하곤 가장 크다. 이에 따라 영남 지역 농산물 유통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농민 박모 씨(70)는 “수확한 작물을 유통할 수 있을지 걱정돼 나왔는데 생각보다 피해가 커 놀랐다. 시장 운영이 어려워지면 농민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오전 10시경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매천시장) 농산A동 앞. 고령의 여성이 폴리스라인 밖에서 불에 탄 건물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아들이 코피를 쏟으며 고생해 꾸린 가게가 잿더미가 됐다”며 “아들은 괜찮다면서 달래지만 마음이 찢어져 눈물만 난다”고 했다.
전날 화마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불에 타 나뒹구는 과일에선 진액이 흘러나왔고, 인근에는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시장 상인들은 불에 탄 시장 건물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걱정스런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 “예견된 사고” 상인들 울분
1988년 문을 연 이 시장은 농산 A·B동 등 6개의 건물로 구성된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이다. 25일 오후 8시 27분경 발생한 화재는 이 시장의 6개 건물 중 2번째로 큰 농산A동(연면적 1만6504㎡)을 40%가량 태운 뒤 3시간 23분 만에 진화됐다. 목격자들은 소방당국에 “화재 당시 가스통이 터지는 듯한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고 진술했다.
시장 상인들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 이명수 씨(63)는 “스프링클러가 천장에 달려있으면 무엇하느냐”며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도착해 확인하니 작동도 하지 않았더라”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스프링클러와 화재탐지기는 있었다. 작동 여부는 조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상당수의 상인들은 1988년 지어진 시장 시설이 노후화된 상태라며 이번 화재가 ‘예견된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에선 2013년 8월에도 대형화재가 발생해 상점 32곳을 태우고 1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시장 이전 및 신축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지만 지지부진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9년 전 문제로 지적됐던 샌드위치 패널(가연성 내장재) 구조도 그대로였다. 샌드위치 패널은 작은 불꽃에도 쉽게 불이 붙고 유독가스를 다량으로 내뿜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소방 관계자는 “이번 화재도 샌드위치 패널 구조에 점포가 다닥다다가 붙어 있어 불길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2015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규제하고 있지만, 1988년 지어진 시장 건물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한 상인은 “요즘 시대에 34년 전 지어진 샌드위치 패널 건물이 말이 되느냐. 이전을 하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을 통해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개선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시장은 1년에 2차례씩 소방점검을 받았다고 한다. 올 하반기(7~12월) 점검은 지난 달 있었는데 일부 미흡한 부분이 발견돼 다음달 20일까지 보완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합동감식을 진행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불이 난 건물은 반영구적인 시설로 다시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 삶의 터전 잃은 상인들
화재가 난 건물에서 영업을 하던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김모 씨(62)는 “어제 경매를 마친 과일 수천만 원어치가 냉장고에 있었고, 금고에 현금다발과 각종 상품권이 가득 있었다”며 “다들 수천만 원~수억 원씩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조사 결과 농산 A동 152개 점포 가운데 69곳(약 45.4%)이 화재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의 연간 거래 물량은 52만7000t, 거래금액은 9280억 원으로 수도권을 제외하곤 가장 크다. 이에 따라 영남 지역 농산물 유통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농민 박모 씨(70)는 “수확한 작물을 유통할 수 있을지 걱정돼 나왔는데 생각보다 피해가 커 놀랐다. 시장 운영이 어려워지면 농민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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