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에 호감 느껴서" 아내 살해한 40대, '보살'인 척 가스라이팅

전북에서 아내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처제에게 호감을 느낀 뒤 처제와 잘되고 싶은 마음에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뉴스1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종문)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3·남)에게 지난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18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거주지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던 40대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A씨와 B씨는 2019년 한 실내 골프장에서 처음 만난 후 연인으로 발전해 동거를 시작했다.

동거 후 약 1년 뒤 A씨는 B씨에게 '용한 보살'이라며 한 인물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B씨는 이 보살과 휴대전화로 소통하면서 보살의 말을 점차 신뢰하게 됐다.

그러나 사실 이 보살은 A씨였다. 내연녀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A씨가 보살인 척 B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A씨는 보살인 것처럼 행세할 때 "A씨의 어머니가 사망하면 A씨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을 것이다", "신체 여러 곳에 타투를 하고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 등의 말을 했다.

보살의 정체를 몰랐던 B씨는 2년 동안 A씨에게 '가스라이팅'(심리적으로 지배·조종하는 행위)을 당하며 보살이 하라는 대로 행동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A씨는 B씨 모친의 장례식장에서 B씨의 둘째 여동생 C씨를 만나게 됐다. C씨에게 호감을 느낀 A씨는 C씨가 모친의 사망으로 심신이 지친 상태라는 걸 알고 C씨에게 접근했다.

A씨는 B씨에게 했던 방식대로 보살로 위장한 채 C씨에게 "형부님 얼굴을 많이 보고 가까이하라. 형부에게 기대고 의지하라", "내년 2월28일까지 그 누구와도 성관계를 맺으시면 안 된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C씨에 대한 마음이 커진 A씨는 'B씨만 사라지면 된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이듬해 5월14일 범행을 시작했다.

A씨는 우선 보살인 척 B씨에게 "오늘 휴대전화를 바꾸고 아주 큰 가방을 두 개 싼 것으로 사라. 그 가방에 엄청난 금액이 들어갈 것"이라고 명령했다. B씨는 보살이 시킨 대로 가방을 구매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건넸다. B씨가 잠에 빠지자 목을 졸라 살해했다.

A씨는 B씨가 구매한 가방에 시신을 넣었다. B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B씨인 척 C씨와 가족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B씨 가족은 사흘 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수사가 시작되며 A씨의 범행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A씨는 과거에도 미성년자간음죄 등으로 징역 8개월,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심을 맡은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은 충분히 잔혹한 데다 범행 이후 태도는 기만적이고 악랄하기까지 하다"며 "또 피고인은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에 대한 심리 분석 결과 반사회적 성향이 관찰되고 폭력 범죄의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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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