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동해 산불 ‘토치 방화’ 60대 항소심서 “혼자”→“엄마도 함께” 진술 번복

▲ 지난 5일 경찰이 강릉 옥계면 남양리 산불 발화지점인 주택 방화현장에 과학수사팀을 투입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연제

강릉 옥계와 동해 망상 일대에 대형 산불을 내 축구장 5300여개 면적의 산림을 쑥대밭으로 만든 60대(본지 5월 10일자 웹보도 등)가 항소심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26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황승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60)씨의 산림보호법 위반 등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A씨는 “불을 지를 때 어머니랑 얘기가 됐다”는 취지로 재판부의 질문에 답했다. 재판부가 “본인이 사는 집에 불을 내고 어떻게 지내려고 했냐”고 묻자 A씨는 “어머니도 죽고, 나도 죽으려고 했다. 같이 죽기로 했는데 못 죽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무관하게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지만 항소심에서 A씨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기존 혐의로 적용된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일반건조물방화죄’로 변경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판부는 A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오는 27일 A씨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A씨는 지난 3월 5일 오전 1시 7분쯤 강릉 옥계면의 자택에 토치로 불을 질러 대형 산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범행으로 강릉 옥계와 동해 망상 등 3830㏊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또 이 불로 주택 80채를 비롯해 394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A씨의 어머니는 불을 피하려다 넘어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사건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지난 6월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으며 A씨는 ‘형이 무겁다’고 항소했다. 구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