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사원, 사흘에 한 번꼴 해경에 공문 ‘서해 피격 사건’ 자료 제출 닦달

강연주 기자 2022. 10. 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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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사자 감사 출석 비협조시 ‘징역형’ 명시도
사무총장 업무추진비 내역은 국회에 공개 안해
전용기 “정권의 칼잡이 자처한 비정상적 행태”
감사원 “공문 많이 보냈다고 무리한 감사 아냐”
서울 종로구 감사원 건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조사하면서 해양경찰청을 상대로 강압적인 감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석 달 동안 28건의 공문을 보내 자료 제출과 출석 요구를 압박하는가 하면, ‘출석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식의 통지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6월23일부터 9월28일까지 해경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총 28건의 공문을 발송했다. 감사원은 해경에 사망 사건 수사자료 목록과 청와대 보고문서 일체 등을 요구했다. 또 해경에서 국방부를 방문해 군 첩보 정보(SI)를 듣고 생산한 보고서 일체와 언론 브리핑 자료 초안·중간작성본·최종본도 모두 제출해달라고 했다.

감사원은 지난 7~8월 해경에 포렌식 요청 공문도 세 차례 발송했다. 본청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인천해양경찰서 등에서 사용한 업무용 컴퓨터와 이동식 저장매체, 공용 휴대폰 등이 대상이었다. 과거에는 피감기관을 상대로 포렌식을 하려면 사전 예고 공문을 여러차례 보내야 했는데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정이 바뀌면서 이 같은 절차가 생략됐다. 감사원은 지난 6월 유 사무총장 취임 이후 ‘디지털 자료 수집 및 관리 규정(포렌식 관련 규정)’을 수정해 포렌식 절차를 간소화했다.

감사원이 지난 6월23일 해양경찰청에 보낸 감사자료 협조 요청 공문 일부. 감사원은 해당공문에서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적시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감사원은 ‘제출하지 않으면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문구도 자료 제출 요구 공문에 포함시켰다. 감사원이 국민권익위원회와 질병관리청 등 다른 기관에 보낸 공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감사원은 6월23일 해경에 보낸 자료 협조 요청 공문과 8월19일과 9월1일에 걸쳐 윤성현 남해지방해경청장의 출석을 촉구할 때 보낸 공문에서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7월26일부터 8월1일까지 4차례 문답조사를 받은 뒤 경추통증, 척추관 협착증 등의 사유로 출석을 연기한 상태였다.

이 같은 감사원의 행태에 대해 한 법조인은 “국가기관은 상호 존중의 원칙이 있다”며 “감사원 자체 판단에 따른 조치이더라도 부처 업무를 방해할 정도의 과도한 요구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감사원이 자료 협조를 명목으로 전 정부를 겨냥하며 해경을 세게 몰아치기 위해 강도 높은 감사를 벌인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반면 감사원은 국정감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는 불응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감사원은 유 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제출 요구에 “8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공직자 복무관리실태 등 점검 감사를 실시한 이후 이에 대응하듯 사무총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자료를 요청하셨는 바, 이 같은 상황에서 자료를 제출할 경우 공정한 감사 업무 수행에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며 불응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논란이 일자 야당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해 의도가 불순하다는 논리다.

전용기 의원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국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SI 첩보에 ‘월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고, 감사원 판단에도 일부 착오가 있었음을 밝혔다”며 “권력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감사원이 정권의 칼잡이를 자처한 비정상적 감사 행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해경 감사는 필요한 만큼 진행한 것이고, 공문을 많이 보냈다거나 감사원법 51조를 언급했다고 무리한 감사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포렌식 절차 간소화는) 사전에 포렌식 요청 공문을 보내면 대상기관들이 자료를 옮겨놓거나 삭제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포렌식 절차를 간소화 한 게 아니라 포렌식을 무력화하는 규정을 삭제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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