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희 ‘성소수자 혐오’ 발언, 동조자는 김현숙 장관뿐이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쏟아낸 성소수자 혐오 발언과 이에 동조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야당 의원들이 곧바로 지적하며 성소수자 시민들에게 대신 사과했다. 같은 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정 의원의 혐오 발언을 지지하는 발언도 이어지지 않았다. 예전과 달리 혐오 발언은 용납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 변화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경희 의원은 지난 25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하면 결혼이 성인 남녀 1:1의 결합이라는 내용이 깨지게 된다. 그러면 소아성애, 동성애, 다자성애가 나온다”는 주장을 폈다. 김현숙 장관은 이런 황당한 주장에도 명백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조하는 태도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포괄적 성교육은 유네스코가 전세계에 제안한 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인권과 젠더 평등에 기반해 성의 인지적·정서적·신체적·사회적 측면을 포함한 성교육이다.
정경희 의원의 혐오 발언에 국감장에선 즉시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권인숙 위원장은 “포괄적 성교육은 사회적 합의사항이 아니고 국제표준”이라며 “(정 의원의 말은) 상당히 위험한 혐오 발언으로, 국감장이 혐오와 차별 발언이 난무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김현숙 장관은 위헌적인 발언에 동감한다고 표시했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서며 다른 시각을 갖고 사각지대를 보살피는 여가위 국감장에서 (혐오 발언을) 횡행하게 만든 책임은 정경희 의원과 김현숙 장관이 져야 한다”고 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국제인권기구들은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금지하고 성소수자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다. 성적 지향을 부정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정주 의원도 “여가위원을 비롯한 국회가 (정경희 의원처럼) 소수자를 생각한다고 비치지지 않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정경희 “동성애=흡연” 황당 발언…용혜인 “부끄럽고 죄송해”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도 정경희 의원은 동성애를 흡연에 비유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 의원은 “미성년자한테 흡연하지 말라고 학교에서 교육하는 게 흡연자에 대한 혐오·차별이냐?”라는 궤변을 펼치며 “성차별이라고 매도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큰소리를 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 성소수자 시민들에 대한 사과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신했다. 용혜인 의원은 “장관에게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자리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국감을 지켜보고 있는 성소수자 국민 여러분께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소수자 혐오·차별 금지 활동을 펼치는 단체에선 정경희 의원의 혐오 발언보다, 혐오 발언에 대처하는 국회의 달라진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호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상임활동가는 “국감장에서 나온 혐오 발언을 의원들이 바로 지적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에도 비슷한 혐오 발언이 나왔지만 문제제기가 즉시 이뤄진 적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우리 사회가 혐오 발언을 마주쳤을 때 갖춰야 할 태도가 국감장에서 나왔다는 점이 의미 있다”며 “국민의힘에서도 혐오 발언에 한마디 보태지 않은 것을 보면 해당 발언이 잘못됐다는 점을 알았던 것 같다”고 했다. 장 공동집행위원장은 “성소수자 인정은 사회적 합의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정경희 의원과 김현숙 장관은 이런 변화를 아직도 쫓아오지 못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6일 논평을 내어 “정경희 의원은 자신의 무지성·혐오성 발언에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했다. 단체는 “실존하는 성소수자 국민의 존재를 ‘비정상’ 취급하며 나아가 국제협약까지 무시하는 자격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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