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강국이 경제강국 돼"··· "세계 주도 글로벌 창조, 울산서 나오길"
'파워인터뷰' :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관장
서진석 관장 "과거 읽고 현재 보며 미래 담아내"
"자립적 주체성 바탕 미래 제시하는 미술관 될 것"
"이번이 3번째 전시"···"예술과 산업을 타이틀로"
"기업-예술 간 협업의 성공 프로젝트 사례 보여줘"
"작가 의도-기업 정체성이 수평적으로 융합된 전시"
관람 키포인트 '작가 의도와 기업 추구 비전 비교'
'상상하는 정원' 전시···"아이들의 부모 향한 사랑"
시립미술관, 다양한 실험적 프로젝트 "응원 부탁"
문화 불모지 '울산'···"글로벌 창조성 보여줄 때다"
■ 방송일 : 2022년 10월 26일 오후 5:05 ~5:30
■ 진 행 : 김유리
■ 출 연 :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관장
■ 제 작 : 김유리, 성민주
◇김유리>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팩토리 100.3 김유리입니다. 울산의 문화·예술과 생태 환경이 지닌 매력과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 지역 미술인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창의적 사고와 예술적 감흥을 제공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이 있습니다. 오늘 울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 모시고 미술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서진석> 네 안녕하세요. 서진석입니다.
◇김유리> 반갑습니다.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지금 전시하고 있는, 전시실이라고 해야 되나요?
◆서진석> 네.
◇김유리> 전시실에 어떤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지 좀 알려주시겠어요?
◆서진석> 저희가 항상 하고 있는 기획특별전, 1년에 세 번 정도를 하는데요. 대전시실하고 중전시실, 가장 큰 전시실을 활용을 하죠. 이번이 세 번째 전시를 맞이했습니다. 첫 번째 전시는 '포스트 네이처: 자연과 기술의 공존' 그리고 두 번째 전시는 '예술과 평화' 전시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맞이하는 세 번째 전시는 '예술과 산업' 전시라는 타이틀로 행해지는 전시고요. 이 세 전시가 다 울산시립미술관이 표방하는 미래형 미술관의 비전을 성취하기 위한 그 목적을 하나하나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이번 세 번째 전시가 울산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게, 울산시립미술관에서 하는. 중요한 게 울산시의 어떤 정체성, 지역적 정체성도 굉장히 잘 반영을 합니다. 울산시가 산업의 하나의 중심구였지 않습니까.
◇김유리> 그렇죠.
◆서진석> 그리고 또한 동시대성. 그러니까 동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게, 현재 저희가 드림 소사이어티라고 하거든요. 미래학자 짐 데이토가 "예술과 꿈이 사회 경제 메인 성장 동력이다. 그러한 제4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아니면 이미 우리가 맞이하고 있다" 이것을 드림 소사이어티라고 지칭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경제사에서도 과거 20세기에는 경제의 메인 성장 동력이 자본, 노동력 그리고 기술력이었거든요. 그게 이제 21세기로 들어오면서 엘빈 토플러가 얘기하는 제3의 물결, 정보 빅데이터가 들어왔습니다. 근데 이제 제3의 물결도 지나갔다는 얘기죠. 짐 데이토의 이야기에 의하면. 다시 말하면, 꿈과 예술이 사회 경제의 메인 성장 동력이 되는 시대다. 그래서 우리가 실제 예로 그런 사례들을 많이 볼 수가 있죠.
◇김유리> 예를 들면요?
◆서진석> 그러니까 애플 같은 경우에도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팔고 있거든요.
◇김유리> 아 그렇군요.
◆서진석> 네 나이키도 '저스트 두 잇'이라는 문화를 팔지 않습니까. 그리고 일본의 '츠타야'라는 그러한 도서관이자 커피숍도 하나의 라이프 디자인을 해주는 그러한 곳으로서 인지도를 쌓고 있거든요.
◇김유리> 그렇군요. 전 세계 트렌드네요.
◆서진석> 그렇죠. 트렌드가 아니라 이거는 생존을 위한 '필요'입니다, 이제. 기업에서. 그래서 모 경제학자가 제품을 파는 기업들은 문화를 파는 기업의 하청업체로 다 전락한다는 이야기까지 했거든요. 그래서 80년대 이후에 그러니까 우리가 후기자본주의라고 하죠. 신자유주의 이후에 많은 기업들이 예술과 협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문화를 팔고 창조적인 이미지를 보여야지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됐거든요. 이제는 국가도 더 이상 경제 강국이 문화강국이 되는 게 아니라, 문화강국이 경제 강국이 되는 시대가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러한 시대사적 흐름을 한번 정리해 보자고 해서. 그 80년대 이후 후기자본주의 이후에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기업과 예술 간에 이루어졌지만, 그중에서도 아주 성공적인 사례인 15개의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김유리> 그렇군요. 이번에 지금 준비한 예술과 산업.
◆서진석> 네 맞습니다. 그래서 보통 이제 저희가 작가들이 원하는 어떤 창작적 가치, 예술적 가치와 또 기업들이 원하는 경제적 가치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성공적인 사례들을 모았고요. 그래서 예를 들면, 정연두 작가와 김용호 작가가 현대자동차와 같이 했던 '브릴리언트 아트 프로젝트'라든가. 또 러시아의 'AES+F'라는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또 우리나라의 그 '젠틀 몬스터'라는 기업이 있지 않습니까, 선글라스 기업. 그 기업과 같이 협업한 또 광고 프로젝트들이 있고요. 또 중국의 유명한 미디어 아티스트인 양푸동과 프라다라는 기업이 한 프로젝트도 있고요. 그러니까 이번 전시는 아마 우리나라 미술계 전시 포스터, 리플릿 사상 기업과 작가의 이름이 동시에 이렇게 나열돼서 프린트된 첫 사례의 전시라고도 볼 수 있죠.
◇김유리> 그렇군요. 이제 트렌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라고 말씀을 하셨잖아요. 경제 성장 동력이 예술과 꿈이라는 그걸 바로 나타내는 게 이번 전시네요.
◆서진석> 네.
◇김유리> 2022년 마지막 전시인 거죠?
◆서진석> 그렇죠.
◇김유리> 그러면 이 전시를 보는 관람 키포인트가 뭐가 있을까요?
◆서진석> 단지 작가가 보여주는 작업 3개만 보는 게 아니라, 이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과 이미지까지 같이 매칭해서 보면 되게 좋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이번 전시의 그 현대자동차와 정연두 작가가 출품한 작업이 '드라이브 인 씨어터'라는 작업인데요. 우리나라 말로 하면 자동차 극장이죠. 그 작업 같은 경우에는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비전, 그러니까 어떤 휴머노이드죠. 기계와 사람 간의 경계가 없는 그리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없는 어떤 그런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어떤 그런 비전을 작업으로서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작가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의도 플러스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정체성,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 이 두 가지를 비교해 가면서 보시면, 얼마나 그 두 가지가 수평적으로 융합이 됐는지 그런 것들을 좀 보실 수가 있을 거예요.
◇김유리> 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런 전시를 많이 하잖아요. 박람회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많이 가는 데가 메종&오브제 그런 거랑 약간 맥락이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서진석> 이런 거죠. 그러니까 저희가 디자인도 있고요. 공예도 있고요. 현대미술이 있죠. 각각이 공유하는 지점도 있지만 추구하는 목적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니까 기업과 예술계 간의 협업에도 다양한 협업 관계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가 이제 '메세나'죠. 메세나는 조건 없는 지원이에요.
◇김유리> 그렇죠.
◆서진석> 그냥 작가가 창작 활동을 잘하게끔. 그다음이 스폰서십이라는 게 있습니다. 스폰서십은 기업이 무형적이던 유형적이든 예술계를 위해서 예술가를 위해서 지원을 했었을 때, 거기에 상응하는 반대 국부의 이득을 원하거든요. 기업의 홍보를 좀 잘하게 해달라든가 아니면 기업 이미지 노출을 좀 많이 하게 해달라든가 그런 거고요. 그것보다 더 나아가는 걸 저희가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예술을 가지고 아예 마케팅을 해버리는 거거든요. 그리고 또 기업에서는 예술 마케팅이라는 말을 잘 안 써요. 'New Experience'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새로운 경험. 제 얘기인즉슨 다시 말하자면, 단지 디자인이나 공예나 아니면 기업이 작가를 활용해서 또 예술을 활용해서 자기가 추구하는 이윤 이것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저희 전시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작품성도 좋고 기업의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고. 이 두 가지가 수평적으로 협업된 사례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거든요.
◇김유리> 그럴 것 같아요.
◆서진석> 이제 그런 개념의 프로젝트들을 이번에 보여준 거고요. 아까 말한 것처럼 기업들이 디자인도 할 수가 있고요. 예술가들과. 그리고 기업들이 예술을 활용해서 보다 세련된 어떤 제품들도 만들 수 있지만, 그건 단지 작가들을 활용을 하는 거죠.
◇김유리> 그렇죠. 이 경계가 굉장히 또 모호할 것 같아요.
◆서진석> 그렇죠. 굉장히 모호하죠. 그래서 그런 사례들보다는 그런 사례들은 기존에도 있었죠. 디자인이라는 영역에서.
◇김유리> 그렇죠.
◆서진석> 그래서 저희는 이거는 컨템퍼러리의 영역이지 않습니까. 현대 미술의 영역. 이 영역 안에 있어서는 작품성도 충분히 보여주는 것들, 이런 사례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습니다. 그런 사례들을 보여주는 거기 때문에 아까 말씀하신 그러한 어떤 프로젝트들이나 해외 프로젝트들이나 그런 거랑은 약간 결이 다르다.
◇김유리> 결이 다른, 그러면 약간 순수 작품 쪽으로 더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상업성을 떠나서.
◆서진석> 네 그러면서도 작가만을 오로지 위한 건 또 아닙니다. 그거는 메세나거든요.
◇김유리> 그렇죠. 그런데 이게 문화라는 게 모든 영역에서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서진석> 그렇죠.
◇김유리> 꿈과 예술도 우리 삶에 그대로 다 있는 거고. 먹고사는 문제도 우리가 자체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함께 가는 부분이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그러면 우리 삶의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죠.
◆서진석> 네 그렇죠. 그러니까 이제는 우리가 이 사회가 발달하면서, 농경 사회 그다음에 이제 산업혁명 이후에 어떤 기술 산업 사회 그리고 또 지금 디지털 사회가 됐지 않습니까.
◇김유리> 그렇죠.
◆서진석> 이제는 더 이상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옷을 입더라도 단지 내가 따뜻하기 위해서 내 몸을 가리기 위해서 옷을 입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자기를 문화적으로 과시를 하고 그 문화적 향유를 자기가 즐기고 그런 거기 때문에 또 패션 산업도 발전을 하는 거고요. 근데 이런 시대가 됐기 때문에 저는 문화·예술이 이제는 더욱더 중요한 사회 시대적 트렌드가 됐다는 걸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아마 울산에 있는 모든 기업들도 지금 사실은 그런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80년대 이후에. 아니 특히 2000년대 이후에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굉장히 많은 문화 프로젝트를 하고 있거든요.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라든가 현대자동차가 '브릴리언트 아트 프로젝트'를 한다라든가. SBS가 갑자기 국립현대미술관과 미술상 프로젝트를 한다라든가. 굉장히 많은 프로젝트들이 지금 시작이 됐죠.
◇김유리> 그렇군요. 물건을 파는 기업이라면 이제 문화를 팔아야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데, 우리가 그 생각의 전환을 위해서는 무언가를 봐야 하잖아요. 내가 알지 못하면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모르니까. 그런 장이 될 수 있겠네요. 이번 전시가.
◆서진석> 그렇죠. 그런 사례들을 볼 수 있고요. 이미 저희가 창조 경영이라는 말이 일반적인 고유 명사가 됐잖아요. 2000년대 이후에. 그리고 요즘에 우리나라 기업을 특히 보시면, 아예 예술 전문가를 고용을 합니다.
◇김유리> 아 그래요? 기업들이?
◆서진석> 네 만들어 버렸죠. 대표적인 게 현대자동차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름을 지칭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예 전문 큐레이터들을 이제 부장이나 차장 이번에는 이제 상무급으로 발탁을 했죠. 그래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예술을 활용하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그 현대자동차 이외에 다른 기업들도 이제는 마케팅 부서 혹은 다른 예술 'New Experience' 부서를 따로 만들어서 젊은 기획자·예술가들을 아예 고용을 해버리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많이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고요.
◇김유리> 그러면 정말 산업의 성장 동력은 예술이다. 이렇게 정의를 내려도 되겠네요?
◆서진석> 그럼요. 왜냐하면 그거는 시대사적 니즈에요. 지금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아마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문화를 파는 기업의 하청업체가 된다는 그게 저는 굉장히 중요한 얘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애플은 심지어 제품을 직접 만들지도 않지 않습니까. 디자인과 그 문화적 생태계를 만드는, 애플의 마진율이 제가 알기로는 40%가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품을 하나 팔 때. 근데 그거에 비해서 제품을 파는 다른 모바일 핸드폰 기업들은 아마 10%도 안 되는 마진율이 남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마 요즘에 제가 알기로도 저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기업들 내부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이미 인지하고 많은 준비를 하고요. 또한 거기에 맞는 활동들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유리> 그렇군요. 그래서 현대미술관 관장님께서 서진석 관장님이 울산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진짜 울산의 큰 복이다" 이런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서진석> 감사합니다.
◇김유리> 울산이 사실 '문화 불모지'라는 말 많이 들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울산시립미술관이 생기고 이런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또 다른 전시도 인기가 많더라고요. 상상하는 정원이라고.
◆서진석> 상상하는 정원은 저희 미술관 1층에 있는 어린이 전문 갤러리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지금 하고 있는 전시고요. 어린이 전문 갤러리에서도 저희가 1년에 세 번의 전시를 합니다. 그거는 진짜 어린이를 위한 전시죠.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전시죠. 이번 전시가 이제 세 번째 전시인데, 이번 전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동시대에 많은 어린이 전시 대부분의 흐름이 부모님이 생각하는 어린이 사랑, 부모님의 사랑. 우리가 자식들한테 혹은 어린이들한테 줄 수 있는 그런 개념으로 많이 전시가 이루어지고 저희가 생각이 되었는데요. 이번 전시는 다르게 아이들이 생각하는 어머님에 대한 사랑. 요즘에 그런 게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저 어렸을 때만 해도 학교에서 어버이날 어머니를 줄 라일락 꽃을 만들면서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기뻐할까.
◇김유리> 카네이션 아니에요?
◆서진석> 그렇죠. 카네이션이죠. 그거 들고 가고. 아침에 깰 때마다 우리 어머니 어디 있지? 없어지면 어떡할까? 이런. 어느덧 제가 보니까 모든 전시들이 아이들이 귀해져서 그러는지 일방적인 부모님의 사랑만 생각하더라고요.
◇김유리> 극진한 사랑을 갖다 받치는 이런 느낌이네요.
◆서진석> 그렇죠. 그런 전시들과 그런 흐름들만 위해서, 우리 아이를 위해서 또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서. 그런데 한 번쯤은 그 반대로 우리 어린이들이 우리 부모님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그들에게 무엇인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러한 장이 조금 있으면 어떨까라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전시입니다. 그래서 울산에 그 우리 설화가 있지 않습니까. 옛날에 고전 설화 중에 하나가 이제 송도 이야기.
◇김유리> 울산에 그런 설화가 있어요?
◆서진석> 그렇죠. 그러니까 이제 조선시대 이야기로 알고 있는데요. 맞나요?
◇김유리> 저는 몰랐어요. 전혀 몰라요.
◆서진석> 어머님. 효자 송도 이야기요. 어머니가 한겨울에 이제 아픈 어머니가 잉어를 먹고 싶고 죽순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구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한겨울에. 그래서 한겨울에 이 송도가 그것을 구하기 위해서 엄청 돌아다니고 이러다가 어떤 신이 감복을 한 건지, 그것을 이제 구하게 만들고 어머니를 위해서 그 생선과 잉어와 또 죽순을 드리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서 이번 전시를 풀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전시장에 오면, 아이들이 자기 어머님한테 남기고 싶은 글들을 써서 이렇게 모아서 매다는 장소도 있고요. 또 어떤 그러한 송도 설화에서 나오는 그런 이미지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그런 또 작품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의미로 좀 재밌는 전시가 되고 있죠.
◇김유리> 그렇군요. 정말 울산시립미술관에서 다양한 실험 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과거를 읽고 현재를 보면서 미래를 담아내는 그런 미술관이 되겠다는 말씀을 하셨었는데, 이 의미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서진석> 우리나라에서 많은 미술관들이 미래형 미술관, 미래를 선도하는 미술관으로 나아가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과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또 과거와 현재에 매여 있거나 아니면 미래를 추구하는 미술관들도 과거나 현재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미래만 생각을 하는. 저희는 과거와 현재라는 의미가 다시 말하면, 우리의 주체적 정체성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요즘에 우리 케이 한류가 굉장히 유명하지 않습니까. 케이 한류가 뭐 케이팝, 케이 뷰티 다양한 한류가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저는 그거를 모방성을 수반한 글로벌 창조성으로 자꾸만 느껴져요.
◇김유리> 어떤 의미예요?
◆서진석> 그러니깐 우리의 주체성.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오리지널리티가 결여된 글로벌 창조성이라는 거죠. 동시대에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들을 이렇게 모방해서 짜깁기를 해서, 아주 세련된 감각으로 보여주는 거는 압축 성장한 근대 우리나라의 아이덴티티죠. 다이내믹 코리아. 근데 진정으로 우리가 생각할 거는 근대 이전, 압축 성장하기 이전에 우리 과거에 우리의 정체성을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됐죠. 19세기 이전 이후를 연결 짓는. 그래서 저는 지금이야말로 주체성을 수반한 글로벌 창조성을 보여줘야 되는 시기가 아닌가. 그러면 우리의 주체성은 무엇이냐를 고민해 봐야 되겠죠.
◇김유리> 그렇죠.
◆서진석> 우리의 주체성은 곧 우리의 자립성을 얘기하는 거거든요. 모방성을 벗어나서 자립성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창조성을 만들어야 되고. 그러면 현재와 과거에 대한 재정립과 재평가도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현대미술이나 문화사에 있어서는. 근대 미술사 우리 배워본 적 없지 않습니까? 작가로만 배웠지 미술사적 흐름으로 배워본 적은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 미술관은 비록 그 미래를 추구하고 디지털 매체를 주 매체로 다루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주체성 과거와 현재의 어떤 문화사적 주체성도 같이 연구하고 그 자립적 주체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제시하는 그런 미술관이 돼야 되겠다. 이러한 비전이 그 단어에 그 문장에 '과거와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여기에 좀 함축해서 집어넣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유리> 그렇군요. 세네카가 과거를 잊고 현재에 충실하지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자에게는 늘 날마다 초조함뿐이다. 뭐 이런 이야기를 했잖아요. 진짜 과거도 중요하고 현재에 충실해야 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희망이 필요하죠. 관장님은 이 희망을 글로벌 창조성이라고 보시는 거네요?
◆서진석> 그렇죠. 그리고 지금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삼성이 지금까지 해왔던 전략이 '패스트 팔로우' 전략이거든요. 창조는 누군가 했죠. 애플이 모바일 폰 환경을 만들었고. 근데 삼성은 지금까지 패스트 팔로우 전략으로 성공을 했는데, 이제 우리나라 삼성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이제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해서 제시해야 되잖아요. 리딩을 해야 되죠. 그런 시기에 대한 어떠한 압박감들이 모든 기업들에 있는 것처럼, 저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경제계뿐만 아니라 지금 예술계들도 사실은 우리의 현대 미술이 과연 새로운 문화사적 흐름을 만들어서 제시할 수 있을까. 뭐 우리가 인상주의 서유럽에서 나왔죠. 20세기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에. 그다음에 그게 미국으로 갔었습니다. 미국에서 20세기 초중반으로 다 넘어가면서, 그 흐름이 미국이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됐지 않습니까. 우리가 아는 팝아트 앤디 워홀, 잭슨 폴록.
◇김유리> 네.
◆서진석> 액션 페인팅 이런 흐름으로 다 넘어갔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얼마 전에 중국으로 살짝 넘어갔거든요.
◇김유리> 아 그래요?
◆서진석> 차이니스 아방가르드 페인팅 무브먼트라고 대표적인 세계적인 작가가 나오고 그 흐름들이 나오죠. 80년대 무라카미 다카시, 나라 요시토모. 근데 우리나라도 이제 나올 때가 됐겠죠. 지금 단색화가 조금 유행하긴 하지만, 그걸 넘어서 새로운 젊은 작가들과 우리가 세계사적·문화사적 흐름에 있어서 주도하는 무엇인가가 흐름이 나와야 되겠죠. 그런 흐름이 저는 좀 거창하게 얘기하면 울산에서.
◇김유리> 울산에서.
◆서진석> 그리고 울산시 중간에서 태동이 된다고 하면 얼마나 영광되고 저도 기획자로서 흥분되는 일이죠. 경제계도 마찬가지겠죠. 다음에 모바일 폰, 그다음에 또 어떤 시스템이 나올지 전기자동차는 이미 지금 우리나라가 중심이 돼서 나아가고 있지만. 그래서 그런 약간 허황됐다고는 볼 수는 없지만 이제는.
◇김유리> 그런 꿈을 꾸는 거죠.
◆서진석> 그렇죠.
◇김유리> 그러면 우리 울산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 위해서 약간 글로벌 창조성을 가지면 좋겠는데, 조언을 좀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울산시립미술관 관장으로써 우리가 좀 글로벌한 창조성을 갖기 위해서 어떤 태도를 지니면 좋을까요?
◆서진석> 그거는 울산 시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국민. 제 나름대로 미술계의 경험과 제가 그렇게 오래 산 사람도 아니지만, 제 짧은 인생의 경험상 좀 이렇게 우리나라 국민들이 '빨리빨리 문화' 무엇인가 가시적인 결과물을 빨리 봐야지만 마음의 편안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째로 무엇인가 행동을 할 때, 결과 중심보다는 과정 중심. 목적 지향성 중심보다는 좀 성실성을 중심으로 해서 조금 뭔가 긴 텀으로 롱 텀으로 좀 여유 있게 좀 바라보는 관점과 실행하는 어떤 능력, 어떤 습관 이런 것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러니까 우리 미술관을 롱 텀으로 길게 길게 그 결과에 대해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런 부분이 있고요. 또 하나는 어떤 사람과 사람 간의 이해와 포용력의 확대. 우리가 좀 아픈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이념적 갈등도 있었고요. 또 이렇게 압축된 성장의 사회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이 심합니다. 우리나라 세대의 4, 5년 차이는 미국에서 50, 60년 차이에요. 그렇게 세대가 압축이 돼 있죠. 간단하게 말하면 제가 어렸을 때, 굉장히 못 살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가. 그리고 아마 70년대 국민 소득이 제가 알기로는 1인당 국민소득이 300불이었는데 지금 3만 불이니까. 100배가 넘죠. 이거는 근대사에서 전무후무한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가.
◇김유리> 그렇죠.
◆서진석> 그러다 보니까 이게 세대 간에도 굉장히 많은 가치관의 격차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소통과 공유가 좀 잘 안되죠. 세대 간에. 심지어는 이념 간에도요. 그래서 저는 이제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조금 공유하는. 그래서 아무리 자기랑 가치관이 틀리고 이념이 틀리고 관습과 생활이 틀리더라도 의견이 틀리더라도, 서로가 이렇게 포용할 수 있는. 저희 미술관이 행하고 있는 다양한 어떤 그런 실험적 프로젝트도 넓은 마음으로 좀 이해를 해 주시고 보시면 좋지 않을까.
◇김유리> 이제 시간이 없어서요. 말씀이 너무 재밌어서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다 지나갔는데, 끝으로 한 말씀만 해주세요.
◆서진석> 저는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일이 이제 창작적 활동, 현대 미술계에서 일을 했지 않습니까. 저는 제 분야에서 제가 이렇게 하는 일들이 되게 재밌습니다. 그러니까 하겠죠. 그래서 열심히 제가 어떤 열정을 가지고 울산시립미술관이 세계적인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할 거고요. 또 거기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간단한 부탁. 간단한가요? 이게 어려운 부탁인가요? 모르겠지만, 좀 많은 미술관에 대해서 또 울산시립미술관에 대해서 사랑해 주셨으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김유리> 네 감사합니다. 오늘 울산시립미술관 실험성과 창의성으로 과거를 읽고 현재를 보며 미래를 담아내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서 애쓰시는 서진석 관장님과 함께했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서진석>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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