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발생하지 않으려면…
제주 스토킹 112신고 모두 490건…하루 평균 1.4건꼴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 하루 평균 0.3건 비해 4배 급등
100여 차례 문자 보내고 알몸으로 찾아가 행패
층간소음‧채권‧유치권 행사 등 다양하게 벌어져
"스토킹 정의 너무 좁아…포괄적으로 규정해야"
"피해자 보호법 제정 필요…경찰관 인식 개선도"
"초동단계서 고위험 가해자 교화 강제성 필요"
법무부,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 등 입법 예고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22년 10월 26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고상현 기자, 뉴스제주 이감사 기자
◇박혜진> '기자실 앞담화' 시간입니다. 오늘은 정치부 기자들이 아닌, 사회부 기자들과 함께합니다. 제주CBS 고상현 기자와 뉴스제주 이감사 기자 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고상현‧이감사> 안녕하세요.
◇박혜진> 두 달 만에 뵙는데요. 오늘은 어떤 주제로 얘기 나눠볼까요.
◆고상현>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스토킹범죄에 대해 다시금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요. 지난 21일이죠.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딱 1년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지난 1년간 제주에서 벌어졌던 스토킹범죄를 살펴보고요. 제도의 문제점은 없는지 다뤄보려고 합니다.
◇박혜진> 스토킹범죄의 처벌을 강화한 스토킹처벌법도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태현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는데요. 1년도 채 안 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벌어졌네요.
◆이감사> 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15대 국회였던 지난 1999년부터 논의됐지만, 21대 국회에 접어들어서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흔히 과거에 스토킹범죄라고 하면, 유명 연예인의 집에 몰래 침입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입니다. 처벌 규정도 경범죄로 취급되며 10만 원 이하의 범칙금만 내면 됐습니다. 처벌이 약했었죠. 그러다가 지난해 3월 '김태현 사건'이 발생합니다.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여성이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을 해오다가 그 여성과, 여동생, 모친 등 3명을 차례로 살해했습니다. 스토킹범죄가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이어진 거죠. 이 사건을 계기로 22년 만에 '스토킹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시행됐습니다. 이전까지는 경범죄처벌법만 적용됐다면, 지금은 최대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스토킹범죄라고 하면, 집착을 한다거나 상대방이 싫어하는데도 연락을 지속적으로 하거나 찾아가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법률에서 규정하는 스토킹 행위는 어떤 건가요?
◆고상현>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특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특정 행위는 ①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②주거나 직장, 학교, 그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③우편, 전화, 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 말, 부호, 음향, 그림 등을 보내는 행위 ④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을 보내거나 주거 또는 그 부근에 물건을 두는 행위 ⑤주거 또는 그 부근에 놓여 있는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행동을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해야 죄가 성립됩니다.
◇박혜진> 스토킹행위에 대한 피해자 안전조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감사> 우선 사건이 접수되면 지역경찰이 초동조치에 나서 과거 관련 신고 이력이나 사건정보 등을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서 처벌 경고, 분리 등의 응급조치를 할 수 있고요. 좀 더 긴급하다고 하면 100m 이내의 접근 금지 등의 긴급응급조치도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하는 잠정조치란 게 있는데요. 잠정조치 1호는 서면 경고, 2호는 100m 이내의 접근 금지, 3호는 문자나 전화 등의 전기통신 접근 금지, 마지막으로 4호는 최장 30일까지 유치장, 구치소 유치 등입니다.
◇박혜진> 제주에서는 지난 1년간 스토킹 범죄, 얼마나 많이 발생했나요?
◆고상현> 제주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통계 자료를 보면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여 동안 도내 관련 112신고 건수는 모두 490건입니다. 이는 하루 평균 1.4건꼴로,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 하루 평균 0.3건 신고가 이뤄진 것보다 4배 이상 늘었습니다. 검거 인원은 224명으로, 이 중 8명은 구속 수사를 받았습니다. 성별로 보면요. 남성이 177명으로 79%를 차지했고요. 여성은 47명으로 21%였습니다. 나이대로 보면 40대가 65명으로 가장 많았고요. 이어 50대 49명, 30대 42명, 20대 37명, 60대 이상 24명, 10대 1명 등의 순이었습니다. 중장년층이 많았습니다.
◇박혜진> 사례들이 궁금한 데, 몇 가지 특이한 사례들 소개 좀 해주실까요.
◆이감사> 제주에서 처음으로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사례 먼저 설명 드리겠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첫날인 지난해 10월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헤어진 여성에게 10여 차례 전화를 걸어 협박한 50대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요. 이 남성은 여성이 헤어지자고 하자 이같이 범행했습니다. 특히 이 남성은 이 여성을 폭행한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올해 7월에는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에 알몸으로 찾아가 행패를 부린 5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이 남성은 여성에게 100여 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집에 알몸 상태로 찾아가기까지 했는데요. 집 출입문을 발로 차고 흉기로 잠금장치를 파손하는 등 수위 높은 불안감을 조성했습니다.
◇박혜진> 스토킹범죄가 연인 간 치정사건을 넘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요.
◆고상현> 네. 연인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요. 층간소음 문제, 채권 문제, 유치권 행사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1일 50대 남성이 층간소음 문제로 112신고가 이뤄지자 이웃에게 '개자식이 부모도 없느냐' 등의 내용으로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다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24일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이 대학 제적 문제로 40대 교수에게 지속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거는 등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다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19일에는 40대 여성이 50대 남성 집과 과수원에 정당하지 않은 유치권 행사를 위해 찾아가고 과수원 앞에 건설 장비를 가져다 놓거나 집 앞에 노상방뇨를 하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았습니다.
◇박혜진>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아서 법의 한계점도 있을 거 같아요.
◆이감사>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지난해 22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피해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달 발생한 서울 신당역 역무원 살해사건입니다. 경찰이 피해자의 첫 고소장을 접수한 뒤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두 번째 고소 뒤에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피해자 안전조치도 추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피해자 안전 조치를 받던 여성이나 그 가족을 살해한 김병찬과 이석준 사건도 모두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했습니다. 특히 김씨는 접근 금지 등의 잠정조치 처분을 받았지만, 법원 처분 열흘 만에 피해자 집을 찾아가 전 여자 친구를 살해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으로 강화된 제재 조치와 피해자 안전조치가 모두 이뤄졌어도 스토킹이 강력 범죄로 이어진 겁니다.
◆고상현> 전문가들은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한계점으로 '반의사 불벌' 조항을 들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건데요. 스토킹 범죄 대부분은 과거 연인이거나 평소 알던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이런 관계에서 피해자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거거든요. 사건 수사 와중에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그동안 시간을 들여 수사해온 것이 물거품이 되기도 합니다. 제주경찰청 문기철 여성보호계장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녹취 : 제주경찰청 문기철 여성보호계장] "경찰에서 (스토킹범죄와 관련해) 112신고가 들어오거나 고소장이 접수돼서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면요. 도중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서 '불송치' 결정을 해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수사관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리고…."
◆고상현> 한 전문가는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 조항이 기본적인 범죄행위를 방치하고 강화하는 모순적인 조항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상임대표의 얘기입니다.
[녹취 :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상임대표] "스토킹처벌법 제정 전부터 반의사불벌 조항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얘기가 됐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피해자가 용서해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가해자 본인이 처벌을 안 받을 목적으로 향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법률에 명시한 것과 똑같잖아요? 처벌을 피하려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다시 연락해야 하는 거니깐, 스토킹처벌법 입법 취지와 모순되는 거죠. 오히려 이 조항으로 스토킹 행위를 더 조장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거거든요."
◇박혜진> '반의사 불벌' 조항이 문제로 지적됐고요. 또 한계점이 있을까요?
◆이감사>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대표는 이런 부분도 지적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에 나온 스토킹에 대한 정의도 너무 좁게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아울러 스토킹처벌법 외에도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률도 별도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어서 들어보실까요.
[녹취 :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상임대표] "스토킹 정의 부분도 사실 너무 좁게 만들어져 있어요. 따라다니거나 물건을 두는 행위 외에 기타 행위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가해자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한다면 어떤 행위든 간에 스토킹으로 같이 처벌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게 제 주장입니다."
[녹취 :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상임대표] "처벌법을 협소하게 해놨더라도 피해자 보호는 좀 더 광범위하게 할 수 있거든요. 아울러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한데요. 수사기관 또는 사법기관 종사자들의 교육 지침 등이 빠져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피해자가 직접 보호를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피해자 보호명령이라고 하거든요. 이 부분도 필요합니다."
◆고상현> 스토킹범죄가 강력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비판이 일고 있는데요. 그만큼 경찰 초동단계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때문에 가해자 교화 프로그램을 경찰 초동단계에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 11일부터 제주경찰청은 유치장에 입감된 스토킹범죄 고위험 피의자를 상대로 '찾아가는 가해자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피의자 동의가 필요해서 제약이 따르는 상황입니다. 이어서 제주경찰청 문기철 여성보호계장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녹취 : 제주경찰청 문기철 여성보호계장]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는 재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건 발생 초기부터 가해자 상담치료 등 성향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발생 후 통상 수개월이 지난 뒤에야 법원의 결정으로 보호처분이라든지 수강명령에 의한 상담 위탁이 결정돼 실효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잠정조치 항목에 가해자 상담 위탁을 추가해서 사건 발생 초기부터 가해자에 대한 개입으로 성향 개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재범 방지 효과가 커질 것입니다."
◇박혜진> 취재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요?
◆고상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제 1년 정도 지났어요. 그동안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 게 사실입니다. 현재 법률 손질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최근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 불벌 조항을 폐지하고 가해자 위치추적(전자발찌) 등 피해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긴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여러 스토킹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거로 아는데요. 더는 제2의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김태현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제대로 보완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이감사> 스토킹 범죄는 이제 의도성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피해자 의사에 반해 불쾌감이나 공포심을 느끼는 순간 혐의 적용이 시작되니까요. 과거에 연인과 다투고 집 앞에서 기다리면서 용서를 구하기도 했던 경험을 되살려보면, '그때는 가능했지만 지금은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사실 이런 생각도 많이 듭니다. 강력범죄가 잇따르는 현 시대에서 예방과 피해자 보호 차원으로 만들어진 법률이니까 상대방을 헤아릴 수 있는 역지사지 마음을 각자 키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박혜진>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상현 기자와 이감사 기자였습니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목욕 후 병 걸려" 60년 넘게 안씻은 노인…94세로 사망
- 박수홍 측 "아내 공황장애…김용호 일벌백계할 것"[전문]
- "일어나라"는 교사에게 책 집어던진 초등생…톱 던진 사례도
- 화장실에 숨겨진 소형 카메라…청소노동자 눈썰미에 발각
- [단독]40대 父, 아내·아들 살해 뒤 PC방 방문…"애니 시청"
- 푸르밀 직원 100여명, 집단행동…"정리해고 철회"
- '불법 선거운동' 최재형 "모두 인정"…벌금 80만원 구형
- 민주당 1200명 결집한 尹 정권 규탄대회…李 "참으로 한심"
- 3대가 무연고 독거노인 도와…39년의 선행 등 7명 'LG 의인상'
- "시민 생명을 지켜라" 100층 건물 뛰어오른 강철 소방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